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내 딸
홍아!
아빠는 오늘 저녁 경제대학원(야간) 시험을 보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한국의 외환 제도’라는 과목인데 내용이 좀 어려워서 선생님이 시험문제와 해답을 거의 다 알려주셔서, 그걸 달달 외우기만 하면 되는 시험이었어. 그런데 토요일, 일요일 공부를 하나도 못 하고 오늘 출근해서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 짬 내서 공부하려니 많이 힘들더라.
뭐든 미리미리 공부하고 대비해 둬야 하는데….
그리고 좀 아쉬웠어. 미리 공부했으면 개념이나 논리를 차분히 정리해 시험을 더 잘 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빠는 늘 깨어 있으려고 하고, 새로운 학문을 접하며 공부를 죽을 때까지 할 생각이지만 머리는 많이 굳었나 봐. 나이가 40이 넘어서 그런가. 익숙지 않은 분야를 공부하려 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졸음도 막 쏟아지고 그러거든.
그래도 아빠는 공부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살게.
아침마다 영어 학원 가서 앉아 있으면 몸도 뻐근하고 졸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잠 쫓아가며 영어를 따라 하다 보면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 그리고 ‘언젠가 나 스스로 충분히 만족할 만큼 유창한 영어를 뽐내는 날이 올 것’이란 기대와 희망을 갖기도 하고.
홍아!
아빠가 요즘 너를 향한 글과 너에 대한 말이 좀 많이 다르지. 편지 쓸 때는 ‘우리 홍이 많이 사랑해 줘야지’ 하는데, 또 집에 가면 언성도 높아지고 핀잔도 주게 되고….
우리 홍이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 아빠도 더욱더 노력할게.
사랑한다.
6월 13일 퇴근 직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