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대륙을 누비다.
베를린에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까지는 기차로 약 16시간이 걸린다. 베를린에서 16시 40분에 뮌헨 가는 기차를 타면 23시 13분에 도착하고 곧바로 23시 35분에 출발하는 베네치아행 기차는 다음날 아침 8시 24분에 도착한다.
뮌헨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가는데 비가 억수로 내린다. 비만 오는 것이 아니고 번개와 천둥이 내려친다. 내일이 걱정이 된다. 하지만 아침이 되어 베니스에 도착하니 비가 온 흔적도 없다. 하기야 뮌헨과 베니스와 거리가 얼마인가? 공연한 걱정을 한 것이다.
어제 아침에 함부르크를 출발하여 베를린에서 거의 온종일 돌아다니다 기차를 타고 밤새 달려와 아침을 맞는다. 좀 쉬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을 갔다 오는 바람에 4박 5일이 소비되었기 때문이다.
기차에서 내려 배낭을 맡기는데 여기는 락카에 넣는 것이 아니라 짐 하나에 10유로 가까이 받는다. 그것도 5시간이 지나면 추가 요금을 내야 된다. 우리의 짐은 배낭이 두 개고 또 들고 다니는 것이 2개다. 배낭은 그렇다 치더라도 들고 다니는 것을 2개를 1개로 만들면 10유로는 절약이 되어 그러려고 했더니 그냥 맡기자고 한다. 아까운 마음에 하루 종일 마음이 언짢다. 40 유로면 하루 숙박비인데...
1997년도에 그때는 직원과 같이 여기 베네치아에 늦은 밤 도착하여 숙소를 잡는데 엄청 애를 먹었고 또 비용도 무지 비쌌다. 그리고 여행의 막바지여서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났는데 이번에도 좋지 않은 추억이 남은 것이다. 힘들고 비싸고.
베니스는 수로와 골목의 도시다. 돌아다니다 보면 길을 잃어 왔던 길이 다시 나오고 또 걷다 보면 길이 막혀 되돌아 나오기를 반복하며 시내를 돌아다닌다. 걸어서 돌아다니기가 지치면 배를 타고 돌아다녀 본다. 여기에서 배는 필수품이다.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차가 아닌 배가 쓰레기를 싣고 간다. 생필품도 배로 전부 나르고 이동도 배로 한다. 여기는 골목과 수로로 이어져 있어 섬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심지어 오토바이도 없다. 골목도 층계로 이어진 곳이 많아 그렇단다. 그리고 관광도 곤드라로 하고.
지난번에 왔을 때 하고 17년이 지났는데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하기야 건물도 거의 그대로고 배들도 비슷하다. 사람들이 바뀌었을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많이 살고 있겠지만 관광객은 많이 바뀌었겠지?
어제부터 무리한 여행에 피로가 쌓이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서 빨리 들어가 자고 싶다. 하지만 여기서는 잘 수가 없다. 우리는 밀라노에 숙소를 정해 놓았다. 밀라노에서 오늘 밤 자고 내일은 다시 나포리로 갈 것이다. 그리고 나포리에서 로마와 퓌렌체를 거쳐 밀라노에 다시 들어올 예정이다.
이제 지친 몸을 이끌고 역으로 들어와 짐을 찾는다. 5시간을 넘겼다고 돈을 더 받는다. 짐 한 개당 10유로가 훨씬 넘는다. 저 조그만 가방에 든 것은 가치가 10유로도 안 나가는 음식과 고추장이 들었는데 정말 너무하다는 생각이다. 정말 베네치아는 모든 것이 비싸고 또한 사람들도 불친절한 것 같다. 관광객들에게 너무 찌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님 관광객들을 등쳐 먹기로 작정을 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
베네치아의 여행에서 아름다운 경치와 좋았던 것만 간직하고 그렇지 못한 것은 저 바다에 던지고 가자. 베네치아에서 밀라노까지는 기차로 2시간 35분이 걸린다.
좀 더 많은 사진과 이야기는 제 유튜브에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