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는 결혼 생활을 하면서 사소한 일에도 갈등하는 순간들을 만난다. 그런 갈등을 경험하면서 "우리 부부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도 갈등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부부는 유난히 이렇게 갈등이 많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 부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부부가 그런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조언한다. "사랑이 있으니 갈등도 하지, 나이 들어봐 아예 무시하고 산다니까. 그래도 갈등한다는 것은 사랑이 남아 있다는 거야." 그런데 문제는 이 말이 부부간의 갈등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라는 사실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부부가 사소한 일에도 갈등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그 해결책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 사람만이 가지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우리는 그것을 ‘기질’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의 기질을 검사하는 설문지 가운데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라는 것이 있다. 이 지표는 ‘C. G. 융’의 ‘심리 유형론’을 근거로 하여 만든 지표인데, 이 지표에 보면 사람들이 가진 기질이 얼마나 다양한 가를 알 수 있다. 이 지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사람들의 기질의 다양성을 설명하는데 좋은 지표가 되기 때문에 이 지표에 근거하여 부부의 기질의 차이에 대하여 간략하게 나누어 보고자 한다. 여기서 우리는 부부가 사소한 일에도 그렇게 목숨을 걸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갈등하는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사람들은 외향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으로 기질을 나눌 수 있다.
외향적인 사람은 밖에 나가서 활동하고, 사람들과 만날 때 에너지가 생긴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인 사람이 있다. 내향적인 사람이다. 이 사람은 밖으로 나가 활동을 하고,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혼자 있을 때 에너지가 생긴다. 예를 들면 남편은 내향적인 사람이고, 아내는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자. 쉬는 날이면 남편은 한 주간 동안 바깥에서 에너지를 쓰고, 휴일에는 집에서 쉬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려고 한다. 그래서 휴일이 되면 좀처럼 집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주로 TV 앞에 앉아서 시작하다가 점차 눕게 되고, 나중에는 아예 소파에 길게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 스마트 폰을 충전하듯이 충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내는 외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휴일에 남편과 아이들과 같이 외출도 하고, 놀이 공원도 가고, 맛 집도 가고 싶어 한다.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제발 휴일은 집에서 쉬자고 말하고, 아내는 휴일 만이라도 같이 나가서 시간을 보내자고 말한다. 이러니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부부간의 외향성과 내향성이라는 다른 기질이 부부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첫 번째 요인이다.
삶에 다가오는 문제와 일들에 대하여 어떻게 인식을 하는가에 따른 기질의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일이 생겼을 때 현실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직관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이 있다. 현실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은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것에 초점을 맞추고 이미 일어난 일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 그와는 반대로 직관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하여, 미래에 대하여 관심을 가진다. 예를 들면 남편은 현실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이고, 아내는 직관적인 인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만났을 때 남편은 지금 문제에 대하여 현실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한다면, 아내는 아직 다가오지 않았지만 이 문제를 통하여 앞으로 미래에 어떤 일이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문제에 대처하고자 한다. 서로 문제에 대하여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인식의 차이로 인하여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부부가 같이 자영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사업 운영에 있어서 남편은 늘 현실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자고 하고, 아내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매일 갈등의 요소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가 부부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두 번째 요인이다.
사고방식에 있어서도 기질의 차이가 있다.
어떤 사람은 이성적 중심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감정적 중심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 있다. 이성적 중심의 사고를 하는 사람은 논리적이며, 객관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사고를 한다. 이런 사람은 논리적이지 않거나, 객관적이지 않으면 어떤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기를 힘들어한다. 감정적 중심의 사고를 하는 사람은 이성이나 논리 중심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느낌을 중요시 여긴다. 예를 들면 남편은 이성적 중심의 사고를 하고, 아내는 감정 중심의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자. 전문 투자 상담사로부터 어떤 새로운 투자 건이 생겨서 제안을 받았는데, 남편은 그 사람이 제시하고 있는 자료에 근거하여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을 한다. 제안을 받아보니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투자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내는 그 문제에 대하여 이성이나 논리적인 접근보다는 그 투자를 제시하는 사람에 대하여 느낌이 좋지 않다고 그 투자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남편은 그 사람이 느낌이 어떠했든지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수치와 수익률과 같은 논리적인 자료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아내는 그 사람이 느낌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이 제시하는 자료를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사고방식의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부부는 같은 사건을 보아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갈등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부부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세 번째 요인이다.
생활양식에 따른 기질의 차이가 있다.
어떤 일을 할 때 계획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사람이 있다. 계획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따라서 해야 마음이 안정되고편하다. 자신이 정한 룰을 꼭 지켜야 하는 완벽주의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와는 반대로 즉흥적인 생활양식을 가진 사람은 규칙에 의해서 살기보다는 즉흥적인 결정을 잘한다. 예를 들어, 남편은 즉흥적인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고, 아내는 계획적인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부부가 2박 3일간 동해안 여행을 가기로 정했다. 삶의 스트레스도 풀고 부부간의 관계를 더욱 친밀하게 하기 위해서 여행을 계획한 것이다. 그런데 남편은 즉흥적인 생활양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단 집에서 차를 가지고 떠나면서 배가 고프면 어디 든 지 들려서 밥을 먹고, 좋은 곳에서는 시간을 좀 더 많이 갖는 여행을 원한다. 그러나 아내는 계획적이고 완벽한 생활양식을 원하기 때문에 여행 계획표가 먼저 나와야 한다. 어디서 밥을 먹고, 잠은 어디서 자고, 전체적인 경비는 얼마 정도가 들어가고, 이런 스케줄이 있어야 마음이 편하다. 이런 생활양식의 차이로 인하여 남편과 아내는 갈등할 수 있다. 남편은 아내에게 "여행까지 가서 꼭 짜인 스케줄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좀 여유 있게 여행을 하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아내는 "그렇게 되면 시간도 낭비가 되고 경제적으로도 낭비가 될 수 있으니 여행 스케줄을 짜서 그것에 맞추어서 여행을 하자"라고 말한다. 그래서 부부는 여행을 떠나기도 전에 갈등이 시작되고, 여행 내내 남편과 아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쉬려고 떠난 여행인데 집에 돌아올 때는 부부간의 갈등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생활양식의 차이가 부부를 갈등으로 몰아가는 네 번째 요인이다.
부부는 갈등이 생기면 “우리 부부는 성격의 차이가 크다”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성격의 차이가 아니라, 부부가 가지고 있는 '기질의 차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좋은 것은 결혼하기 전에 서로의 기질의 차이를 확인해보고, 서로의 기질이 비슷한 사람이 결혼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이미 결혼을 했고, 부부의 기질의 차이가 크다면 그 기질의 차이를 극복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기질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기질이 나와 다른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각자 다르게 태어나기 때문이다. 내향적인 배우자를 둔 아내는 “남편이 나와는 다르게 내향적이어서 휴일에 집에 있기를 원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남편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당신이 내향적이어서 매주 휴일에 집에서 쉬는 것을 좋아하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가 어려우니 당신이 좀 힘들더라도 같이 나가서 아이들과 같이 놀아주면 어떨까?”라고 남편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남편은 자신의 약한 기질인 외향적인 부분을 의도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싫더라도 남편은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외출하는 작업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부부의 다른 기질도 이와 같이 서로의 기질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기질이 다른 점을 인정해 주고, 서로 자신의 기질의 약한 부분을 상대 배우자에게 맞추어 발전시키려는 시도가 중요하다. 모든 것이 완벽해야 편하고, 즉흥적으로 결정해야 편한 부부는 서로의 기질의 차이를 인정해 주며, 서로가 중간 지점으로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완벽을 요구하는 사람은 조금 덜 완벽해도 아무런 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고, 배우자가 계획적인 사람인 경우에 상대방 배우자는 배우자와 같이 행동을 해야 할 때, 즉흥적인 행동을 하기보다는 좀 더 계획을 세워서 배우자가 편한 마음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질이 서로 잘 맞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세월에는 놀라운 지혜가 들어있다. 젊은 시절에는 부부가기질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을 힘들어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머리에 힌 머리카락이 하나씩 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서로의 기질의 차이에 대하여 눈을 뜨는 부부들이 있다. “내 배우자가 내가 싫어서 나와 갈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기질이 달라서 갈등을 하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오랜 부부 생활 가운데 갈등을 하다 보니 득도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부부는 서로에게 맞추어 주며 상대의 기질을 존중해 주며 서로의 입장에 좀 더 다가 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배우자의 기질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배우자에게 맞추어 주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부부간에갈등하고 있는 부부가 있는가? 이 글을 남편과 아내가 서로 같이 읽어보고, 서로의 기질의 차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그대로 부부의 기질을 받아주고 이해하며, 배우자의 기질에 내가 조금씩 맞추어 가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나를 못살게 굴려고 나의 배우자가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님을 이해하는 것이 부부간의 갈등 해결의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