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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Jan 12. 2019

채식요리 시간이 글쓰는 시간으로...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에세이시간이 나를 자라게 한다.


타인의 고통을 공감하면서 나를 알아가는 시간...



이 글을 쓰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떤 주제로, 어떻게 써야 할지 너무 막막하고 어려웠다. 그렇게 고민만 계속하다 문득 요즘 가장 관심 있는 나의 식이에 대해 쓰고 싶어졌다. 하지만 지난날의 식이를 이야기하려니 또다시 망설여졌다.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꺼내어 보여준다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사람들은 남의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걸 벗어나는 게 나는 참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식이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20대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다. 나의 20대는 그다지 순탄치 않았다. 갑자기 기울어진 가세로 가족들이 흩어져 살게 되고, 불화가 찾아왔다. 물론 나보다 더 힘들고 아픈 사람이 많이 있겠지만 그 당시 철없고 어렸던 나에게는 모든 상황이 버거웠다. 내 우울감이 높아갈수록 자존감은 낮아졌다. 그런 상황에서 건강 따위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어릴 때부터 많은 알바를 했고 하루하루 살아내는 게 바빠서 그저 대충 배부르면 그만이었다. 회사에 다니면서부터는 야근을 밥 먹듯이 했고 야식과 폭식이 잦아졌다. 혼자 독립해서 살게 되자 집에서 만들어 먹기보단 조미료 가득한 음식을 사 먹거나 편의점 음식으로 대충 때웠다. 언제나 비염, 위염, 장염, 과민성대장 증후군을 달고 살며 원래 내 체질이 그러겠거니, 일하느라 스트레스 받아서 그러겠거니 하며 넘겼다. 내가 먹은 음식들이 내 몸을 병들게 하는건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결혼 후엔 신랑의 늦은 퇴근으로 밤에 자주 먹었다. 혼자 저녁을 일찍 먹고 나서도 신랑이 오면 차려주거나 시켜 먹으면서 나는 또 먹었다. 그때는 혼자 먹는 신랑이 외로워 보여서 같이 먹는 게 좋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누군가와 함께 먹는 식탁이 그리워서, 내가 외로워서였는지도 모른다. 임신했을 때는 신랑이 일 때문에 지방에 며칠 있다 와서 정말 외롭고 힘들었다. 모든 게 다 귀찮아 시켜 먹기 일쑤였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야식을 달고 살았다. 배속의 아이가 배고파서 그런 거라는 변명을 일삼으며 말이다. 정말 아이를 생각했다면 좋은 음식만 먹었어야 했는데, 이건 지금도 아이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모유 수유할 때엔 매일 건강한 식단에 규칙적으로 먹었다. 덕분에 나도 몸이 많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모유 수유가 끝남과 동시에 그동안 못 먹었던 음식들을 폭풍처럼 들이켰다. 고생한 나에게 주는 보상이라 생각하고 무분별하게 먹어댔다. 이런 폭식으로 결국 내 몸은 덕지덕지 살이 쪄갔고 몸이 무거워지니 무기력했고, 자신감을 잃으니 화만 쌓여갔다. 유산 후에는 전보다 더 자주 화를 쉽게 내고, 예민해져 소리 지르고, 금방 폭발했다. 내가 나를 봐도 시한폭탄같이 불안했다. 죽을 용기는 없었지만 자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저 모든 불행이 나 때문인 거 같았다. 집에만 있던 나는 매일매일이 똑같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생활에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신랑이 출근하고 아이까지 등원시키고 나면 침대에 먹을 걸 잔뜩 쌓아두고 누워서 먹고 뒹굴뒹굴하기만 했다. 록산 게이처럼 힘든 걸 부정하기 위해 나 또한 음식에 집착했던 건 아니었을까? 이러면 안 된다고 머리로는 수천 번 생각했지만 몸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워 움직여지지 않았다.

 

 내 몸이 울퉁불퉁해질수록 내 마음도 울퉁불퉁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안의 화가 쌓이고 넘쳐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걸 깨달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탈출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전부터 생각했지만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채식 베이킹을 알게 되었고 주스와 로푸드까지 배우며 나의 몸과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건강한 음식을 먹는 만큼 몸이 건강해지는 게 느껴졌고 화가 점점 가라앉았다. 그런 좋은 영향이 나의 생활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스며드는 거 같아 삶에 생기가 돌고 있다.


그동안 나는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비뚤어진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이 미웠고 사람이 두려웠다. 내가 굳건하면 힘든 일이 닥쳐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걸 뒤늦게나마 깨달았다. 이렇게 글로 적어놓으니 힘들었던 모든 시간들이 글자 속에 묻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정말 별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더 이상 몸을 괴롭히는 식이를 하지 않을 것이다. 남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나를 사랑하면 남들도 나를 사랑하게 된다는 걸 나는 이제 알고 있다. 나 자신에게 지금까지도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잘 살 수 있다고 토닥여주고 싶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마음으로 살아갈 것이다. 



위 글은 저희 쿠킹클래스에서 로푸드 채식요리 수업을 들은 수강생 선생님의 이야기를 에세이로 적은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mongsil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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