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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Sep 01. 2020

세계인의 여유

급하지 마! 느긋해도 돼

예전, 한 방송에서 헨리의 캐나다 가족의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여 집에서의 일상을 보여주는 그의 영상을 보며 많은 패널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아빠와 같이 악기를 연주할 수가 있지? 

아빠와 차를 타서 같이 노래를 부른다고?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하기도 힘든 그러한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이었다. 



미국의 땅 덩어리는 우리의 50배 정도 된다. 그런데 인구는 3억 명이 조금 넘으니 우리나라 대비 아직은 한참 여유 있는 땅이다. 한강에 가면 강줄기를 따라 빼곡히 아파트들이 서 있는 우리나라를 보며 숨 막힘을 느낀 적이 있다. 


몇 시간을 달려도 쭉 초원이 펼쳐져 있는 미국은 국립공원도 광활하고, 붐비는 대도시의 핫한 쇼핑몰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곳은 주차할 곳, 주차공간의 크기도 넉넉한 편이다. 넓은 땅, 그들의 삶이 뭔가 더 여유 있어 보이는 이유인 것일까? 




반면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조급해 보이는 경우가 많다. 8282 빨리빨리는 어느새 한국인의 상징이 되었고, 빨리 돈 벌어서 빨리 집 사고, 차 사고, 애 교육시키고 좋은 대학 보내야지, 나도 얼른 더 잘살게 일 열심히 해야지 하며 바쁘기만 한 것 같다. 


빨리빨리라는 우리나라의 문화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더욱 빠른 서비스와 편리함을 준 면도 있지만, 이러한 마음가짐이 우리를 더 여유 없고 다그치는 사람들로 바꾸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빨리 애 키워놓고 행복하게 살자는 우리는 미래만을 바라보며 현재를 견디고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꼬마 니콜라


어릴 적 읽었던 소설, 꼬마 니콜라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한 달이나 되는 그들의 휴가였다. 


프랑스는 바캉스를 참 길게 즐긴다. 프랑스어인 바캉스(vacance)의 어원은 라틴어 바카티오(vacatio)다. '무엇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비우는 것'이라는 뜻인데, 우리 인간들에게 참 필요한 그것이다. 


점심시간도 세계 다른 여러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긴 편인데, 쉴 때는 확실히 쉬고 에너지 충전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짧으면 고작 3박 4일 여름휴가로 받는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른 문화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누구도 내게서 휴일을 뺏을 수 없다”라고 말했고, 9년째 이탈리아의 휴양지에서 남편과 휴가를 보낸다고 한다. 그녀의 휴가 패션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수년 째 아주 편안해 보이는 체크무니 티셔츠에 베이지색 바지 차림을 그대로 입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휴가를 반납하고 일하는 것이 미덕처럼 느껴진다. 높은 직급의 사람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월차라도 쓰려하면 눈치를 보게 되는 현실. 설령 휴가를 떠난다 해도 인구밀도는 높고 땅은 좁아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인 것도 현실이다. 어디를 가나 붐비는 사람들. 우리는 어디에서 여유를 찾아야 할까?



이번에도 모자, 옷, 신발, 양말까지 작년과 똑같았다는 메르켈 총리와 그의 남편


우리 가족은 크로아티아에서 5개월을 살았는데, 크로아티아의 대부분의 도시는 늦가을부터 올 스톱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대부분의 식당과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거리는 언제나 한적했다. 관광의 나라라 관광객들이 몰리는 3월부터 9월까지 바짝 일해 돈 벌고, 남은 기간에는 배를 타고 고기를 잡거나, 카페에 수시간씩 앉아 동네 사람들과 수다를 떠는 그들이었다. 


크로아티아의 대학교 수업은 출석체크를 잘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공부만 하게 하는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없었고, 교수들은 학생들의 자율적인 공부를 장려하는 편이었다. 


"이렇게 여유로워도 되나?" 


의무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들었던 나와는 다르게, 학생들은 자율적으로 공부했고 수업에 와서는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수업에 지각을 해도 아무도 뛰지 않았다. 10분 늦었으니 지각 체크를 한다는 교수도 없었다. 그냥 여유로운 곳이었다. 그곳은.


여유로워서, 그래서 언제나 마음이 편했다. 


크로아티아의 한산한 거리


대한민국은 조금은 각박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는 자녀를 키우며 여유를 찾아야 한다. 생사를 걸고 성공하기 위해 노력만 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천천히 즐기며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 하루하루 삶의 무게에 어깨가 짓눌리는 것은 젊은이뿐 아니라 워킹맘, 주부, 아빠들, 아이들, 어르신들 모두 같다. 여유 없는 일상, 코로나 이후 시대에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삶은, 매일 끼고 있는 마스크만큼이나 답답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찾아보자. 쿵푸팬더의 포가 그렇게 찾아 헤매던 Inner Peace 내면의 평화.  


우리나라는 육아를 전쟁이라 표현한다. 물론 아이의 대한 복지와 지원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우리나라에서 주변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은 사실이다. 아빠의 야근, 엄마가 일한다면 혼자 늦은 시간까지 쓸쓸하게 어린이집에 남겨져 있어야 하는 아이, 쳇바퀴 같은 하루하루를 보면 마치 희망이 없는 세상 같다. 하지만, 일상의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인 거야. 


육아 전쟁이라고 생각하면 전쟁같이 힘들고 고단하지만, 내 인생의  길을, 선물 같은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 즐겁게 생각해보자. 힘들어도 삶에 여유를 가져보자.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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