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청년 어부들이 걸어가야 하는 길

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by 홍은채
열대어가 잡혔다.




이른 아침.

남편에게서 사진 한 장이 날아왔다.

돔이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누구도 정확히 그 이름을 맞히지 못했다며 아쉽게도 예쁘게 생긴 이 물고기는 ‘잡어’라는 이름으로 헐값에 팔렸다고 했다.

아무래도 열대어로 추정된다며 도대체 무엇일까 무척이나 궁금해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곧장 챗지피티에게 문의를 했고, ‘자리돔’이라는 답을 받았다.

열대,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물고기라고 했고 대한민국 동해에서 잡혔다고 했더니 아마도 온난화로 인해 그런 것 같다는 똑똑하고 야무진 대답까지 들었다.


내가 이렇게 조사해 본 사이 남편은 유명한 유튜브분께 따로 문의를 했던 모양이다.

‘갈돔’이라고 하며 아열대성 돔이고 오키나와, 일본 남부, 인도양에 많이 서식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물고기에 관한 지식을 획득했지만, 암묵적으로 걱정도 한 스푼 얻게 되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턱밑까지 왔다고 해도 피부로 느끼기에는 부족했는데, 이렇게 삶의 현장에서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실감했다는 것이다.

역시나 인간은 눈으로 봐야만 느끼고 깨닫는 존재인가.







마을에는 몇 팀의 청년 어부들이 있다.

남편보다 훨씬 어린 나이인 20대에 어업을 시작한 동생네도 있고, 적게는 2,3살, 많게는 10살 이상쯤 되는 형님들도 있다.

각자의 사연은 다르지만 그들은 대부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이었다.

‘바다’라는 그 자연 아래에 각자의 뜻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

낚시가 취미였던 사람도 있는 반면에, 우리 남편처럼 물고기를 만질 줄 모르던 사람도 있고, 회를 못 먹는 사람도 꽤나 있다.


남편에게서 듣는 청년 어부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는 때때로 흥미를 가져다주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고충도 분명 존재한다.

지구 환경도 점차 나빠져가고 있기에 이따금씩 ‘언제까지 이 일을 하겠냐’는 뉘앙스의 푸념을 들을 때도 많다.

그런 상황에 열대어가 잡히고 있으니 적잖이 당황했을 것 같다.


산업화 이후로 도시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자연은 좀 다르려나 했는데 자연에서 벌어먹고사는 사람들의 성장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어획량이 줄고, 자연재해는 늘고 하니 불안도도 높아진다.

지역인구 소멸로 선원을 구하기가 힘들고 외국인 선원을 채용할 경우에는 숙소 제공을 해줄 수 있어야 하고 여러모로 부담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바다를 떠나지 않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매일 새벽 캄캄한 어둠 뚫고 출항하며 느끼는 설렘이 있을 것이고, 내일은 좀 더 나으리라는 희망이 있을 것이다.



남편은 열대어종에 대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나름의 대비라고 해야 할까.


여유가 되면 열대지방에 가서 어업 현장을 견학해 보자고 남편에게 제안했다.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작은 마을에서가 아니라 전 세계 청년 어부들이 힘을 합쳐 바다를 살릴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꿈을 꿔본다.

개인의 삶이 아닌 전 인류의 삶을 생각하면서 청년 어부들은 오늘도 각자의 방식으로 바다를 지키며 살아간다.







keyword
이전 14화바다마을의 오래된 미신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