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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헤브 Apr 26. 2024

15화_알바천국(Arbeit Himmel_아르바이트

2024년 최저시급 9860 원

2024년 대한민국

치솟는 물가, 치열한 경쟁, 좁은 취업문, 천정부지로 솟아버린 집값, 감당할 수 없는 주거 비용, 학자금 대출 상환, 얼마 없는 일자리 마저 위협하는 AI(인공지능) 로봇 출현..   

최저시급은 9860원, 전년대비 2.5% 인상


1997년 IMF 외환위기 이래로 대한민국의 가장 큰 사회 문제 중 하나로 고착 되어버린 청년 취업문제

물론 오래전부터 시작된 문제이지만 우리 사회 전면에 커다란 이슈로 등장한 건 대략 그즈음부터였다 그러나, 취업 관문을 뚫기 이전부터 계속 부딪혀야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아르바이트였다.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재화를 구비할 돈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더 이상 부모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애초에 그럴 형편조차 못되어서,

부모님이 안 계셔서,

스스로 오랫동안 경제적인 자립을 갈망해 왔기 때문에 등등..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먹고 쉴 수 있어그다음 숨을 쉴 수 있기에,

청년은 각자 나름의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이곳저곳을 배회하거나 방황하게 된다

그 와중에 목구멍이 포도청 돼버리는 안타까운 뉴스가 들려오고

그게 언젠가 내 이야기될까 전전긍긍하느라 새벽녘까지 잠 못 이루는 세대가 되어버렸다

개인으로 시작된 각자의 암울한 이야기가 어느새 사회 전반에 독버섯처럼 퍼져버려 모두의 이야기가 되었다


모두가 아프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교감신경을 심하게 자극하면서 언젠가부터 잠 못 이루는 밤이 누구에게나 예사가 되어버렸다


너는 그 정도니? 나는 더 힘들거든


겉으로 말 못 하지만,

속으로는 응어리가 덩어리 되어버렸다

세상에 내가 가장 힘든 존재가 되어 버렸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데

모두가 너무 아프다 보니 다른 이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져버렸시대의 아픔이다


언제 이 나라가 헬조선 되어 버린 것인가

동방 예의지국, 백의민족, 정(情)의 민족이라 불리며 자부심 갖던 나라가 이젠 지옥이라 불린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라고 한다



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몸뚱이 하나 감당하기 위하여,

내 마른 입술 어떻게든 풀칠하기 위하여,

등꼴이 휘어지는 가엾은 부모님 그 짐 가볍게 해 드리기 위하여,

바깥 어디에도 해결책이 보이지 않아 결국 어쩔 수 없이 자기 내면으로 파고 들어간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이 지옥과 같은 현실을 벗어날 수 있을까

정답을 찾기까지 뿌옇기만 한 내면 속으로 계속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그곳에 답이 있다면 모를까

그곳에는 불안과 우울, 의심, 형언할 수 없는 분노가 들끓을 뿐인데..


또 한 번 가슴이 저며온다




알바천국(Arbeit Himmel) 은 2000년대 초 시작된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웹사이트다.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한 번쯤 접속해 본 경험이 있을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독일어 단어를 가져다 붙였지만 알바 천국이 된다면, 그래서 더 이상 우리의 하루를 해결하는 게 커다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 보다 훨씬 안정 될 것이다.


어떤 사유로 직장을 그만 둘 지라도, 아르바이트로 호위호사는 못 누리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된다면 우리는 지금처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가치를 존귀하게 여기고, 내가 남처럼 살지 않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남도 나처럼 살 필요가 없기에,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여유 있고 포용할 수 있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이만큼은 가져야지, 이 정도는 할 수 있어야지 구태여 그런 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제 마음이 두렵습니다
당장 이번 달 30만 원이 있어야 하는데, 저에게 알바 자리를 허락해 주세요
제게는 더 이상 방법이 없습니다
당신이 살아계셔서 저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줄 믿습니다
불쌍한 아들을 도와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간절한 기도가 끝나면, 다시 알바천국에 접속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천국에 입성할 수 없을 것 같아도, 기웃거리기라도 해 본다. 계속 주위를 서성거리다 보면 괜찮은 알바 자리 하나 건져 올릴 거라 믿기 때문이었다  



내가 갈 곳이 어디인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나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는 건지


의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막연함 속에 보이지 않던 답이 있다 믿었던 나 나름의 명제를 되새기며 찾을 때까지 찾고 찾았다


대학 입학이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 교통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학교 수업과 병간호하는 것 말고는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우리 집은 여전히 힘들었고 그때까지 보이지 않는 가난이란 주제를 두고 나는 치열한 수싸움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가난을 이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여기서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별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자리를 디딤돌 삼아 시작하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 후 몇 해 동안 문을 계속 두드리고 열리열리는 대로 들어갔다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얻을 것이요 찾는 이가 찾을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 열릴 것이니라 (마태복음 7:7-8)



돌아보니, 기대치 않았던 많은 추억을 갖게 되었다.

인생에 지혜가 되는 고귀한 경험이었다.

막연함 속에 답을 찾아 헤매고 다닌 그 긴 시간을 통해,

분명한 길을 찾았고 그 길이 나를 새로운 곳을 향해 안내하고 있었다


그 길은 좁았지만 안전한 길이었다

재미는 없어 보였지만 의미가 있어 보였고

길을 한참 걸었더니 재미와 비교 할 수 없는 기쁨이 가득한 길이었


꽃과 열매가 가득하고 그윽한 향내와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즐비한 곳 바로 그 곁을 힘차게 걷고 있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요한복음 6장 15절)





강남 근처 유흥가 주위에는 고깃집이 많이 있었다. 새벽 늦게까지 장사를 하는 고깃집 알바에 운 좋게 합격했다. 밤을 새워서 서빙하는 알바였는데, 시급이 꽤 쏠쏠했다. 일이 끝나고 바로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다른 곳에 비하면 나름 큰 액수였고 지급이 바로 되었기에 놓칠 수 없는 알바였다. 야간 수당 프리미엄이 붙은 덕이었다.


새벽 2시에 고기 집 드나드는 손님이 꽤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자정 무렵 세 명의 여성이 고깃집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나보다 서너 살 많아 보였다. 세 시쯤 되었을까, 거하게 취한 목소리가 그 테이블에서 들렸다. 써빙하고 있는 나를 부르더니 손님도 별로 없으니 자기들 옆에서 잠시 서 있으라 한다 주점에서 일하다 퇴근하고 들어온 차림이었고 서로 자기 인생이 얼마나 힘든지를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나를 보더니 너도 이 시간에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는 것 보니 사정이 딱한가 보다 했다. 그렇게 한동안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름도 모르는 누이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들 아픔이 사무치게 느껴져 내 마음이 아팠다.


오월 어린이 축제 현장에서 인형 옷 입고 광대 알바를 했다. 아이들 축제라 즐거웠지만 커다랗고 무거운 인형 머리와 꽉 끼는 옷이 너무 답답했다. 호흡도 잘 되지 않는 그 옷을 입고 30도를 웃도는 그 뜨거웠던 날 혼쭐 났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느 날은 대학원 실험 대상자 알바를 뛰었다. 연구실에서 진행하는 실험을 잘하기 위해 우선 음식을 먹지 않고 몇 시간 동안 내 몸의 신체 반응을 검사하는 알바였다. 무슨 실험을 하는지도 자세히 몰랐지만 그저 앉아서 할 수 있는 편한 알바라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스물아홉 첫 직장에 입사하기 전까지 닥치는 대로 알바를 했다. 도시락 회사, 호텔 연회장 서빙, 강남역 일대 전단지 알바, 일산 대단위 주택가를 봉고차로 돌며 하루종일 지역 소식 책자를 배부하는 일도 했다. 교환학생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내지 않고 일을 대신해 주는 토플 학원 강사 보조 알바도 했다.


어느 날은 작정을 하고 경기도 어느 플라스틱 파이프 제조 공장 기숙사로 들어갔다. 마른 몸에 20~40kg에 달하는 플라스틱 포대를 하루 종일 나르고, 포대를 뜯고 원료를 기계 안으로 붓는 작업을 쉴 새 없이 하는 건 정말 고됐다. 2미터 이상의 플라스틱 파이프를 어깨에 짊어지고 나르는 작업은 굉장한 체력을 요구했다. 나는 결국 그 알바를 지속하지 못했다. 그러나 패밀리 레스토랑 스카이락 점원으로 근무하며 지내던 시절엔 크게 만족했다. 일을 하면 한 끼는 무료로 먹고 퇴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학 교수님 사무보조를 꽤 오래 했다. 교수님에게 신뢰를 얻어, 요청하시는 작업을 하는 대가로 교수님 빈 방에 언제든 와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중학교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던 때는 학생 어머님께서 학교 선생님이셔서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갖고 임했다.


이후엔 초등학교 영어 방과 후 선생님을 하다가 고등학교 방과 후 교사로 넘어갔다. 공업고등학교 영어 선생님으로 방과 후 교사를 하는 동안 충격적인 경험을 했다. 공부하기 싫은데 왜 나한테 공부하라 마라 하느냐고 거의 누워 있다시피 한 고등학생이 거센 반항을 하는 통에 수업 시간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이들과 먼저 가까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고 영어에 전혀 관심 없는 아이들에게 기초부터 영어를 가르치면서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것을 우선해 아이들을 다독여야 했다.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있는 동안 수업을 마치면 학교 내 세차장에서 일을 했다.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취득했는데, 면허가 있어서 세차장에서 근무를 할 수 있었다. 세차장을 그만둔 후로는 미국 교환대학 청소부가 되어 새벽 6시부터 9시까지 매일 건물 청소를 했다. 교환학생 마치고 돌아온 후에는 번역 업무나 킨텍스나 강남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지에서 영어 통역 알바를 하며 지내게 되었다


그랬다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모든 시간 속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나의 앞 길은 어떻게 열릴 것인가?

내가 믿는 하나님은 도대체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라 하시는가 궁금했다.

그렇게 성경을 탐독해 들어갔다. 길과 진리가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에 답이 있다 믿었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단단해질 수 있었다. 처음엔 전혀 보이지 않았던 예수의 길이 무엇인지 더욱 분명해지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기쁨이 안녕!


기쁨 이에게 아빠의 역사를 나누는 이 시간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단다. 아빠가 지나온 시절을 들어보니 네 마음은 어때? 아빠는 어서 네가 자라서 이 글을 모두 읽어주었으면 좋겠어. 네 평생 힘들고, 답답함이 밀려오는 순간마다 아빠가 지나쳐 온 이 길을 다시 한번 돌아보며, 네 길을 걸을 힌트를 얻으면 좋겠다


사람은 말이야. 자기가 가장 아픈 곳에 자기의 모든 신경이 쓰이게 된단다. 네가 머리 아프면 아빠에게 그러지. 아빠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죽을 것 같아. 그때마다 아빠의 마음은 너에게로 가. 너의 머리, 너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아빠는 네 목소리를 듣고 얼마 되지 않아 너의 아픔에 연결이 되어버린단다


기쁨 이가 겪고 있는 지금 힘든 시절이 마지막이기를 너무나 바라지만, 아마 그게 끝이 아닐 거야.

네가 사는 동안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플 수도 있고, 네가 아끼는 그 무엇을 상실할 수도 있어

아빠처럼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일 수도 있고, 너에게 무거운 책임이 주어질 수도 있어

그건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나, 네게 오는 그 어떤 것이라도 너는 능히 감당할 수 있어.

왜냐하면 너는 사랑받고 있으니까. 너는 아빠 엄마의 사랑뿐만 아니라 수많은 분들이 베풀어 주신 사랑을 받아 왔으니까. 네 안에는 네가 상상하지 못할 사랑이 저장되어 있어


마음은 물탱크와 같아서, 소진되고 닳아버릴 수 있거든.

마음이 다쳐 버리면 쉽게 회복되기가 어려워

그래서 네 마음 탱크를 항상 사랑으로 채워야 해

인간의 사랑은 조건적이기 때문에 그리스도 사랑으로 채워야 한단다

아울러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평소에 잘 지켜야 해. 


우리 모두가 행복해야 하는 이유가 뭔 줄 아니?

그건 바로 사람은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야. 누군가가 힘들고 외롭고 지쳐버리또 다른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쳐. 누군가의 몸이나 마음이 다치게 되는 거야 그러므로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서로를 측은히 여겨야 해

따라서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거야.


아빠의 20대 때도 많이 어려웠어. 그런데 지금 20대는 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편리해지고, 기술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의 마음은 더 아프고 힘들어지고 있어

왜 그런지 우리 모두가 깊게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어 내 자녀, 조카, 친구들이 아픈 거니까

남의 일이라 볼 수 없는 거야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 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 (마태복음 11:28-29)


아빠는 네게 이 말씀을 주고 싶어. 그리고 이 세상에도 동일하게 말하고 싶어. 모든 사람들이 쉼을 얻고 그분께 가기를 바라. 그래서 모두 충분히 쉬고 그분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어. 더 이상 아프지 말고 기뻤으면 좋겠어 우리 기쁨 이처럼. 하루종일 깔깔대는 바로 너처럼!



P.S 마음을 나누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주세요 따뜻한 세상을 모두 함께 만들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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