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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정 Oct 09. 2024

마음의 행로를 따라간다

-남보다 내 기준이 먼저다

1장 마인드 편

9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기준, 잣대가 있다. 일도 마찬가지다. 남이 보기에 완벽하지 않은 기준이라 하더라도, 나만큼은 내 기준을 따라가야 한다. '나'를 잃는 건 '전부'를 잃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미 같이 하기로 약속한 일이 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일을 제안받았다면,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요?


아마도 고르기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전자를 선택하면 이익이 줄 테고, 후자를 선택하면 신의를 잃게 될 테니까요. 저도 비슷한 경우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네 번째 회사를 그만둔 2007년 말, 오래 알아왔던 편집기획사 대표님(두 번째 회사 대표님)이 '사사(社史) 일 한 번 해보지 않을래?'라는 제안을 하시길래 '좋아요. 해볼게요'라는 답변을 해놨는데, 그보다 조금 후 첫 번째 회사에서 제가 만들던 기내지 편집장 직을 제안하셨거든요. 그때를 생각해 보면 기분이 참 묘했던 것 같아요. 뭔가 내 능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한데, '내가 편집장을 할 수 있을까? 그럴 만한 역량이 되나?' 싶어서 걱정스럽기도 한 마음이었달까요? 게다가 '이미 하기로 약속한 일도 있는데 어쩌지?' 싶어 난감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몹시 곤란해하며 이미 하기로 약속한 일이 있다는 답을 돌려드렸답니다.


그랬더니 제안을 해주신 첫 번째 회사 부장님이 약속한 일이 뭔지, 언제부터 하는지, 어디랑 하는 건지 등을 상세하게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숨김없이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사사(社史) 일보다는 기내지 편집장이 낫지 않아?'라는 뉘앙스로 꽤나 오랜 시간 저를 설득하셨어요. 맞아요. 일반적인 의미에선 그 부장님 말씀이 백번 옳죠. 좀 더 좋은 조건에 좀 더 도전적인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는 건 어찌 보면 바보 같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그때의 저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고, 낯선 경험과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었어요. 둘 다 처음인 건 마찬가지지만, 사사 일은 배우면서 따라가면 되는 일이었던 데 반해, 편집장은 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고 모든 걸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일이라 겁이 났던 거죠.


결국 저는 기내지 편집장 직을 거절했습니다. 그 제안이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는 건 알았지만, 그때는 그런 역할과 도전을 감당할 만한 여력이 안 됐던 거죠. 그런 걸 보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제목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우리 삶의 아이러니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 같아요. '지금 그런 제안을 받는다면 기꺼이 도전해 볼 텐데, 그땐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요.




결과적으로 전 그때의 선택으로 이익보다 신의를 택한 사람이 됐습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다 속여도 제가 절 속일 순 없어요. 아무리 제가 약속과 신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해도, 이익보다 신의를 앞세울 만큼 고결한 인간은 아니거든요. 그저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저만의 사정이 있었던 거죠. 


아마 그때 부장님은 굉장히 황당하고 기가 막히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얘가 미쳤나? 바보 아냐?'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저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어쨌거나 내면 깊은 곳에서 들려온 마음의 소리를 따라갔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그 기준이 '마음 가는 대로'였을 뿐이에요. 

지금도 저는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제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곤 합니다. 어떤 일이 하기 싫다면 거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죠. 본능적으로 꺼려지는 것일 수도 있고, 이성적으로 심사숙고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늘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하기 위해 노력한달까요? 마음은 생각보다 정확합니다. 좋은 것과 싫은 것을 명확하게 알고 있어요. 남이 좋다고 말하는 것보다 내가 좋은 걸 따라가야 후회가 남지 않는 것처럼, 언제든 선택의 기준은 바로 '나'여야 합니다. 일도, 그리고 다른 무엇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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