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뇨,, 인생 리셋하고 싶습니다,,,
쉬었다가 이직할 거지?
퇴사한다고 하니 많이들 묻는다. 12년 일했으니 경력을 살릴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아니.
나는 12년 경력을 버리고 싶다. 그리고 1년간 내게 맞는 일, 회사 없이 스스로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해보고 싶다. 그것으로 수입을 만드는 일에 도전할 예정이다. 욕심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내게 맞는 최소한의 적정 생활비가 얼마인지 알아보고, 경험해보고 싶다. 적게 일하고 적게 벌어 적게 쓰는 삶. 그 안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 그게 내 1차 목표다. 그게 안 되면 그때 다시 12년 경력을 활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지금도 적성에 안 맞는 일이 미래에는 더 적성에 안 맞을 것 같아서다. ChatGPT와 유튜브로 변해가는 시대에서 내 일이 정통으로 맞은 변화, 일의 효용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됐다. 12년의 세월이 아깝긴 하지만 미래를 보면 버리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에 내 일은 어떻게 변할까? (물론 나의 뇌피셜이다.)
내가 해야 하는 영역이 달라졌다. 직무 타이틀부터가 바뀌었다. 꽤 오랫동안 ‘교육 담당자’로 불리다 ‘조직문화 담당자’라는 타이틀이 추가됐다. 내가 속한 팀의 이름이 ‘교육팀’, ‘인재육성팀’에서 '피플팀', '컬처팀', ‘조직문화팀’ 등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는 조직문화 활성화의 역할이 추가되고 커짐을 의미한다. 경력 이직이 활발해지면서 경력직이 많아진 탓이다. 공채 선후배 간 자연스러운 친목은 사라지고 구성원 간 밍글링을 이제 회사에서 강제로 해줘야 하는 형국이다.
또한 조직문화 담당자는 회사가 원하는 직원 몰입, 직원이 원하는 수평 문화에 대한 니즈를 동시에 맞춰야 한다. 그러나 조직문화 담당자 1인~약간 명이 전체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조직문화 전문가들도 CEO가 조직문화 변화의 선봉장이 되어야 겨우 조직문화에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일부 선진 대기업,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조직문화에 의지를 가지고 직접 개입하는 CEO를 만나기 어렵다. 조직문화진단 데이터를 들이 밀어도 어렵다. 그래서 조직문화 담당자의 역할이 어렵다.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작아짐을 느끼기도 했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은 커지지만 교육담당자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새로 배워야 할 게 많은데 직무별로, 레벨별로 배워야 할 것은 너무 세분화되어 제각각이다. 내가 알 수도 없고, 알아낸다 해도 모수가 적어 회사 차원에서 강좌를 열어주기 어렵다. 많은 회사는 자기 계발비 지원으로 교육제도를 변경했다. 게다가 저성장 기조로 교육과 조직문화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들로 일에서 느끼는 효능감이 작아진다고 느낀다. 또한 본래 HRD/OD영역은 ROI를 측정하기 굉장히 어렵다. 눈에 보이는 수치로 평가할 수 없다. 회사 실적이 좋거나, 리더가 바뀌는 등 조직문화 담당자가 개입할 수 없는 일들로 조직문화가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래서인지 열정과 근면성실한 태도가 평가기준인 경우가 많았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로 내 업무 성과가 달라지고 오로지 근무 태도로만 평가받는 것, 이는 성장에도, 커리어에도, 개인 자존감에도 치명적이게 부정적이다.
적성에라도 맞았으면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내 성향과도 맞지 않는다. 스탭부서 일이 안 맞는다. 투입대비 성과가 분명한 일을 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 일이 재밌었다. 그렇다면 영업 쪽이려나. 그런데 영업 쪽이라고 해도 번 돈을 내 성과로 온전히 가져갈 수는 없다. 월급쟁이어서 성과급을 조금 더 받는 정도겠다. 나도 성과급을 받아봤지만 성과급을 받는다고 해도 삼성, SK, 현대차 등의 Top 대기업 정도가 아니면 크게 의미가 없다. 간다 해도 과로가 예상된다. 그리고 지금 내 나이에, 이 경력에 삼성, SK, 현대차 영업사원으로 받아주지도 않는다. 여러모로 나는 12년의 경력을 버리고 전혀 다른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 그 일이 무엇인지 아직은 고민 중이다.
* 퇴사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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