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사람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할 때 찾아오는 행복감 감사 의미
띵동 "[브런치스토리] 작가님께 새로운 제안이 도착하였습니다!" 10.30 03:03
칠흑 같은 긴 밤이 지났다. 어둠을 뚫고 솟아오른 한 줄기 빛이 새벽을 갈랐다. 더 이상 어둠의 횡포를 허락하지 않으려는 듯, 새벽은 마침내 희망의 아침을 몰고 왔다. 빨갛게 솟아오르는 태양은 차갑고 시린 지난 어둠을 뒷걸음질 치도록 종용한 듯한 인상을 남겼다. 긴 밤의 고통이 더 이상 활개 치지 못하도록, 짙은 어둠을 빛 안에 가두어 놓았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새벽 3시에 깨어 어린 조카는 이름 모를 삼촌에게 짤막한 편지 한 통을 띄웠다.
"삼촌 ***이에요! 우리 이야기 읽고 저 울었어요.... ㅠㅠㅠ
따뜻한 편지 읽고 카운터에서 펑펑 울었네요!
제가 복 많은 거 같아요. 좋은 삼촌 만나서 위로와 책 선물까지!! 감사드려용♡"
무엇을 해야 할지 시시때때로 깊은 생각 속에 잠긴 나 자신과 조우할 수 있었다.
나는 나를 향해 묻고 있었다.
"과연 무엇을 하면, 이 어린 조카를 비로소 행복으로 초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무엇이... 정녕 무엇이... 이 깊은 슬픔 가운데 잠겨 있는 한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 거라고, 넌 생각하고 있니?"
답을 찾아야 했다. 궁구 할 수밖에 없었다. 덤불 속에서 불씨 하나를 찾아야만 했다. 다 꺼져 가는 어둠 속에 빨갛게 살아 숨 쉬는 작은 불씨 하나를 찾아내야만 했다. 생각이 꼬리를 무는 시간이 한참 지나는 동안 어린 조카와 그녀가 낳은 어린아이 모습이 겹쳐 보이는 듯했다. 그렇게 얼마지 않아,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 하나를 마침내 붙잡았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사로움이 담기지 않은 마음 하나를 전달하면 되는 의외로 간단한 문제였다.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거친 밤바다를 헤쳐나갈 지혜였다. 스물몇 인생에 가장 필요한 건, 인생이란 배 한 척을 망망대해 가운데 잃지 않도록 하는 나침반 하나였다. 우리 모두에게 있어 나침반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혜가 가득 담긴, 책 한 권이란 생각으로 귀결되었다.
엄마와 아이를 위해 책 한 권씩을 골랐다.
그리고 그날 밤, 조카가 있는 곳의 문을 열어, 반갑게 재회의 인사를 건넸다.
"별건 아니고.. 필요할 것 같아 줄 것을 좀 챙겨 왔어요."
"엄마 꺼 하나, 아들 꺼 하나.. 두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게 뭘까 생각하다가 책 두 권을 마련했네요. 도움이 되길 바라요."
포장지를 뜯어 내는 사이에, 어르신 한 분이 들어와 점원을 향해 키오스크 기계와 비슷한 멀찌감치 떨어진 기계 하나를 다루는 법을 묻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나는 그녀가 그녀의 책을 살펴볼 시간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던 것 같다. 70대 어르신에게 넌지시 말씀드렸다.
"어르신 저 기계.. 제가 사용할 줄 알아요.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고맙소.. 부탁 좀 하리다.. 노인네한테는 이런 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어서."
"... 어르신. 제가 하는 이 방식을 기억하고 계셨다가 다음에 필요하실 때 고대로 따라 하시면 되세요."
"이게, 생각보다 너무 어렵구먼.. 잘 배웠으니 다음에는 그렇게 하리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다시 몇 분이 흘렀을까.. 어르신은 기계를 이해하기 위해 그 자리에 남아 연신 기계 조작법을 되짚어 보시는 것 같았고 그 사이를 틈타, 나는 어린 조카에게 돌아갈 수 있었다.
그렁그렁한 두 눈.. 이미 촉촉이 젖은 조카의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래 마음의 소리를 듣길 잘했어. 마음이 담긴 책 선물은 언제나 옳아!'
삼 일 전, 나와 함께 30분 간 대화를 하고, 그녀는 몹시 피곤했나 보다. 평소에 거의 하지 않는 실수를 해버린 탓에, 두 손에 잡았던 물건을 떨어트리고 변상을 해야 했단 이야기를 들었다. 새벽의 기운이 몰려오면서, 순간 졸음이 덮친 것 같았다. 궤짝에 들어 있는 물품이 깨어지면서 얼마나 놀랬을까..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책을 두 손에 쥐고, 둘 다 너무 필요했던 책이라며 마치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필사를 하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래요. 필사가 책을 이해하고 내 걸로 받아들이는 데 참 큰 역할을 하죠."
"책 깨끗이 볼 생각하지 말고, 지저분하게 봐요. 많이 반복적으로 읽고, 필사하면서 마음의 양식으로 삼아요."
마지막 문장을 끝으로, 딸랑거리는 문을 나서는 내 등 뒤로 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삼촌 조심히 들어가세요. 감사해요." 문 너머로 들리는 반가운 인사말을 끝으로 나는 집으로 향했다.
드디어 그녀의 이름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의 아들 이름도 알게 되었다. 다음 번에는 내 이름을 말해주어야지. 그 순간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란 시 구절이 떠올랐다. 더 이상 아름다울 수 없는 깊은 밤이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_kGWR2RD1Y&list=RDt_kGWR2RD1Y&start_radio=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