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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 Jan 08. 2023

낚이지 않는 사람이 되려면

안보윤 <어떤 진심>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주겠다. 그러자 그들은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를 따랐다. (마태오 4:19-20)   

  

  공동체 생활 방식의 교회 안에서 성장한 유란을 주인공으로 하여 ‘사람 낚는 일’을 소재로 진심과 진심인 것 같지만 다소 불순한 진심, 즉 내 마음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공동체(사회)에서 요구되는 것 대해 다룬 작품이다. 유란, 이서, 민주, 엄마, 황목사 등 에피소드를 통해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잘 살렸고 공동체 방식의 교회라는 소재와 그 안에 속한 인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새롭다. 예수가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어 주겠다고 한 베드로를 시초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기독교회를 비틀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정통과 이단의 논쟁을 떠나서, 모든 종교의 확산 방식은 기본적으로 전도, 즉 사람 낚기가 아닌가. 


  작품 속에서 유란은 진심이었던 마음이 변질되고 있음을 자각한다. 그러면서도 이서를 낚는 행위는 멈추지 않는다. 어떤 진심(변질된 진심)이 무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떤 진심은 공동체(조직, 사회)가 원하는 마음이다. 우리도 사회생활을 처음엔 진심으로 시작한다. 열심히 일해서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이 원하는 것이 진리가 되고 우두머리가 바라는 것이 법이 되면서 우리의 진심은 변질되기 시작한다. 나중에는 그것이 잘못된 줄도 모르고 따르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작품 속의 유란처럼. 


  제목인 어떤 진심은 진심으로 보이지만 실은 다른 의도가 숨어있는 진심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유란은 자신의 진심이 맹목적으로(교회 공동체가 원하는 대로) 변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교회 공동체는 결핍이 있고 상처 입었으며 자기주장이 약한 ‘좋은 아이(씨앗)’를 선별하여 자신들의 공동체에 들어오도록 치밀한 공작을 펼친다. 이 공작이 얼마나 치밀하고 주도면밀한지는 작품 속에 잘 드러나 있다. 대상이 포착되면 친절하게 접근하기 위한 우산, 각종 약들, 생수 등 유란은 누구에게나 친절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걸려든 대상에게 친한 언니가 되기 위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최종단계로 자신을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한다.


  유란은 말 그대로 사람 잘 낚는 어부다. 이탈률이 적고 충성도가 높아 금세 핵심전력이 되는 씨앗을 잘 고른다. 유란과 민주의 대화 속에서도 실제로 ‘낚는다’는 표현이 나온다. 이 작품은 유란이 이서라는 고등학생을 공동체 안에 어떻게 포섭하는지 보여준다. 첫 장면에서 후드티 친구의 행동과 대비되는 이서의 반응은 이서가 결핍이 있고 세상에 맞서기보다는 순응하는 태도를 가진 인물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서를 낚는 이야기를 중심 줄거리로 하고 유란이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이 교회 공동체로 들어오는 과정을 플래시백으로 보여준다. 후반부에 등장하는 민주는 유란이 그녀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에 끌어들였고 진정한 친구가 되길 바랐으나 이제 그녀도 진심이 되어버려 유란은 그녀를 잃어버린 것처럼 느낀다.


  낚이지 않으려면 그리하여 부당하게 착취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작품 속 후드티처럼 자신의 주장을 분명히 드러내고, 쉽게 순응하기보다는 세상에 맞서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이 작품 속 이야기에 잘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내가 처음에 가졌던 진심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 그리고 변질되어가는 진심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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