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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raw로먹는 여자 Jan 12. 2019

나의 여드름 이야기...

여드름은 나의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니 이마에 몇 개의 뾰루지가 올라와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개수는 많아졌으며 볼에도 나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단순한 뾰루지가 아니라 여드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열심히 씻으면 다 나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에 나는 처음으로 여드름 전용 기능성 화장품을 구매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여드름이 나에게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여드름은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었고 누가 옆에 있으면 거울 보는 것조차 싫어졌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비교적 어린 나이였던 초등학생 시절에도 항상 남들에 비해서 뚱뚱하고 예쁘지도 않다고 생각했고, 내가 재미있거나 유쾌한 사람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드름이 내 얼굴 전체를 덮는 순간부터 이 생각들이 내면에 더 깊숙이 자리잡았다. 가만히 앉아서 주변에 늘 사람들이 있는 친구들을 보면 그들은 쾌활하거나 예뻤다. 그런데 나는 그 둘 중 어느 것도 해당되지 않다고 생각하니 우울했고 슬펐다.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했고 남들과 더 많이 비교했다. 저 친구는 피부가 맑고, 저 친구는 날씬하고, 저 친구는 말 한마디로 주변을 웃기고, 저 친구는 인기가 많은데 왜 나는 이럴까. 통통한 내 몸이, 여드름 투성이인 내 얼굴이, 나쁜 시력으로 인한 두꺼운 안경이 너무나 싫었다. 

중학교 3학년 무더운 여름의 일요일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같이 보냈던 어느 할머니께서 다른 사람에게 당연하다는 듯 내가 26살이라고 말했다. 너무 충격이었다.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나간 상태로 집에 왔는데 엄마를 보자마자 울음이 터져 나왔다. 스스로 생각하는 나의 약점들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고 늘 눈치보기 바빴고 자신감이 없었는데 이 계기로 더 심해졌다. 결국 . ‘여드름이 없어지면 조금이라도 어려보이겠지.’, ‘여드름이 없어지면 나도 예뻐질 수 있겠지’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 해 가을 피부과를 다니기 시작했고 독하게 식단 조절도 했다. 여드름이 없어지는 만큼 나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겼다. 

어느 정도 여드름이 없어졌을 때에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그와 동시에 피부과를 그만 다녔다. 그러자 언제 피부가 깨끗했냐는 듯이 여드름은 다시 나기 시작했다. 피부만 치료한다고 여드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몸 안이 건강해야 몸 밖의 모습도 건강하다는 이치를 깨닫고 다시 식단조절과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먹고 물도 많이 마셨다. 그러나 여드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근처에는 수많은 유혹거리들이 많았다. 집에서 아무리 관리를 해도 학교 쉬는 시간만 되면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먹으니까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내 여드름은 점점 늘어가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고 살은 점점 불어났지만, 친구들과 어울려서 먹고 노는 것이 즐겁고 행복했다. 성인이 되면 나아진다는 어른들의 말을 위안삼아 이 행복을 마음껏 누렸다. 

하지만 친척들을 만날 때, 지인분들을 만날 때, 오랜만에 친구를 만날 때마다 모두 나에게 여드름 이야기를 했다. 마치 취업준비생에게 취업은 언제 하는지,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부부에게 아이는 언제 낳을 건지 묻는 안부 인사처럼 말이다. 심지어 마을 버스를 기다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보는 할머니께서는 모두에게 알려주는 듯한 큰 목소리로 나에게 안쓰러워하시며 여드름에 좋은 천연팩 제조방법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여드름에 좋은 음식을 알려주고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판매하는 여드름에 좋은 제품들을 하나씩 내 손에 쥐어줬다. 나에게 해주는 여드름과 관련된 모든 말과 행동들이 좋게 느껴지지 않았다. 부담스러웠고 창피했고 수치스러웠으며 사람들이 내 피부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타인의 시선을 더욱 더 의식하게 되었다. 점점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어려워졌고 나를 드러내는 것이 무서웠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방면으로 공부를 해보니 답은 변하지 않고 식단조절과 운동이었다. 그래서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식단조절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올해 늦여름 자연식물식을 시작했다. 사실 지금도 자연식물식을 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런데 나의 간절함이 부족한지 내 몸은 이성보다 본능에 충실했다. 자제하고 식단조절 할 때마다 3일에 한 번씩 떡볶이, 피자, 빵 등 인스턴트 음식이 무척이나 먹고싶다. 그리고 그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결국에 먹는다. 그런 후에 또 후회를 한다. ‘먹었으니까 또 여드름이 나겠다.’, ‘나는 똑같은 행동을 또 반복했구나. 한심하다.’. 




어떤 음식은 절대로 먹으면 안된다는 생각과 반드시 자연식물식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벗어나 음식의 맛을 느끼고 요리하는 즐거움을 얻으며 식단조절하고 싶은 마음에 로푸드와 채식 베이킹을 찾게 되었다. 이번에는 정말 즐겁게 건강한 식습관을 만들어서 여드름을 없애보고 내가 좋아지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배우면서 재미있고 유익했지만 막상 하려니 귀찮고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어쩌면 9년째 내 얼굴에 있는 여드름이 몸속의 건강을 챙기라고 알려주는 신호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여드름이 지금보다 더 심해지지 않도록 남의 시선이 아닌 나와 나의 행복을 위해서 그리고 나로 인해서 같이 힘들었던 가족들을 위해서 건강한 식사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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