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감이 찰지고 도톰한 중면에 삶은 콩나물과 채친 오이, 양배추 샐러드를 얹고 메추리알과 방울토마토를 고명으로 올려 만든
올모스트 비건 비빔국수!
메추리에게 미안하게도 한 생명이 오롯이 희생되었다.
재택근무 초기에는 배달앱을 즐겨 사용했다.
배땡, 요기땡, 쿠땡이땡 등 배달앱마다 지역별 맛집이 즐비하니, 먹고 싶은 걸 시켜 먹으면 됐다.
내 입 맛대로 맘껏 시켜 양껏 먹었다. 배달음식이니 조리에 시간이 소요되지 않아, 점심시간 한 시간 안에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가능하다.
반려견 산책도 시키고, 나도 산책하고, 커피나 차도 여유 있게 음미하고, 주민센터나 관공서 볼 일도 보고, 이러저러한 잡다한 일들을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아 맞다! 재활용 쓰레기도 처리해야지.
근데 이 아파트 재활용 처리 날짜가 일주일에 1회뿐인 것, 너무 팍팍하다. 요즘처럼 배달음식으로 재활용 쓰레기 넘치는 시기에! 3일만 지나도 재활용 바구니가 가득 차고 만다. 1인 식사에도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는 건, 사실상 배달음식이 1인분 이상을 주문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혼자만을 위한 식사량으로 떡만둣국 한 그릇이면 되는데 꼭 사이드 메뉴로 찐만두, 꼬마김밥 등 추가 메뉴를 장바구니에 담아야 1회 주문 가능 금액에 도달한다. 결국 1인 식사 주문에도 포장쓰레기가 쌓인다. 2인 이상 가구야 말해 뭣하리.
평소에 플라스틱 쓰레기와 기후변화에 아주 큰 관심을 기울이지 못한 나도, 쌓여가는 쓰레기를 보면 한숨이 나오고, '이대로 괜찮을까?' 불안해진다. 얼마 전 사진으로 본, 플라스틱 어구를 목에 감고 괴로워하던 물범의 절박하고 까만 눈동자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안 되겠다. 언제까지 배달음식에 의존할 순 없어.
필요 이상으로 많이 주문하고 많이 먹고, 오후 내내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요즘은 시간을 많이 안 들이고 몇 가지 식재료로 단탄지 균형도 어느 정도 고려한 단품을 곧잘 해 먹게 되었다. 장 보는 재미도 솔솔 하고, 무엇보다 과식을 하지 않아 좋다. 1인 가구에 맞게 식재료로 소량으로 포장되어 나오거나, 소분하여 저장해 두었다 사용하면 되니, 메뉴만 잘 고려하면 비용면에서도 사 먹는 것보다 절약된다.
가끔은
사무실 근무 (이런 구분이 생긴 것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가 아닐지.) 날 점심식사가 생각난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업무의 연장이다. 노동시간에서는 제외되지만. 한국계 회사는 근무의 연장으로 보고 점심 식대를 지급한다. 당장 돌아가는 업무와 관련은 없지만 동료와의 일상적인 관계도 업무 연관성이 있다. 어느 정도 조직생활, 사회생활을 통해서 네트워크도 하고, 잠재적 협업 시 서로를 편하게 만들어 줄 수도 있다. 요즘은 지양하지만 가끔은 점심시간까지 업무가 이어지기도 한다. 유달리 '런치 미팅'을 좋아했던 조직의 수장이 생각난다.
한편, 직장 동료와의 식사는 '메뉴 통일'이라는 남북통일만큼이나 어려운 과제에 종종 직면하는데. 직장인들이 흔히 쓰는 전략은 연공서열에 의하거나 또는 그 역방향으로 가거나.
- 부장님 드시고 싶은 거 드시죠?
- 오늘은 막내가 먹고 싶은 걸로 갈까?
최고 서열과 최하위 서열 어딘가에 존재하는 미생들은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제발 거기는 가지 말자 하며 처분을 기다리게 된다.
사실 부장님은 쉽다. 이미 그 또는 그녀의 최애 메뉴를 파악하고 있는 '빼꼼이'가 있으니까
부장님이 오늘은 '얼큰 순두부집으로 가 볼까?', '오늘은 이태리 파스타 먹으러 갈까?' 하기 전에.
- 거기는 어떠십니까?
- 어, 그래! 거기 좋지.
- 하하하하하 저희도 좋아요.
부장님의 최애 메뉴를 눈치 빠르게 제안하는 그들의 재치와 조직생활 만렙 스킬이 새삼 고맙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오늘은 사회생활하는 날, 허허허 잘 웃고 주린 배 채우고, 커피까지 야무지게 부장님 법카로 얻어마셔야지.
뭐,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이런 모습들이 연출되곤 한다. 재택근무 중 혼자서 식사를 챙기다 보니, 가끔은 그런 날의 점심 풍경이 그리워지기도.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