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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

예찬주의자

by 매버지

3월인데 밤사이부터 아침까지 서울 하늘에 함박눈이 내렸다. 어제부터 꽃샘추위가 시작되더니 이번 겨울 마지막 추위를 부리고 떠나려는지 요란하다. 이번 겨울 유독 춥고 어두운 날이 많았다. 겨울이면 늘 그리운 게 햇빛이다. 그래서 잠시라도 밖에 나설 일이 생기면 햇빛이 드리우는 곳으로 발길을 옮긴다. 겨울이 아니라도 아주 더운 여름날을 제외하면 항시 햇빛이 조금이라도 비추는 곳이 나는 좋다. 그래서 지금의 전셋집을 구할 때도 햇빛이 잘 드는지가 매우 중요했다. 정남향은 아니더라도 햇빛이 찾아와 주는 공간에 머무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집의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최종보스는 햇빛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의견이다.


총각시절인 20대 중후반부터 금융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는 동안 햇빛을 거의 보지 못했다. 쉬는 날이면 따로 밖에 나가 조깅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부지런한 성격도 아니어서 햇빛의 존재를 거의 잊고 살았다. 그냥 새벽에 출근해 열심히 일만 하다 저녁 7시 늦으면 9시에 퇴근해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집에서 혼술을 마시는 일이 많았다. 이후 결혼을 하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그러다 어느새부턴가 '내가 정말 햇빛을 못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 자유로운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으로 이직했을 땐 되도록 점심시간에 회사 근처 선정릉을 걸었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햇빛을 받고 나면 뭔가 치유되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있지 않아서 집 안 거실 커튼을 확 거두어 놓으면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보이고 햇빛이 든다. 아침이면 아파트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데 1층 창문 근처 러닝머신 쪽에는 해가 조금 비춘다. 체육관 앞 화단에 나무가 심어져 사이사이 해가 비추지 않는 러닝머신도 있는데 난 꼭 햇빛이 비추는 곳에 올라 걷곤 한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해를 마주하고 싶어서.

햇빛을 찾아서..

작년 11월 하와이에 갔을 때는 정말 원 없이 해를 맞고 다녔다. 그늘에 들어서지 않으면 하와이의 하늘에서 해는 끊임없이 나를 찾는다. 처음엔 적응이 안 되어 조금 힘들었던 햇빛이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자연스레 기분 좋은 일상이 되었다. 햇빛을 직접 맞는 것도 좋았지만 햇빛이 비추는 공간을 그늘에서 바라보는 것 또한 기분이 좋았다. 언제라도 가까운 곳에서 햇빛을 맞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하와이는 축복받은 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배우 하정우는 하와이에 묵은 삶의 때를 벗기러 샤워하러 자주 간다(역시 부자다)고 하는데 샤워기 물줄기 중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햇빛일 거라 추측해 본다.

https://youtu.be/BN0ZXQuScMs?si=lmLledQ8drlWUgHY


햇빛 예찬을 하기로 했으니 햇빛의 효능을 좀 찾아보았다.(출처 : 헬스케어 뉴스, 햇빛의 5가지 효능)


1. 우울증 완화

자외선 부족은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특히, 오랜 시간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거나 외출을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러한 우울증을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밖에 나가 햇볕을 쬐는 것으로, 햇빛을 받으면 우리 뇌는 평소보다 행복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분자, 세로토닌(serotonin)을 더 많이 분비시키기 때문에 햇빛은 '자연 항우울제' 역할을 해 우울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


2. 암예방

비타민D가 결핍이 되면 다양한 암을 유발하게 되는 데, 특히 유방암과 대장암을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 프랭크와 세드릭 갈랜드(Frank&Cedric Garland)는 암을 예방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햇볕 쬐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자외선을 받으면 비타민 D가 피부를 통해 체내에 합성되기 때문에 암 예방이 햇볕효능 중 하나이다.


3. 혈압감소

햇빛은 혈압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영국 에딘버러 대학(University of Edinburgh) 연구팀은 랜드마크 연구(landmark study)에서 피부가 햇빛에 노출될 경우 피부에 산화질소(nitric oxide)가 생성돼 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낮아진다고 발표했다. 정상 혈압을 가진 사람이 자외선 노출 후 혈압이 2~5mmHg 낮아지는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며, 아울러 심장마비와 뇌졸중의 위험성도 낮아진다고 한다.


4. 수면질향상

하루 평균 30분 이상 햇볕을 쬐지 못하면 수면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낮에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약 14시간이 지난 뒤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돼 깊은 잠을 잘 수 있는데, 햇볕을 쬐지 않으면 멜라토닌 분비량이 적어 수면장애를 일으키기 때문에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에는 '햇볕 치료'가 사용하기도 한다. 수면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침에 꼭 20분~30분 정도 태양빛을 받는 것이 좋다.


5. 뼈 건강향상

우리 몸이 햇빛에 노출되면 비타민D 분비가 활성화되는데, 이 비타민 D에는 뼈에 좋은 칼슘, 인 등이 함유돼 있어 뼈를 더 튼튼하게 만들어 주며, 햇볕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쬐면 뼈 건강을 위한 하루 비타민 D 권장 섭취량 400IU(비타민 D 단위)를 생산한다. 자외선이 강하지 않은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가벼운 산책을 즐긴다면 뼈 건강 향상에 도움이 되는 햇볕효능이다.


혈압감소와 수면질향상 이라니.. 전고혈압이자 수면장애가 있는 나에겐 필수재였다. 그래서 그렇게 끌렸나? 극심하게 흐린 날을 제외하면 언제든 아낌없이 무료로 천연 비타민을 제공해 줄 것이다. 그리고 밤이 되면 잠시 쉬었다 내일이면 또다시 무한 재생되어 우리의 곁에 나타날 것이다. 참 고맙지 않은가? 햇빛? 그렇다면 공짜로 하늘에서 내려주는 햇빛을 안 받을 이유가 없다. 마치 햇빛 홍보대사가 된 기분이다. 기안84는 햇빛을 정면으로 쳐다보며 눈을 단련시키는 그만의 민간요법도 한다는 말씀!(ㅎㅎ, 기안84는 참 대단함). 햇빛 만세!


출처 : 유뷰브 채널 '인생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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