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포토그라피100
스토리 47 - 포켓몬 고 이렇게 하는 거 아닌가요? :)
원숭이들이 눈 맞으면서 온천하는 사진으로 유명한 나가노현으로 겨울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사실 사과가 더 유명한데.. 아무튼) 차 안에서 일행들하고 부대끼면서 와서 은근히 지쳤었던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늦은 밤 혼자 밖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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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의 휴게실에 앉아 SNS나 슥슥 넘기며 멍- 때리고 있을 때
5살쯤으로 보이는 꼬맹이가 "이것 좀 봐봐~"라며 말을 걸어왔다.
뭐냐고 하니까, 참.. 닌텐도 스위치에 자기가 잡은 포켓몬 리스트를 쫙- 보여준다. 하하.
'어떤 녀석이 강하고,
어떤 녀석이 약하고,
이 녀석은 엄청 잡기 어렵고,
아! 얘는 진화도 벌써 이만큼 했다!'는 등
처음 보는 사람한테 조잘조잘 잘도 자랑한다.
아휴 귀여워라. 하하.
음- 그런데
확실히 세월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처음 보는 포켓몬들 뿐이었다.
(대략 한 23~25년쯤일까 싶다. 갑자기 시간, 아니 말 그대로 세월이라는 것을 급격하게 느낀다.)
그러면 제일 좋아하는 포켓몬은 뭐냐고 물어보니까-
오..!
'롱스톤'을 보여주더라.
그 뱀처럼 생긴 거대한 돌 포켓몬 말이다.
와..! 어릴 때 나도 참 좋아했던 1세대 포켓몬인데..!
뭔가 찐한 감동…
그렇게 감동에 사무쳐 포켓몬 띠부띠부씰과 게임보이에서의 기억을 살려서 나도 열심히 롱스톤에 대한 지식?을 나눴다.
“맞아~ 바위 포켓몬은 물 포켓몬이랑은 싸우면 절대 안 돼~”
“응 맞아 맞아 정말 약해”
처음 보는 5살 꼬마랑 서른 살 아저씨의 25년의 시간 차이를 한방에 무너트린 롱스톤.
역시 강한 포켓몬이다.
처음 보는 사람과 게다가 세대를 초월해서 공감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신비했다.
그런 점에서 포켓몬이라는 이 문화 매개체가 정말 엄청난 거구나~하고 새삼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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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어느 날 늦은 밤.
오랜만에 몽글몽글한 경험을 하였다.
이름은 ‘사카이 켄지’라고 하는데 나중에 언젠간 또 인연이 있으면 꽤 재밌겠지 싶다.
@ 사카이 켄지는 그렇게 조금 더 자랑하다가, 엄마한테 안 자냐고 빨리 들어오라고 혼나면서 들어갔습니다.
살다가 보면 오랜만에 신선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일화들을 만나게 된다. 마치 특이했던 날씨의 흔적처럼, 감정의 여파가 며칠간 남아 있다. 이럴 때 찍는 사진은 평소와 느낌이 바뀌기도 한다. 만약 최근에 특별했던 일이 있었다면, 당분간은 카메라를 들고 다녀보자. 곧바로 사진으로 담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