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 나는 이사 온 곳에서 조금씩 적응하고 있어. 처음엔 쓰레기 버리는 것도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니, 이젠 제법 적응해서 사람들도 만났어.
오랜만에 미용실에 갔어. 일하는 동안 펌을 한 번도 못했던 것 같아. 드디어 이번에 길게 기른 머리를 자르고, 펌을 했어. 몇 시간 동안 미용실 원장님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어쩐지 나를 찾은 기분이었어. 내가 있던 곳에서는 다들 내 눈치를 본다거나, 나를 위로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는 그냥 우리 사는 이야기를 시시콜콜하게 할 수 있잖아.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나로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그렇게 작은 모임에도 나갔어. 모두 낯선 얼굴들이라 너무 어색했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거니까. 차분하게 상황을 살피며 천천히 대화를 이어나갔어. 낯선 상황에서 난 보통 어쩔 줄 몰라하는 편이지만, 그게 또 나니까. 너무 붙임성 있는 척할 필요 없이,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색깔로 어필해 나가려고 하였어. 그래서 친구도 친한 사람도 생기지 않았어! 하지만 애타지 않아. 급히 사귄 친구는 마치 급히 먹은 밥처럼 체하기 마련이거든.
민아, 아마도 너처럼 좋은 친구를 사귈 수는 없을 것 같아! 그래도 그냥 '나'라는 사람을 좋게 생각해 주는 사람이 곁에 생겼으면 좋겠어. 그리고 인연의 소중함과 그 무게를 중히 여기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 나도, 편안한 분위기로 편안함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어. 그래서 그냥, 나로 존재하며 살고 싶어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