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드 Oct 17. 2024

퇴사하면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다?

프리랜서와 자영업자의 일과 휴식의 경계


퇴사 직후 프리랜서 동생을 만났다. 아무런 대책 없이 무계획으로 그만둔 나는 이미 프리랜서로 안정적인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는 퇴사 전 프리랜서 생활을 병행하면서 프리랜서로서의 삶이 괜찮겠다고 판단을 마친 뒤 퇴사한 듯싶었다. 그래서 퇴사 후에도 일이 계속 들어왔으며, 삶에 요리와 운동과 봉사가 적절하게 뱄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루틴이었다.


너는 좋겠다. 일이 계속 들어오잖아.


아냐. 어떨 때는 많이 들어왔다가 어떨 때는 하나도 없어. 그래서 들어올 때 들어오는 일을 다 해야 돼.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갈 수는 없어.


당시에도 그 말에 공감했지만 퇴사를 하고 나니 절감하게 된다. 이제는 내가 글을 쓰고, 영상을 만들고, 이모티콘을 그리는 만큼만 내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서다. 회사에 다닐 때에는 아무것도 안 한 날에도 월급이 쌓였는데 퇴사하니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성장하지 않았고 그러면 경제적 자립과도 멀어졌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는 자기가 하는 만큼 수입이 된다는 말이 이런 느낌이었다. 그래서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자영업자나 프리랜서가 되면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어진다고들 한다. 직장인일 때 업무일과 휴일을, 출근과 점심과 퇴근시간을 회사가 정해준 것과 대조적이다. 직접 경험해 보니 일과 휴식의 경계가 없어지는 것을 넘어 그 경계를 내가 그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언제까지 일하고 언제까지 쉴 것인지 내가 직접 휴식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내야 했다. 그러려면 스스로의 기준이 필요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게 됐다. 휴식의 목적이 더 분명해졌다는 점이다. 쉬고 나면 다시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어야 진짜 휴식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휴식한 것 같지 않으면 휴식의 효과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무엇을 해야 힐링이 되고 휴식이 되는지 알아야 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서 고민하는 중이다. 확실한 건 휴식의 양과 방법까지 내가 온전히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만이 휴식이었는데 지금 그러면 곤란하다. 그래서 짧은 기간 동안 만족스러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그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생각해 보면 회사에 다닐 때 진짜 쉰 게 맞나 싶다. 매주 토일을 쉬긴 했지만 피로는 여전했다. 휴일에 아무것도 안 하는 날도 많았는데 쉰 것 같지 않은 날도 많았다. 그동안 나는 쉬는 방법을 제대로 몰랐던 것 같다. 이제야 이것저것 실험해 보며 진정한 휴식이 무엇인지 궁금증을 더해간다. 이 또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겠다.


휴식뿐만 아니다. 일의 경계도 명확하게 그려야 했다. 생산하는 아웃풋을 정확히 그려야 했다. 스스로에게 후회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생산량을 정해야 했고 그것을 지키는 것은 나와의 약속이었다. 한편으로는 지나친 욕심에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의 선도 그을 줄 알아야 했다. 퇴사 이후의 삶은 일도, 휴식도 마음먹어야 하며 그것의 아웃풋도 명확한 삶이었다. 아웃풋의 삶 그 자체였다.


처음 마주하는 아웃풋의 삶에 당분간은 힘들고 헤매는 시간이 계속될 것 같다. 아직 이렇다 할 생산수단이 없어서 휴식을 하는데 죄책감도 든다. 하지만 이런 생활에 익숙하고 능숙해지면 생산도 휴식도 만족스러운 삶이 될 것이라 믿는다. 제법 큰돈과 시간이 드는 여행도 꿈꿔볼 여유도 생겨 언젠가는 당당하게 휴식할 날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나는 이렇게 매일 내 삶을 만드는 중이다.



* 퇴사하고 카카오 이모티콘을 만들었습니다.

  혹시라도 제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구매와 많은 사용 부탁드립니다. ^^

  감사합니다!


☞ 이모티콘 구경하러 가기

https://e.kakao.com/t/cafe-moment?t_ch=share_link_web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