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기차로 유럽 대륙을 누비다.
프랑스 철도의 파업으로 리스에서의 꿈같은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스페인을 향하여 출발한다. 오늘 중으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도착할 수 있을지 몰라 숙소 예약은 하지 않았다.
기차는 장거리를 운행하는 것이 아닌 통근 열차와 비슷한 지역 간을 운행하는 열차다. 그러므로 계속 기차를 갈아타야 된다.
일단 리스에서 바르셀로나의 방향에 있는 레 아흑크라는 곳까지 간다. 기차는 세련된 멋이 있는 고급 기차는 아니지만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지중해의 풍경은 더없이 아름답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런 휴양지에서 며칠간이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
새벽에 일어나 하루 종일 기차를 갈아타며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것은 늦은 밤이었다. 기차역에 도착하여 숙소를 잡으려니 막막하기만 하다. 다행히 기차역 안에 맥도널드가 있어 와이파이가 잡힌다. 여기에서 전철로 세 정거장 인근에 호텔이 있다. 무조건 예약하고 찾아 들어간다.
숙소는 바르셀로나의 최고의 번화가 람블라 거리 인근에 있었다. 지하철에서 내려 숙소에 가는 길은 늦은 밤인데도 인파들로 넘쳐 났다. 숙소에 짐을 풀고 식당에서 밥을 먹으려다 마땅치 않아 패스트푸드점에서 먹을 것을 사들고 들어와 숙소에서 먹으며 작전을 짠다. 일단은 바르셀로나를 벗어나 남서쪽 발렌시아로 가서 숙소를 정해 놓고 다른 여행지를 물색해 보기로 한다.
10월 19일 유레일패스가 끝나면 바르셀로나로 돌아와 크루즈를 타는 26일까지 여기에서 머물러야 되기 때문이다.
다시 기차 여행의 시작이다. 바르셀로나에서 발렌시아까지는 고속열차로 약 3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발렌시아에서 하루는 마드리드를 다녀오고 또 하루는 세비아를 다녀와서 유레일패스의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사라고사를 거쳐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는 것으로 여정을 잡았다.
발렌시아의 숙소는 호스텔로 식당도 갖춰져 있고 시설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으나 여기에도 한국인 관광객은 없었다. 바르셀로나에는 한국 관광객이 많았었는데.
오늘은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로 간다. 발렌시아에서 마드리드까지는 고속 열차로 약 1시간 45분이 소요된다. 깜깜한 새벽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숙소에서 기차역까지 걸어와 다시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에 도착하니 벌써 몸은 파김치가 되었다
.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이기에 의무감(?)으로 오긴 왔는데 꼭 와야겠다는 생각이 없어 별로 준비도 하지 않았고 정보도 없었다.
발렌시아에 와서 하루는 마드리드, 하루는 세비아와 그런 다음 유레일패스의 마지막 날인 10월 19일에는 발렌시아에서 사라고사를 지나 바르셀로나로 오기로 했는데 발렌시아에서 사라고사 가는 기찻길이 아주 예쁘다는 말에 유레일패스로의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로 했던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여기에서도 지도 어플을 보면서 시내를 걸어 다닌다. 돌아다니다 보니 레티로 공원이 나온다. 드넓은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관광을 즐기고 있다. 우리도 그들에 끼어 본다. 공원을 지나 나오니 마드리드 독립문 알카라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내려오니 시내의 중심가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니 한국 식당이 보인다. 들어갈까 하다 포기한다. 지난번 암스테르담의 한국식당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경험도 있고 우리가 묵고 있는 숙소에서 취사를 할 수 있어 된장과 고추장으로 찌게도 만들어 먹을 수 있어 한국음식에 대한 욕구가 그리 심하지 않아 오늘은 참기로 한다. 좀 더 가니 허름한 음식점이 줄지어 있다. 그중에 유독 많은 사람들이 있어 들어가 보니 앉아서 먹는 식당이 아니고 서서 먹는 식당이다.
케밥 종류인데 음식을 시키면 즉석에서 접시에 담아 내주고 그것을 들고 탁자에 놓고 서서 먹고 나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들어가 낄 자리가 없다. 아내가 눈치껏 사람들 틈을 비집고 자리를 잡고 나는 주문하여 같이 먹는데 1인분을 시켰는데도 둘이 먹고도 남을 양이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다니는데 기차역에서 가까운 조그만 공원에 그림을 놓고 파는 사람이 있어 구경하다 잠시 쉬는데 한국 관광객을 만났다. 젊은 여자 2명이었는데 스페인으로 배낭여행을 왔다 한다. 우리들의 여행 코스 이야기를 듣더니 어이없어한다. 어떻게 나이 든 두 사람이 그렇게 여행을 할 수 있느냐며 놀라워하면서도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으나 우리와 같이 오랜 시간을 허비하기가 아까운지 인사를 하며 헤어진다. 하기야 우리가 생각해도 조금 무리는 무리였다.
잠시 쉬고 또 걸어 나가 본다. 그러다 만난 길거리의 서커스. 교통신호가 바뀌면 재빨리 길거리로 뛰쳐나와 거리에서 묘기를 부린다. 그리고 신호가 바뀌기 바로 전 신호 대기 중인 자동차로 다가가 팁을 받는다. 신호대기 중에 멋진 공연을 본 운전자들이 기꺼이 팁을 선사한다.
이제 유럽 여행도 끝나가고 바르셀로나에서 크루즈를 타고 미국으로 넘어갈 것인데 10월 26일 크루즈를 타기 전까지 미국 여행이 끝나고의 여행지를 결정해야 된다.
크루즈 안에서는 와이파이가 공짜가 아니다. 전에 싱가포르에서 탄 경험으로 보면 비싸도 정말 비싸다. 그래서 크루즈 안에서는 외부하고의 모든 연락은 두절이 된다고 생각해야 된다. 그러기에 행선지를 결정하고 비행기 표 등을 미리 준비해야 미국 입국 심사 시 이야기를 해야 되지 그렇지 않으면 입국이 거부될 수도 있기에 미리 준비를 해야 된다. 미국에서 남미로 넘어갈지 아니면 미국에서 한국으로 바로 와야 될지.
미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오게 되면 그냥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셈이다. 한국에서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유럽을 갔다가 배로 대서양을 건너고 다시 미 대륙을 돌아 비행기로 태평양을 건너면 지구 한 바퀴가 되지 않을까?
숙소에서 맛있게 저녁을 지어먹고 다시 잠자리에 든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내일은 다시 기차를 타고 세비아로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