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하는 고백 -3-

사소한 저항, 결국엔 퇴사

by 감주

임금님 귀는 당나귀이고,

나의 대나무는 세상에 단 한그루였습니다.

그 친구 이외에 나는 누구에게도 그때 일을 입 밖에 꺼내지 않았습니다.


아무일도 아니다. 별 것 아니다.

지하철만 타도 엉덩이가 스치는 일은 다반사다. 어렵게 생각 할 수록 그 일은 더 무게감을 가지게 된다.

뭐 좋은 일이라고. 잊자. 에피소드일 뿐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다.


별일 아니지만 별일인 것 같기도 한 그 일은 그렇게 나 혼자만의 기분나쁜 해피닝 정도로 넘어갔습니다.

그분과는 그 이후에도 방송을 같이 했고, 달성률이 잘 나온 날에는 하이파이브를 하고, 달성률이 안나온 날에는 "오늘은 운이 좀 없었다." 하면서 회사 밖에서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다음 방송은 언제지?" 하며 일상을 나누는 그저 '일로 만난 사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또 대기실에 들른 그분은 가볍게 허그를 하고, 다시 제 엉덩이를 두 손으로 꽉 움켜졌습니다.

이미 한번 경험한 일이지만, 이런 일은 두번이던 세번을 겪던 익숙하지 않은 불쾌함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면 안된다' ' 나의 이 불쾌함을 표현해야겠다'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래, 나는 당신의 이런 행동에 동의하지 않는다 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자. 강하게 나가자!!'

이런 강력한 생각과는 달리 저의 사회적 본능은 제 입에서 이런 단어를 끄집어 냈습니다.


"뭐예요~~~~~"


뭐예요, 라니.. 뭐예요가 대체 대관절 그런 상황에서 뭐예요. 는 뭐랍니까.

내 엉덩이를 움켜쥐고 있던 사람을 밀쳐내며 한다는 말이 뭐예요 란 말입니까.


그 순간에도 저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이 상황이 싫다. 이 사람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 사람을 화나게 해서는 안된다. 이 사람이 내 말에 불쾌해서 방송을 영향을 미치면 안돼. 나를 짜르라고 회사에 말하면 안돼'


멋쩍은 듯 웃으며 그분은 "장난이지~~" 하면서 대기실 밖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도 방긋방긋 웃으며 카메라 빨간 불 앞에 서서 방송을 잘 마쳤습니다.

전국에 계신 고객분들이 이 방송을 보고 더 많은 분들이 전화기를 들고 주문전화를 해 주시기를 바라면서.


그래도 말이라도 했지 않습니까.

뭐예요~~ 라고..

잘했습니다. 말이라도 한게 어디입니까. 이제 그분은 제가 그분의 그런 행위를 달가워하지 않는 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을 것입니다.


자꾸만 잘못은 내가 한 것이 아닌데, 내 탓을 하게 됩니다.

나는 집에 아이도 있고, 남편도 있는데 왜 그런 나에게 이런 과도한 행위를 하는거지?

자꾸 죄책감이 듭니다. "오늘도 방송 잘 하고 왔어?" 하며 맞아주는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고 남편에게 털어놔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쉽사리 입을 뗄 수가 없습니다. 이런 일로 남편이 화가 난다거나, 내 일을 못하게 한다거나 그런 사단을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왜 이런일이 생기게 된 것인지 원인을 찾게 됩니다.

내가 너무 웃었나? 그분에게 너무 웃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를 쉽게 본건가?

남편에게 아이에게 죄를 짓는 것 같습니다.

때마침 일 때문에 시골 외할머니댁에 맡겨 놓고 주말마다 내려가서 보던 딸래미가 강한 저항의 메세지를 보내왔습니다. '나 여기 언제까지 있어야해? 엄마 아빠랑 언제 같이 살 수 있어?'


그래. 이런 일도 있는데 다른데서 일하면 되지.

애를 서울로 데리고 와서 다른 일을 잡아보자. 돈은 조금 벌더라도 방송 횟수를 줄이고 애를 케어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알아보자. 이분이랑 계속 일하게 되면 또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이런 상태로 있을 수는 없어. 그래, 이 회사 그만두자.


그렇게 저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의사를 표시했고, 그분과는 쫑파티와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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