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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 Dec 01. 2023

백종원이 극찬한 멕시코 마약 옥수수

멕시코 엘로떼 

멕시코에 오면 타코 이외에도 꼭 먹어봐야 할 길거리 음식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마약'만큼 중독성 있다고 해서 마약 옥수수라고도 불리는 엘로떼(Elote)이다. 


멕시코는 옥수수의 기원, 발상지로 알려져 있는데 지금까지 밝혀진 가장 오래된 옥수수 역사는 7천 년 전으로, 멕시코 피라미드가 있는 테우아칸 계곡에서 발견되었다. 아즈텍, 마야, 잉카 문명 때부터 옥수수는 주식으로 섭취되었다. 마야 문명의 마야(Maya)는 옥수수를 뜻하는 마이즈(Maíz)란 단어에서 파생되어 '옥수수 사람들(Los hombres de Maíz)"을 뜻한다는 설도 있다. 


멕시코 사람들은 옥수수로 만든 또르띠야를 베이스로 한 타코를 거의 매일 먹으니 사실상 오늘날에도 옥수수는 주식이라고도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엘로떼는 말 그대로 옥수수인데 옥수수에 마요네즈를 포함한 다양한 소스와 고춧가루, 라임, 치즈 등을 잔뜩 뿌려 먹는 것을 가리킨다. 


나무 꼬챙이에 구운(혹은 삶은) 옥수수를 통으로 꽂아 팔거나, 옥수수 알갱이만 따로 분리해 컵에 부어주는 형태로 판매한다. 


엘로떼의 맛은 강강강

멕시코 시티 북부 과나후아토에서 엘로떼를 처음 만났다. 과나후아토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저녁이었는데, 3일간 핸드크래프트 축제가 진행 중이었고 흥겨운 음악과 함께 거리엔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중 특히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한 노점상을 발견했는데 바로 '엘로떼(Elote)' 줄이었다. 10분 기다린 후 받은 첫 엘로떼의 맛은 강렬했다. 치즈의 강렬한 짠맛, 고춧가루의 매콤한 맛, 라임의 신 맛 그야말로 제각기 다른 맛이 서로 '강강강'을 주장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마약 옥수수가 단짠에 가까워서 그와 비슷한 맛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멕시코 엘로떼엔 단 맛은 없었다. 

멕시코 마약 옥수수 옐로뗴 
엘로떼 

사실 첫 입에 "와 정말 맛있는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너무나 강렬한 맛은 오히려 오묘하게 다가왔고 꾸덕하게 들어간 크리미한 마요네즈에, 단독으로 먹으면 금세 질릴 거 같았다. 단, 맥주와 먹는다면 계속해서 먹을 수 있는 일종의 콘 마요네즈 느낌이랄까? 물론 우리나라 콘 마요네즈와 맛은 극과 극을 달린다. 분명 첫맛은 약간 실망스러웠는데 이상하게도 다음날, 혹은 이후 종종 엘로떼가 생각나 다른 도시에서도 엘로떼 노점을 보면 나도 모르게 가는 길을 멈추고 내적갈등을 하곤 했다. 


메뚜기가 올라간 엘로떼 

멕시코 와하까(Oaxaca)는 멕시코 사람들이 '먹방 하러 간다'는 미식의 도시로 유명하다. 훌륭한 음식 맛도 유명하지만 와하까는 곤충을 식재료에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차풀리네스(Chapulines)라고 불리는 메뚜기는 와하까뿐 아니라 멕시코 다양한 지역에서도 식재료로 사용되고 있지만 다들 와하까의 메뚜기를 으뜸으로 친다. 와하까의 대부분 길거리 음식 노점상엔 타코뿐 아니라 다양한 음식에 '메뚜기' 추가 옵션이 있다. 


와하까에 도착한 첫날 저녁, 뭐 먹을까 돌아다니다가 역시 3~4명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엘로떼 노점을 발견했다. 다양한 재료가 있는 가운데 독특한 것은 역시 메뚜기였다. 엘로떼를 주문하면 보통 '이것 넣을까? 말까?"하고 재료마다 물어보는데 나 같은 경우는 웬만하면 다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편이다. 아저씨가 메뚜기를 가리키며 "이것도?"하고 묻자 어깨를 으슥하며 "그것도 많이 넣어주세요"하고 대답하니 정말 수북이 메뚜기를 쌓아 올려주었다. 

와하까 - 메뚜기가 올라간 엘로떼 

멕시코 시티에서 이미 메뚜기를 올린 타코를 맛본 적이 있기 때문에 사실 메뚜기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지만 이렇게 한 번에 많은 메뚜기가 엘로떼 위에 올라가자 확실히 살짝 망설이게 되는 비주얼이었다. 하지만, 메뚜기 특유의 고소한 맛과 식감이 옐로뗴와 은근 잘 어울렸다. 매일 찾아서 먹을 간식은 아니지만, 한 번쯤 경험하면 좋을 음식이다. 


도리로코스 엘로떼


맥주 안주로 최고인 토스티오스 과자 + 엘로떼 조합

종종 도리토스(혹은 토스티오스) 과자 봉지를 뜯어 옥수수 알갱이와 소스, 치즈 등을 부어 아예 과자 봉지를 들고 먹을 수 있는 형태로도 판매한다. 여기에 숟가락으로 퍼먹는데, 흔히 도리로코스(dolilocos), 토스티로코스(tostilocos)라고도 불리는 간식의 변형이다. 집집마다 레시피는 다 다르지만 과자에 삶은 옥수수, 마요네즈, 칠리소스, 살사, 치즈 외에도 각종 야채, 콩 등을 다양하게 넣는다. 양이 꽤 많은 편이지만, 개인적으로 이 과자 봉지에 넣은 버전을 더 좋아하는데, 보통 엘로떼보다 짠맛이 의외로 조금 덜한 편이고 도리토스 과자를 씹는 맛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트륨 덩어리라 자주 먹으면 몸에 안 좋은 게 느껴지지만, 그래도 종종 밤에 야식으로 생각나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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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미래 핫할 음식일지도, 메뚜기 타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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