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는 '우리'를 기반으로 한다 (1)
연대가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도덕원리라고 한다면, 커뮤니케이션이 언제 가능한지를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주체들 사이에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하고 새로울 것 없는 정의입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조건이 그리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성립 조건은 주체조건, 환경조건, 기호조건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그 관계는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주경복, 2007).
주경복은 이 세 가지 조건을 다시 세분화합니다. 이를 표로 정리한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이렇듯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히 말(기호)이 오가는 과정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복잡한 커뮤니케이션의 성립 조건에도 불구하고, '연대'를 위한 전제로서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주체 x, y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대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은 x와 y라는 주체가 '우리'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의 주고 받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라는 것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먼저 이것은 당신과 내가 동등한 집단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대의 선행 개념이 박애, 즉 형제애 또는 우애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라이프 촐, 2008). 형제애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형제'애'라고는 하지만, 형제나 자매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일생동안 만나는 대상 중에 가장 많이 싸우는 대상은 형, 누나, 동생이거나 언니, 오빠, 동생일 것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하루가 아니라 두세 시간이 멀다하고 싸우는 관계가 형제자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이 생기는 순간이 있습니다. 동생이 다른 누군가에게 놀림을 받거나 맞고 온 날입니다. 이런 날에는 형이 바빠집니다. 동생을 때린 녀석을 찾기 위해 형은 온 동네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닙니다. 동생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신이 아무리 친구에게 윗 형제의 욕을 했더라도, 친구가 그에 공감을 넘어서 동조한다면 동생의 태도는 싹 바뀌게 됩니다. 어느새 형제의 편이 되어 그 친구에게 화를 내고야 맙니다(흔한남매, 백난도, 유난희, 2019). 이러한 이유는 형제자매가 평소 가장 나와 많이 싸워왔던 존재라 하더라도 한 가족이라는, '우리'라는 동일한 집단에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2023년 개봉된 영화 <달짝지근해: 7510>에도 이러한 내용이 나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지만 관련 내용을 잠시 적어보려 합니다. 석호(차인표 분)와 치호(유해진 분)는 한 가족이지만 어머니가 다른 형제였습니다. 흔한 콘텐츠의 설정과는 다르게 형인 석호가 혼외 자식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모르던 형제는 석호의 친모가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사실을 목격하고 충격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친모는 석호를 데리고 떠나게 됩니다. 하지만 친모는 다시 석호를 버리고, 석호는 집에 돌아오지 않습니다. 이에 치호의 엄마는 석호를 찾기 위해 치호의 손을 잡고 석호를 찾아 다닙니다. 치호의 엄마는 건너편 골목에있는 치호를 발견하고 급하게 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됩니다. 치호는 엄마 품에 안긴 덕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됩니다. 이로 인해 또래의 놀림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석호는 동생을 괴롭히는 녀석들을 혼내주고 다니게 됩니다.
가족과 형제에 관한 석호의 태도는 다음과 같이 변해갑니다. 치호와 한 형제라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던 것이 친모의 등장으로 바뀝니다. 자신은 이 가족의 식구가 아니라는인식, 치호와도 형제임을 거부하려는 의지를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치호의 엄마가 자신을 찾아다니다 죽음을 맞게 됨으로써, 석호의 태도는 다시 바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석호의 태도 변화 계기입니다. 영화 내내 석호와 치호의 생물학적 조건은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석호의 태도가 바뀌었을까요? 첫째, 자식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친모를 보자, 여태까지 자신이 받았던 것이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엄마 없는 아이에 대한 동정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하니 친모가 자신을 버려도 원래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지 못 했을 것입니다.
둘째, 자신을 찾아다니는 치호의 모를 보고서, 그리고 자신에게 달려오다 사고로 숨진 치호의 모를 경험하고서 많은 감정이 교차했을 것입니다. 그 무엇으로도 표현 못 할 미안함이 가장 컸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안함에는 자신에 대한 사랑을 동정으로 오해했다는 것 역시 큰 부분을 차지하리라 생각됩니다.
이렇게 본다면 형제애는 형제라는 생물학적 조건에서 탄생되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그 반대로 함께 보낸 시간으로 인해 사랑이 형성되고, 다만 그 관계가 형제인 것뿐일 겁니다.
※ 참고문헌 및 잠고자료
라이너 촐. (2008). 오늘날 연대란 무엇인가(최성환 옮김). 한울아카데미.
주경복. (2007). 커뮤니케이션 조건에서 텍스트 수사학의 접근 문제. 한국수사학회 학술대회, 57-68.
흔한남매, 백난도, 유난희. (2019). 흔한남매 1. 미래엔.
영화 <달짝지근해>.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