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지구 한 바퀴 대서양 횡단 크루즈
위의 모형들은 숙소를 청소하고 서빙하는 종업원들이 타올로 만든 동물 모형들. 경진대회 출품작들이다.
중간에 기착지 없이 계속 8박 9일을 달려야 되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많은 행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와 쇼는 물론이고 승객 장기자랑이나 토크 쇼 등 참여할 프로그램은 엄청 많은데 우리가 참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즉 문화의 차이와 언어의 장벽이다.
영화나 쇼, 서커스 등은 그냥 보고 즐기면 되지만 토크 쇼 같은 것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여 다른 사람들이 웃을 때 같이 웃을 정도의 듣기가 되면 되지만 앞에서 떠드는 사람이 이야기하고 관중들이 폭소하며 소리를 지르는데 무슨 영문인지 몰라 헤매면 그건 참여하는 시간이 즐기는 시간이 아니라 고역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암벽등산 체험장이다. 실제로 가끔은 여기에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것뿐만 아니라 탁구, 골프, 파도타기 등 각종 시설들이 완비되어 특기에 맞춰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낮에는 우리들의 숙소에서 밤에는 사람들이 없는 갑판 위에서 이렇게 대금을 불며 소일했다. 매일은 아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장기자랑 신청을 하려다 망신당할까 봐 포기...
혹시라도 크루즈 여행을 즐기려면 내 특기는 하나 가지면 좋을 것 같고 사교댄스도 좀 하면 춤추는 시간에 사교춤 한번 댕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더욱 큰 바람은 토크쇼나 아님 사회자가 우스운 이야기를 했을 때 남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정도의 영어 실력이 있으면 금상첨화이겠고...
우리도 나름 부부가 스포츠댄스도 배우러 다닌다고 다니고 같이 대금도 배우며 하나의 장기를 만들려 노력했고 영어도 배운다고 이곳저곳 영어 크래스에 들어가 공부도 한다고 했었는데 실전에 들어가니 아무것도 하는 게 없었다.
그리고 이런 장기의 크루즈 여행은 마음에 맞는 일행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같이 여흥도 즐기고 각종 게임도 같이 하며 저녁에는 칵테일이나 생맥주에 이야기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여행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에 좋을 것이다.
수영장 앞의 무대에서는 가수들이 나와 노래와 연주를 하고 젊은이들은 수영을 즐기며 감상하고 나이 드신 분들은 그들을 보며 즐긴다. 자기들의 취향에 맞게 앉아서, 서서, 그리고 카페에서 칵테일이나 생맥주를 마시면서 즐기기도 한다.
카나리제도의 라팔마 섬을 떠나온 지도 4박 5일이 지나며 북대서양의 망망대해를 계속 달린다. 망망대해지만 우리의 위치는 언제나 확인이 가능하다. 방의 텔레비전을 틀거나 크루즈 안내소 옆의 대형 모니터를 보면 우리가 가고 있는 위치가 표시되고 스마트폰의 지도를 열면 Wifi나 데이터가 없어도 GPS상의 위치가 표시되어 어디쯤 가고 있다는 표시는 나온다.
장시간의 크루즈 여행에는 충분한 소일거리가 필요하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대금 불기가 주 소일거리였고 대금 관련 동영상과 음악이 주를 이루었다. 5개월에 걸친 장기 배낭여행이기에 책은 가지고 다닐 수가 없었다. 특히 가이드북도 한 권 챙기지 못했다.
배낭여행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책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크루즈에서의 Wifi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의 비용을 부담하여야 된다. 그러므로 크루즈에 타면 인터넷 세상 하고는 담을 쌓고 살아야 된다. 크루즈 여행 반쯤 지났을 때에 파격적인 할인 가격이라고 하는데도 하루에 우리 돈 몇 만 원 하는데 크루즈에 있는 기간이라도 인터넷에서 해방되는 기분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또 밤이 지난다. 그래도 크루즈는 쉬지 않고 계속 달려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