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대표 경력단절 여성으로 활약하고 있는 감주입니다
제가 왜 경단녀가 되었는지부터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미투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둘째 아이를 낳기 전까지 홈쇼핑 방송 일을 했습니다.
함께 방송했던 분은 굉장히 젠틀하고 박학다식하고 쇼호스트 경력도 엄청나신 분이었습니다.
어느 날 대기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그분이 오셨습니다.
허그를 하시더군요. 저는 어메리칸 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니까 반갑게 인사했습니다.
담소를 나누고 방송에 들어갔습니다. 여기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매번 방송을 같이 할 때마다 대기실에 찾아와서 허그를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제 엉덩이를 두 손을 꽉 쥐더군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모른 척했습니다. 30분 뒤면 그분과 저는 전국 생방송을 해야 하니까요.
그날도 방긋방긋 웃으며 방송을 마쳤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저는 그분과 함께 방송하는 다른 분에게 이 일을 털어놨습니다. 그분이 그러시더군요.
"고민되겠다. 근데 우리가 뭘 어떻게 하겠니. 그냥 좋게 좋게 넘어가야지"
이후 그분은 더 노골적으로 추행을 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했을까요?
어색하게 웃으며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이후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저는 그렇게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분은 아직도 홈쇼핑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십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릴까요?
둘째 아이를 낳고 딱 50일이 되던 날 면접을 봤습니다. 면접은 너무 좋았습니다.
향후 스케줄까지 논의하고 마지막에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네. 50일 된 아이가 있습니다"
솔직히 축하받을 줄 알았습니다. 순간 면접관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제가 받은 마지막 질문이 뭐였는지 아십니까? 그럼 아이는 누가 봐요?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 그 능력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너무 어려서 안 되겠네요. 미안합니다"
그렇게 저는 경력단절 여성의 반열에 올라섭니다.
그 당시 저는 어리석게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 사람이 나를 추행한 게 내 잘못은 아닐까? 내가 너무 웃었나?
맞아, 아이가 이렇게 어린데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래. 애가 둘이나 되는데.
그러다 미투 운동이 벌어졌습니다.
그제야 알았습니다. 추행은 제 잘못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어려도 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면접에서 탈락시키면 안 되는 거였습니다.
저는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고민했습니다.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 년 동안 성인권 강사 교육을 들었습니다. 알고 싶었습니다. 이 차별이, 내가 느끼는 이 장벽 이 모멸감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는 것을 넘어서 공론화시키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공감을 일으킬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지역에서 여성주의 스터디 모임을 하면서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함께 맞는 비, 함 비라는 유튜브 채널도 열었습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이런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서 큰 도약이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세상에 저렇게 많은 여성들이 그동안 이런 추행이 있었습니다. 차별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바꿔봅시다 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함께 분노해 주십시오.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는 것을 공감해 주십시오. 그리고 고민해 주십시오.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움직임, 그 인식의 변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