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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Jan 21. 2024

킬러문항과 리더십

연대는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도덕원리다 (4)

뒤르켐은 비정상적 분업 유형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만 아노미적 분업, 강요된 분업과는 다르게 세 번째 유형에는 이름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뒤르켐의 비정상적 분업 유형을 설명하는 사람들 역시 세 번째 유형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기도 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이름을 붙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혼란의 이유는 앞의 두 가지 유형이 사회 발달과 규범의 불일치에서 연유되는 현상인 반면, 세 번째 유형은 규범 적합성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무관하다는 것은 규범으로 인해 초래될 수도 있지만, 규범과는 상관없이 사람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하다 보니 뒤르켐도 이 유형에 딱 맞아 떨어지는 이름을 만들어내지 못 했던 것 같습니다.


뒤르켐이 제시한 비정상적 분업의 세 번째는 기능의 분할이 개인 활동 영역을 충분하게 보장하지 못할 때 나타납니다. 이러한 분업 현실이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는 것은 자명합니다만, 뒤르켐이 주목한 것은 그 원인입니다. 조직 내에서 기능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조직이 체계적으로 움직이기란 불가능합니다. 이 상황에서 각 사람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하기에 연대의식 또한 느슨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사진: Unsplash의Fernando Aguilar


예를 들어, 대통령이 대입 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을 없애라고 지시한다면 해당 부처 공무원들은 난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원가에서 쓰던 용어 '킬러문항'이 무엇인지도 정리도 안 된 상태에서, 갑작스런 지시에 그동안 차곡차곡 준비해오던 것들을 무너뜨리고 새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해당 부처의 업무가 많아지고 난감해지는 것은 둘째 문제입니다. 대통령이 이렇게 실무 깊숙히 들어온다면 공무원들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란, 혹은 개선하기란 매우 어려워집니다. 자칫하다가는 대통령 눈 밖에 날 수 있으니 가장 안전한 업무 수행 방식을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 하던대로'죠.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교육부 뿐 아니라 대한민국 공직사회 전체에 퍼져나가게 됩니다.


뒤르켐은 이같은 차원에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역설합니다. 훌륭한 리더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쓸모없는 일을 줄이고, 각 개인이 자신의 일에 충분히 전념할 수 있도록 업무를 배분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개개인의 기능적 활동이 늘어날 것이며, 이에 따라 다른 일을 하는 동료들에 대한 필요 역시 증대된다는 것입니다. 연대의식 또한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뒤르켐에 따르면 연대의식은 전문화된 개별 부문들의 기능적 활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만일 개별 기능의 활동을 축소시켜 놓는다면, 그 기능들이 제아무리 전문화된다고 해도 조직의 발전을 추동하지 못합니다. 구성원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하기에 분업은 필수적으로 개개인의 창조성이 발현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행해져야 합니다. 


※ 참고문헌

에밀 뒤르케임. (2012). 사회분업론(민문홍 옮김).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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