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한 남편은 어부가 되었다.
어김없이 돌아온 명절.
나이가 들어서인지, 결혼을 하고부터인지 연중행사가 정말 빨리 돌아옴을 느낀다.
그렇게 2025년 1월. 설.
기나긴 연휴를 맞이했다.
아이들은 3월에 개학이고, 남편은 휴일 없이 일하고 있지만 연휴와 상관없는 삶을 지나고 있는 나는 긴 연휴에 괜히 심퉁이 난다.
장도 봐야 하고, 음식도 해야 하고, 식구들 선물 준비하고 누구 하나 놓친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고……
그렇게 명절에는 체크리스트가 늘어난다.
요즘은 핵가족보다 더 작은 단위의 가족체계를 말하던데, 매번 명절마다 음식을 하면 대부분 우리 먹으라고 싸주신다.
어느 날 문득 생각해 보니, 조상님을 위한 음식이라기보다 내가 먹을 음식 내가 만드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이왕 만들 거 내 입맛에 맞게 만들자 싶어서
어머니께 전이나 튀김류는 내가 집에서 해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면 어머님도 집 어지르지 않게 되어 편하실
거고 덜 신경 쓰셔도 되니까……
그렇게 나는 즐겁게 장을 보고, 나만의 작품 세계로 빠져든다. 좀 더 건강한 재료를 찾고, 정성을 다해 요리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제사를 지낸다는 집이 많이 줄었다.
나야 물론 큰 불평불만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어머님께서는 종종 말씀하신다.
“뱃일을 하기 때문에 제사를 없앨 수가 없다.”라고……
실제로 제사를 지내고 나면 제사음식을 조금씩 잘라 집 담벼락에 뿌리고 배에 가서 막걸리도 뿌리고 하는 다양한 행위를 한다.
우리나라 풍습, 조상신을 믿는 일.
바닷가 마을에 미신이야기는 전에도 글로 남긴 적이 있었다.
영화 ‘모아나’가 떠오른다.
그들의 불안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없기에 그 다양한 행위(?)에 불만을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다.
단지 내가 느낀 것은 믿음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것이다. 그것보다 행위 자체에서 위안을 얻는 걸로 보였다.
어쨌거나 바다 마을에 시집온 며느리인 나는 그 행위에 일조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편은 제사를 지내는 일에 사실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편이다. 허례허식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문화를 지켜나간다는 것은 수많은 갈등과 만나는 일인 듯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 역시도 국내로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또 어떤 날은 숙제처럼 명절을 지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제사 문화를 보여줄 수 있음에 나름의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이곳을 떠나지 않는 한, 제사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지내야 하는 제사라면 기쁜 마음으로 음식을 하려 한다.
좀 더 좋은 재료로 다양한 색을 써서, 적게 하더라도 정성스럽게……
나는 조상신을 믿지 않지만, 마음과 행동을 통한 평화는 믿는다.
그렇게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기를 늘 희망한다.
바다 마을의 미신이야기
+) 독자분들께서도 행복한 명절 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이 많이 받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