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질투감 들여다보기
글쓰기 인스타그램 계정에 '좋아요'가 여러 개 눌렸다.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계정을 눌러 글을 구경했다. 그중 하나의 글에 내 마음이 술렁 했다.
글쓰기 계정을 만들고 한 달여 만에 1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얻게 되었다. 사실 1년 목표를 천명으로 잡았는데 감사하고 신기하게도 금방 달성하게 되었다.
한 달 만에 천명이라니.. 대단하다.
나는 올해 초에 신규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쓴 지 반년이 가까이 되었는데, 주변 지인 외에는 좋아요나 팔로워는 별로 없다. 글쓰기 습관을 만들기 위해 시작했던 일이었고, 팔로워를 모으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생각도 안 했던 포인트였으나, 괜히 숫자가 강조되는 글을 마주하고 보니 기분이 다운되었다.
내가 처음에 원했던 것은 꾸준한 습관과 나에 집중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왜 이런 감정이 튀어나오는 걸까.. 내 마음이 왜 이럴까 계속해서 물어보다가 하나의 생각이 떠올랐다.
아, 나 질투하네?
질투,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내가 질투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그 감정 안에 들어가 있다면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자존심도 세우게 되고 변명거리를 늘어두게 된다. 딱 내가 그런 것처럼!
이 마음을 마주치고 나니 웃음이 픽하고 나왔다.
질투감을 무시하기보다는 활용해 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질투감을 느끼는 건 나의 열정이 향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내 글은 왜 인기가 없을까?
좋은 글이란 다른 사람에게 유용한 정보를 줄 수도 있고, 공감을 주거나 인사이트를 전해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있을까? 글쓰기 모임을 하면서 내가 느낌 감정의 변화나 생활에 대해서만 주절주절 써 내려갔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글을 발행하기 전에 이 글이 닿아 읽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쓰기를 하도록 신경 써야겠다.
이번주 글쓰기 모임에서 주어진 질문은 아래와 같다.
[이번주 글감 목록]
'포'라는 키워드로 자유롭게 써보아요!
팬데믹을 지나온 나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여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영화나 책, 노래가 있으신가요?
오늘 마무리하기로 계획한 일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월요일에 제안된 '포'라는 키워드를 듣고, 나는 포도가 떠올랐다. 포도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여섯 살의 내가 함께 나타난다.
포도를 떠올리면 여섯 살의 작은 내가 함께 나타난다.
유난히도 내성적이었던 나는 모든 게 부끄러웠다. 어느 날 교실에서 받아쓰기를 했는데, 선생님 입에서 나온 단어는 ‘포도’였다.
포도, 간단한 단어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명랑했던 친구 향기가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피읍을 먼저 쓰고, 오를 밑에다가 써봐”
아하! 피읍과 오를 쓰면 되는구나.
그렇게 완성된 내 포도는 피읍에 말 그대로 오를 붙여서 상형문자처럼 되어 버렸다.
선생님은 “그게 아니고 포도는 이렇게 쓰는 거야”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셨지만 나는 또 부끄럼이 올라왔다.
나도 모르게 작은 테이블 밑으로 들어가서 눈도 가리고 엎드려서 한참을 누워있었던 기억이 난다.
향기는 또 나에게로 와서 “괜찮아?”라고 물었지.
서른다섯이 된 지금도 선명한 기억이다.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이번주의 독서모임은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그럴 수도 있지.
예전에는 계획을 하고 난 후 지켜지지 않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목표 달성에 실패라도 한 것처럼. 그래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도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마음의 여유로움을 찾았다. 오늘 글을 쓰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여의치 않는다. 내일 다시 쓰면 되지. 곧 글을 쓸 것이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나에게 있으므로.
이 마음가짐이야말로 반년 가까이 글쓰기를 하면서 얻은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