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업뎃'한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면 충분하다
1장 마인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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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은 초면인 상대에게 '나'를 보여주는 중요한 표식이다. 하지만 고스트라이터에겐 명함보다 자신의 역량과 지나온 여정을 보여주는 프로필과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다. 내가 어떤 작업에 참여했는지, 그 작업의 결과물은 어떤 수준인지, 잘 드러나는 프로젝트 위주로 정리하되, 지속적 '업뎃'을 잊지 말자. 클라이언트의 다급한 요청에도 즉각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저는 15년째 명함이 없습니다. 처음 프리랜서가 됐을 땐 특별히 제 개인 명함이 필요하질 않았어요. 당시 함께 일하던 편집기획사에서 명함을 제작해 주셨거든요. 사사(社史) 같은 1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 특정 편집기획사와 오랜 기간 파트너십 형태로 일하는 경우, 대개는 해당 편집기획사의 로고가 들어간 명함을 받아서 사용합니다. 클라이언트(기업) 입장에선 제가 편집기획사 소속 직원(엄밀한 의미에선 계약직·파견직이지만요)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덕분에 저희 집에는 지난 15년간 쓰다 남은 제 명함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닙니다.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는 같지만, 직급과 회사명은 다 다른 명함이죠. 이 명함들은 해당 회사와 일할 때만 한시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새로운 클라이언트를 만날 땐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래서 한때는 '내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만 넣은 개인 명함을 따로 제작할까?'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하지만 곧 생각을 접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만드는 게 귀찮기도 하고 사용 빈도도 낮을 것 같아서'였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어차피 일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제 연락처를 다 알고 있는데 굳이 돈 들이고 시간 들이고 신경까지 써가며 명함을 제작할 필요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명함이 필요한 상황도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고요(제 성향상 집 밖에 나가는 일이 거의 없고, 만나는 사람도 한정돼 있어서요). 명함 제작 최소 매수가 200매 전후인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제 휴대폰에 저장된, 자주 연락하는 친구나 지인, 일 관련 담당자들의 연락처도 131명에 불과한데, 새로운 사람을 200명이나 만날 일이 과연 있을까 싶었던 거죠.
물론 가끔은 명함이 없어 불편한 상황에 처하기도 합니다. 다들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를 할 때 나만 명함이 없으면 살짝 주눅이 들거든요. 그럴 땐 오히려 당당하게 "제가 지금 명함이 없네요"라고 언급하며 이름을 말하면 별 탈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몇 번 이렇게 해보니 굳이 명함이 없어도 지낼 만하단 생각이 들고,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다시 만날 일 없는 사람이기도 해서, 저는 여전히 명함이 없는 채로 살아가는 중입니다.
명함 제작을 '쿨하게(?)' 포기한 대신, 프로필과 포트폴리오 정리에는 좀더 공을 들였습니다. 이름과 연락처뿐인 명함보다, 나의 지나온 여정과 대표작, 성취 등을 보여주는 프로필과 포트폴리오가 고스트라이터로서의 '나'를 보여주기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에서였죠.
고스트라이터의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 비견할 만합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거기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 결과물의 형태는 어떠한지를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는 평소 잘 정리해 놓아야 합니다. 언제든 클라이언트가 요청하면 바로 보내줄 수 있도록요. 수시 '업뎃'도 중요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까지 포함해 가장 최신 정보를 반영하되, 대표작은 눈에 띄도록 강조해두는 게 좋아요.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내 프로필과 포트폴리오가 나의 역량과 성과를 증명한다'는 생각으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할 수 있고, 클라이언트 역시 나를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