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원의 어쩌다 농부]벌써 2년차
배우 신민아-김우빈의 결혼식에서 신민아가 든 은방울꽃 부케가 화제가 됐다.
그녀가 손에 든 은방울꽃 부케는 작고 귀여운 방울 모양의 꽃이 조롱조롱 달려있어 사랑스럽고 로맨틱하기 그지없었다.
결혼식에서 신민아가 남자친구인 김우빈이 질병으로 투병할 때 진심을 다해 기도한 사실이 법륜 스님의 주례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감동을 전했다.
법륜스님은 주례사에서 “우빈 군은 한때 건강이 좋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민아 양이 공양미를 머리에 이고 경주 남산 관세음보살 앞에 가서 종교를 넘어서서 함께 기도했다. 그 후 우빈 군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일생을 살아가겠다며 결혼을 약속하게 된 것은 정말 깊은 인연의 결과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아의 부케로 사용된 은방울꽃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게 느껴졌다. 은방울꽃의 꽃말은 '틀림없이 행복해진다'다. 연인의 투병을 묵묵히 지켜보고 완쾌를 기도하면서 응원한 신민아는 앞으로 더더더 행복해질 것이 분명하니 말이다.
은방울꽃이 신민아의 부케로 유명해지기 한참 전, 은방울꽃앓이를 했던 적이 있다. 꽃이 예쁘기도 하거니와 한번 심어두면 매우 잘 번식하고 월동도 잘하고 손 갈 것 없는 식물이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게으름뱅이 5도2촌 농부의 정원에 더없이 어울릴 것 같았다.
인터넷 쇼핑몰을 뒤지기 시작했다. 검색을 하다 보니 독일은방울꽃이란 게 눈에 띄었다. 독일은방울꽃은 독일에서 왔으니 이름이 붙었을 테다. 우리나라 은방울꽃보다 꽃 크기가 커서 정원에 심어놓았을 때 더 화사하니 예쁘다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독일은방울꽃으로 결정할까? 물 건너온 녀석답게 국산보다 2배 비쌌다. 한 촉만 사면 보이지도 않을 테니 20~30촉은 사야 할 텐데. 양이 늘어나니 가격이 부담이다. 애국심을 발휘할 것인가. 물 건너온 독일은방울꽃을 선택할 것인가.
망설이던 어느 날, 동생들을 이끌고 뒷동산에 올랐다. 명목은 '산삼 산행'이었다. 가랑잎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는 산길을 몇 시간 헤맸지만 산삼은 그림자도 보지 못했다. 깊은 산에 들어갈수록 멧돼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무서워 손에 들고 간 플라스틱 물병을 나무에 탁탁 치면서 소리를 냈다.
탁탁.(멧돼지야. 사람 가고 있어.)
탁탁.(멧돼지야. 얼른 도망가.)
탁탁.(멧돼지야. 금방 내려갈게.)
산삼은커녕 이러다 멧돼지에게 습격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삼 남매는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길을 잃었나 싶다가 익숙한 무덤을 발견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우리 집으로 내려가는 길을 알려주는 무덤이다.
이제는 살았다 싶어 주변을 살피며 느릿느릿 걷는데 작고 하얀 꽃이 눈에 들어왔다.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니 은방울꽃이었다.
먼 곳에서, 심지어 독일에서 찾아오려고 했던 은방울꽃이 우리 집 뒷동산에, 그것도 무더기로 피어있는 것이 아닌가. 기시감이 들었다. 틸틸과 미틸 남매가 찾아다니던 파랑새를 자기 집 마당에서 찾게 되는 것과 똑같은 시놉시스다! 남매가 늙었다는 점만 빼면 얼추 비슷해서 하마터면 노벨문학상에 도전할 뻔했다.
산삼을 캐려고 가져갔던 호미로 은방울꽃 뿌리를 여러촉 캤다. 조심조심 가져다 뒤란에 옮겨 심었다.
지금은 눈 덮인 겨울이지만 봄이 오면 은방울꽃이 새순을 내밀겠지. 은방울꽃이 피면 우리는 틀림없이 행복해 질테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