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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May 20. 2020

나날이 건강해지는 중


“당연함의 무서움”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조심해야 하는 유혹이자 큰 장애물이다. 나또한 그 당연함으로 오랜 기간 건강함을 잊은 채 살아 왔었다. 내 머릿속에 존재하지만 잊혔던 건강함이라는 것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17년 여름,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언니, 엄마가 아픈 것 같아.”






나에게는 늘 원더우먼이었던 엄마가 아프다는 문자는 별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다. 감기일수도 있고, 소화가 안 될 수도 있고… 


평범한 하루를 보낸 나는 퇴근 후, 집의 무거운 공기에 숨이 막혔다. 엄마, 아빠는 안방으로 나를 불러 얘기 했고,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아무것도 생각 할 수 없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두 번의 검사는 동일하게 나왔다. 




암...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그 해 여름 일어났다. 수술만 하고 며칠만 입원하면 된다며, 엄마는 무덤덤하게 말씀하셨다. 첫 번째 수술은 차가운 칼로 엄마의 몸에 자국만 남겼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하다고 나와 아빠에게 알렸고, 엄마의 몸을 스캔한 사진을 보여 주며 생존율 20%라는 말과 함께 수술여부에 대해 다시 의논하였다. 수술여부에 대한 검사 결과는 며칠 걸린다고 했고, 그 며칠은 몇 십 년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다행히 수술은 가능하다고 했고, 여전히 생존율은 20%라고 했다. 두 번째 수술은 9시간이 넘는 수술이었고, 며칠이면 된다는 엄마는 수개월 동안 병원에 계셨다. 




예전에는 대가족의 살림을 책임진 원더우먼으로 본인보다는 무조건 가족들을 위한 엄마였다면, 지금은 이제야 비로소 본인의 몸을 챙기는 본인을 좀 더 생각하는 엄마가 되었다.


엄마의 수술은 대수술 이었다. 엄마의 모든 장기는 아기처럼 약해 있었고, 당연히 먹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음만 가능했고, 이후에는 소식을 해야 됐고, 또한 간 없게 음식을 먹어야 했다. 항시 싱겁게 드시던 엄마조차 힘든 일이었다. 엄마는 맛나게 먹고 싶다며 울부짖으셨다. 학교에서 근무하던 나는 학교 영양사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다.




엄마로 인해서 건강, 건강한 삶,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어떻게 먹어야 잘 먹고, 질 좋게 맛있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엄마가 아프고 나서 여러 가지 자료를 구하고자 책을 살펴보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로푸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때 당시에는 얄팍한 지식으로 로푸드라는 것은 단지 생식이겠거니 하고 흘려보냈다. 


그러다가 착즙 주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기억을 더듬어 다시 블로그를 찾게 되었다.




입안의 달콤함과 다양한 식감을 즐기는 나는 로푸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수제청과 주스를 배우면서 선생님에 대한 믿음과 신념, 그 곳에서만 느껴지는 힐링이 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이러한 느낌들을 나의 가족, 내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배우기 시작했다.




1주차 : 막연한 두려움

일을 시작하면서 식습관이 변화 한 나는 후루룩 마시는 국 요리를 좋아하며, 단짠단짠 과자, 빵으로 나의 혀를 즐겁게 했다. 로푸드 수업을 듣기 전, 과연 내가 이 수업을 즐겁게 들을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했다. 


채식보다는 육식을 선호하던 나는 내 눈 앞에 있는 애호박 파스타를 보고 5주간의 수업이 두렵기 시작했다.


2주차 : 대략난감

개학하기 전에 학교가기 싫은 아이 마냥 수업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멀리서 오시는 선생님들의 열정 때문인지 나의 이런 맘이 부끄러웠다. 조금씩 늘어나는 로푸드 디저트는 나의 흥미를 조금씩 자극했다. 수업 중 추천 받은 책들, 이론과 실습 선생님의 조언, 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선생님들이 열정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조금씩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3주차 : 변화

로푸드 수업 3주차와 더불어 수업시간에 추천 받은 책을 가까이 하면서 내 식습관이 조금씩 달라졌다. 로푸드 수업은 이런 나의 믿음을 깨뜨렸으며, 즐겁지 않았던 로푸드 수업 내용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생활에 스멀스멀 스며들었다. 


오전 4시부터 낮 12시 사이는 배출주기로 과일 및 주스와 같은 간단한 식사만이 허용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침은 무조건 먹어야 모든 장기와 뇌가 깨어난다는 믿음으로 항상 아침은 임금님처럼 먹었다. 처음에는 의식적으로 아침에 과일을 먹으려 했으나, 이제는 나도 모르는 사이 간단한 과일로 아침을 대신한다. 덕분에 몸이 가벼워졌다.


4주차 : 즐거움

학교에서 나의 별명은 돼지테리언이다. 육식을 정말 좋아한다. 야채 · 과일은 당근케익, 수박아이스크림 등으로 대신한다며 육식을 즐기는 나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런데 내가 조금 변했다고 주변에서 말해주신다.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하고, 고기를 조금 덜 먹으려고 한다며, 건강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얘기해주신다. 맞다. 건강하게 먹는 것이 즐겁지 않다고 생각했던 내가 건강하게 먹으려고 하는 것이다. 체중이 감량된 것은 아니지만 몸이 가볍고, 살짝 느껴지는 공복감도 기분이 좋다. 또한, 나도 모르게 식당에 가면 음식을 유심히 본다. 어떤 식재료가 들어갔는지 보고, 어떻게 조리가 되었는지 등등 이러한 것들을 보게 됐다. 즐겁다. 다음 로푸드 수업이 기대되기 시작했고, 설레기까지 한다.


5주차 : 아쉬움


어느덧 로푸드 수업의 마지막 순간까지 왔다. 처음에는 어떻게 5주를 버티나 했는데, 정말 눈 깜짝할 사이 5주가 지나갔다. 이번 한 주는 지난 4주간의 수업을 계속 되새기는 주였다. 무엇인가 아쉽다. 


30년 넘게 돼지테리언으로 살아왔는데, 로푸드 수업으로 새롭게 태어났다고 한다면 거짓말이다. 5주간의 수업으로 완벽하게 로푸드를 지향하고, 채식주의자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정말 고기를 좋아한다. 나는 내가 배운 수업으로 나에게 맞게 변화 시키고 있다. 내 가족들에게도 특히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고기를 먹는 것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얘기는 했지만,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는 본인들의 선택이 필요하다. 강요할 수는 없다. 로푸드가 좋은 것이며, 처음에는 암 환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식단이라고는 하지만, 이것 또한 내 주변 사람들에게 강요 할 수는 없다. 





나와 우리가족은 이전 보다는 조금 더 건강하게 먹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오랜 시간 동안 아침을 먹어 왔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아침을 안 먹는 것은 힘들다. 아침을 과일로 대체해 봤으며, 부모님은 과일을 먼저 먹고 간단한 식사를 하신다. 또한 엄마가 아프신 후 엄마께서는 하루에 한 끼는 야채 섭취를 위해 샐러드를 드신다. 엄마와 나는 항상 샐러드드레싱으로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로푸드 수업에서 배운 다양한 샐러드드레싱으로 맛있는 샐러드를 드실 뿐만 아니라 나도 함께 먹게 되었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를 기대하며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족 모두는 조금씩 변화함으로써 나날이 건강해지는 중이다.




수업 시간에 배우는 로푸드 레피시 




 본 에세이는 철학하면서 요리하는 공간 로푸드팜의 이야기입니다. 

출처 :http://rawfoodfar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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