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만두를 먹고 있었을 뿐인데
CT 결과는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마지막 가을 햇살과 다가오는 겨울 햇살이 마주하며 티격태격하고 있을 무렵이다.
부모님 그리고 동생은 외출 준비에 분주했다. 나만 약속이 없었던 평화로운 토요일 오전이었다. 모두가 분주한 시간에 난 아점을 챙겨 먹기 위해 엄마표 만두를 데워서 거실 식탁으로 와 앉았다. TV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주말 맞이용으로 휴일을 만끽하는 사람들에게 힐링을 줬다. 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실 식탁에 앉아 리모컨으로 뭘 볼까? 돌려보며 채널 하나 선택하고 그제야 만두를 한입 베어 오물오물 씹고 있었다.
하나를 다 먹고 두 번째 만두를 집어 들 무렵 젓가락과 만두를 놓쳤다. 그리고 난 왼쪽으로 쓰러졌다.
부모님은 현관문을 나서면서 내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시곤 다시 들어오셨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엄마 모르겠어. 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 자꾸 몸이 한쪽으로 쓰러질 려고 해.”
다 큰 딸을 엄마 아빠가 부축해서 침대에 눕혀놓고 119를 부를 참이었다. 하지만 구급차를 부르기엔 너무 시간이 지체되지 않을까 싶어 아빠는 그 즉시 자동차 시동을 켰다. 그리고 난 부모님과 집에서 가장 가까운 응급실로 갔다. 난 그때 아빠가 카레이서인 줄 알았다. 집에서부터 병원까지 족히 빨리 가도 20분인데 아빠는 15분에 병원에 도착했다.
“갑자기 얘가 밥을 먹더니 쓰러졌어요.”
“혹시 환자분에게 지병이 있으신가요?”
“네, 심장 수술했고 와파린을 먹고 있습니다.”
“앗, 잠시만요.”
간호사 선생님이 엄마에게 질의응답을 하곤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더니 몇 분 뒤 의사 선생님이 달려왔다.
“와파린을 복용 중이시라고요?”
“네”
주말 오전이라 그런지 아니면 주말이라 그런지 다행히 응급실은 한산했다. 난 빠르게 응급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엄마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실 안을 걷고 있는데 몸이 이상하다고 느낀 건 바로 그때였다.
왼쪽 얼굴엔 감각이 없었고 나의 걸음이 뒤뚱뒤뚱 걷고 있다는 걸 알았다.
“엄마, 나 걷는 게 조금 이상한 거 같아. 왼쪽 얼굴은 감각도 없고,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처럼 발이 공중에 뜬 것 같이 이상해.”
그제야 엄마도 나의 걸음이 이상하다는 걸 아셨다.
“선생님, 얘 걷는 게 이상해요. 말도 약간 어눌해진 거 같고요.”
지나가는 선생님을 붙잡고 엄마는 다급하게 얘기를 했다.
“CT를 찍어봤는데 CT 결과에서는 이상이 없습니다. 혹시 점심에 만두 이외는 뭘 먹은 게 있나요? “
“아니요, 만두가 첫끼였어요.”
날 대신에 엄마는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이상이 없다는 걸 알려줬다.
“그럼, 환자분이 어지럽다고 하니 수액을 좀 맞춰드릴게요. 시간은 2시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
CT 결과에서는 증상이 없었기에 나도 큰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액을 맞고 1시간 정도 잤을까? 마비된 얼굴이 차츰 돌아오고 걸음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뭐였을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날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내 몸이 뭐라고 얘기했던 걸까?
바로 입원하자.!!!
그렇게 한바탕 이벤트가 오고 일요일까지 꼼짝없이 집에서 쉬다가 월요일 돼서야 부랴부랴 서울을 출발했다. 출발하기 전 담당 교수님 진료가 있는 걸 확인한 뒤 당일 외래 예약할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당일 외래는 맨 마지막까지 기다려야 했다. 미리 예약 환자들이 있었기에 난 감수해야만 했다. 괜찮았다. 늘 있는 일이니깐.. 어쨌든 교수님을 만날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해결책이 나올 거 같았다.
마지막 환자로 교수님을 만나는 순간 아이처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의 고통을 나의 힘듦을 누구보다 더 잘 아시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끝에 교수님은 “얼마나 놀랬니?, 얼마나 놀라셨어요.”
옆에 있던 엄마도 고개를 끄덕이며 “진짜 너무 놀랬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와파린을 먹고 있었기에 뇌출혈이 스쳐 지나갔을 수도 있었을 거야. 아주 미세하게 지나갔을 건데 확인을 해봐야 할 거 같아. 바로 입원 날짜 잡아줄게.”
와파린 약은 정말 밀당의 존재이다. 독이 되거나 약이 될 수 있으니깐...
얼마 뒤 바로 입원을 하여 뇌 CT를 찍었다. 당장 내일 바로 입원 결정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빠른 시일 내에 입원 결정이 떨어졌다. CT 결과 정확히 교수님 말씀이 맞았다.
“CT 결과 보니깐 아주 미세하게 출혈이 지나간 흔적이 보였어. 천만다행이었어. 와파린이 살린 것 같아." 내가 너무 굳어 있는 표정을 하고 있으니 교수님은 이제 긴장 풀라며 농담도 건네셨다. 얼떨결에 엄마와 난 깔깔 웃어버렸다. 아니 긴장이 풀려서 웃음이 나온 걸 수도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신경과로 팔로업 할 테니깐 신경과 치료도 받아보자.”
이 모든 게 와파린에서부터 나온 것인가? 나에게 불행 중 다행인 것인가?
일반인이었다면 위험했을 상황들이 나에게 찾아온 뇌출혈이 와파린 하나로 괜찮아졌다는 게,, 어쩌면 나에게 크나큰 천운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정말 운이 좋았구나!!
이런 일이 한 번씩 일어날 때마다 목숨이 위태로운 게 아니라 생명이 한 살씩 더 연장되는 것 같다. 늘 조바심에 늘 긴장의 삶을 연속적으로 살고 있지만 난 늘 괜찮다.
“왜냐하면 살아 있음에 늘 감사하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