내게 불안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아빠가 들어오는 발걸음과 목소리에 술의 자취가 보이는지 안 보이는지를 알아보며 불안은 시작되곤 하였습니다. 아빠가 술을 먹고 오면 엄마와 싸웠고 그럼 나는 덜덜 떨며 무서운 부부싸움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오빠는 가끔 이유없이 나를 때렸기 때문에 마루에 누군가 걷는 소리만 나도 불안하곤 했습니다다. 그밖의 일들도 많지만 여기까지만 적겠습니다.
이렇게 자란 내가 불안을 남들보다 덜 느낄리는 없을 것입니다. 나는 굉장히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으로 자랐습니다. 세상 모든 것이 무서윘고 좋은 일이 생겨도 또 무슨 나쁜 일이 생기려나 불안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불안함의 끝판왕인 공황장애가 찾아왔고 정신과약을 먹게 되었습니다. 약을 먹으면 증상은 가라앉았지만 내가 세상 모든 것을 불안하게 여기는 것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의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한 것이었어요.
나는 심리상담을 하기로 결정하고 내게 맞는 곳을 찾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나는 마냥 이 세상 모든 것이 무섭고 불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다. 그리고 그건 어린시절의 영향이 크며 이제는 어린이가 아니니까 스스로 불안에서 헤엄쳐나오는 법을 익혀야했습니다.
내게 도움이 된 것은 우선 상담선생님이 나의 엉뚱한 불안함도 잘 들어준 경험이었습니다. 비웃지 않고 나의 예민한 불안함을 수용해준 경험이 내게 좀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그다음 도움이 된 것은 심호흡과 명상입니다. 습관적인 불안함이 덮쳐올 때 심호흡을 깊게 했고 자기 전에 호흡명상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서가 조금씩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세번째 도움이 된 것은 책속에서의 한 문단이었습니다.
불안으로 힘겨워하는 환자는 어떤 일이 안 일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는데 일어날 조짐이 보이니까 고통을 받는 것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마음을 유지하면 불안은 없어집니다.
-<전현수 박사의 불교정신치료 강의> 중
이 문단에 나온 문장을 계속 되뇌이면서 생활을 하는 연습을 하니 불안함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단 하나의 문장이지만 내게는 효과가 참 좋았습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상관없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겠다.’
이 문장은 나의 불안을 내가 선택하는 것으로 만들어주었고 나는 불안을 선택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불안함이 안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걸 내가 대처하는 법이 생긴 것이지요. 너무 심할 때는 아직도 비상약으로 가지고 있는 항불안제를 먹고 심호흡을 합니다. 그러면 좀 나아지지요.
또 하나 말하자면 나는 불안을 무조건 배척하고 막아야하는 감정으로 여겨서 불안해지면 '불안하면 안돼!' '불안할 필요 없어!' 이렇게 자기대화를 했는데 요즘은 내게 찾아오는 모든 감정을 수용해주는 연습을 하고 있어서 불안이 찾아와도 '불안할 수 있어. 너 불안하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주는 쪽으로도 해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심호흡을 하면 나의 힘든 점을 내스스로 알아주고 다독거려서 그런지 불안이 조금씩 가라앉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들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