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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Jan 25. 2024

연대는 커뮤니케이션을 토대로 한다

연대는 커뮤니케이션에 기반한 도덕원리다 (5)

뒤르켐이 제시한 비정상적 분업 형태 세 가지를 통해 우리는 그가 상정한 분업이 무엇인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회의 유기적 연대를 끌어내기 위한 분업이란 무엇인지를 추론해 낼 수 있습니다. 비정상적 분업 유형이 말하는 것은 다음으로 귀결됩니다. 


'분업은 인간 행복의 증대에 그 목적을 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각 개인이 담당하는 기능과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분업은 반드시 개인의 창조성을 돋우는 방향으로 행해져야 한다. 이러한 분업은 각 개인에게서 사회연대 의식을 이끌어 낼 것이다.'


여기서 개인의 기능과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는 무미건조한 규범을 개인의 행동 원칙으로 바꾸어 봅시다. 아마 타인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존중하여야 한다는 말로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뒤르켐 역시 유기적 연대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도덕적 전제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연대가 현상적 개념에서 도덕 원리로 전환되는 순간입니다. 연대와 자선을 날카롭게 구별한 프랑스 경제학자 샤를 지드(Charles Gide)는 여기서 더 멀리 나아갑니다. 그는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행위를 연대적인 것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적 자아의 확장을 위해 개별적 자아의 일부는 희생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라이너 촐, 2008).


사진: Unsplash의LinkedIn Sales Solutions


하지만 연대라는 도덕관념은 인간이라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클라이네(Thomas Kleine)에 따르면, 연대적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능력을 획득해야 하며, 이는 학습을 요한다고 합니다. 여기서의 사회적 능력이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지각, 각자가 가진 능력에 대한 인정, 그리고 타인과의 만남을 통한 성찰을 의미합니다(라이너 촐, 2008). 나와 타인을 '알고', '인정하고', '성찰하는' 것. 우리는 이것을 쉬운 말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괴벨과 판코케(Andres Göbel & Eckart Pankoke) 역시 연대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연대화는 주고받는 행위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 안에서 형성됩니다.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서로를 관찰하고 반영함으로써 상호 간에 반성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라이너 촐, 2008).


이 관점에서 우리가 연대에 관한 논의를 시작하며 함께 보았던 사례를 다시 돌아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이에게 지폐 한 장을 건네준 중년 여성의 행위. 우리는 이것이 자비로 불릴 수 있는 선행일지라도 연대적 행위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여기에서 나옵니다. 중년 여성과 구걸하는 이 사이에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로를 통해 어떤 성찰 지점도 찾지 못했을 것입니다. 중년 여성에게는 구걸하는 이가 지금의 상태에 빠지게 된 원인, 본인이 그러한 사회 구조에 알게 모르게 기여하고 있었는지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구걸하는 이 역시 중년 여성이 돈을 건네는 것이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것을 통해 내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혹은 바뀔 수 있는지 성찰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이 선행은 연대적 행위가 아니라 일회성 자비에 불과한 것입니다.


 ※ 참고문헌

 라이너 촐. (2008).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최성환 옮김). 한울아카데미.

 에밀 뒤르케임. (2012). 사회분업론(민문홍 옮김). 아카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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