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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 Oct 22. 2023

운동을 해야 할 최적의 시기

퇴사하기 하루 전

처음 해본 운동은 요가였다.

한의원과 정형외과를 들락거리며 침을 맞고 진통제를 먹어야 버틸 수 있었던 카페 재직 시절, 몸 쓰는 일 하며 몸이 망가지는 걸 실감하게 되면서 살기 위해 요가학원에 등록했다. 일 때문에 손목, 어깨, 허리가 망가지기도 했지만 타고난 뻣뻣함을 장착하고 요가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요가를 시작하고 한 달 동안 매일 근육이완제를 먹었다. 치료 목적으로 시작한 요가였는데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요가는 또 하나의 ‘통증유발자’가 되었다. 게다가 유연성이라고는 없는 내 몸을 통해선 요가 특유의 아름다운 곡선도 볼 수 없었다. 명상과 어울리는 조용한 운동인 요가가 내게 맞으면서도 맞지 않는 이유였다. 부끄러워하는 내게 강사 선생님의 위로(?)는 큰 힘이 됐다. 요가 동작의 목적은 눈에 보이는 자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근육의 이완과 스트레칭이라고. 그러니 겉으로 보기에 자세가 안 나온다고 해도 동작을 취했을 때 동작에 맞는 부위의 자극이 느껴진다면 제대로 요가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의 이마가 무릎에 닿았을 때 앞에 있는 거울만 보고 있다 하더라도 허벅지 뒤쪽 근육이 땅겨진다면 혼자만 90도로 서 있는 허리가 전혀 부끄러울 일이 아니라고!  그렇게 1년 가까이 요가 학원을 다니며 점점 부끄러움을 탈피해 가는 나를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아팠던 부위의 통증 감소와 몸매 교정 효과도 보았다.


6개월 동안 매일 등산을 한 적도 있었다.

유일하게 다리에 근육이란 게 붙어있던 때였다. 50분을 낑낑대며 오르던 집 근처 산을 30분 만에 거뜬하게 오를 수 있는 근육이 있던 때. 그렇게 쉽게 오를 수 있다 보니 매일 등산을 해도 부담이 없었다. 하루를 시작하기 위한 가벼운 준비운동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몸이 너무 가벼워서 배낭에 책을 열 권씩 일부러 넣고 산에 오를 정도였으니 일평생 그 정도로 체력이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의 체력은 내 영혼과 맞바꾼 것이었기에 다시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날이 또 있다면 산에 오르기 전에 먼저 말라죽을 수도 있다.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고 되풀이되어서도 안 될 파혼 후에 얻은 체력이기 때문이다. 평생을 약속한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는 치유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해 헤맨 시간까지 합하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어김없이 산에 오를 준비가 되어 있는 굳은 의지와 산까지 걸어가면서 만나게 되는 변해가는 풍경들을 눈에 담는 여유와 산을 오르면서 다짐하게 된 많은 각오들, 정상에서 까먹는 초코바나 막걸리 한 잔의 달콤함은 내 몸의 뼈 곳곳에 새겨져 가끔은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아픈 만큼 단단해졌던 그때를 되돌아보면 운동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마음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운동하기를 싫어한다.

퇴사 대신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어떤 운동을 해야 할지 찾지 못했다. 등산한 지는 10년 가까이 됐고, 3년 전에 다니던 요가학원은 문을 닫았고, 1개월 다녔던 헬스장은 너무 멀었다. 아파트 내에도 헬스장은 있지만 아는 사람을 만날 확률이 높은 그곳엔 가고 싶지 않았다. 집 앞에 수영장 건물이 지어지고 있지만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없었다. 무에타이, 태권도, 권투 등의 격투 운동은 중년의 뼈를 위협하는 것들이기에 제외했다.


어슬렁거리는 사이에 퇴사 위기가 성큼 다가왔다.

사내에서 대화보다는 거친 단어 뱉기로 유명한 타 부서 팀장에게 일타 공격을 당한 날, 안 그래도 간당간당하던 동아줄을 놓친 것이다. 얼마나 듣기 싫은, 들어선 안 될 단어들만 쏘아대던지 가슴에 꽂힌, 입에도 담기 싫은 그 단어들을 빼내느니 차라리 삼켜서 죽어버리고 싶었다. 그 일 이후로 눈을 뜨고 감을 때까지 컨디션이 최악이었고 급기야 밤마다 악몽을 꾸었고 입안에 가시가 돋쳤고 아팠던 어깨는 팔을 들어 올릴 수 없을 만큼 통증이 일었다. 출근하는 게 끔찍하게 싫어 회사에 가는 길이 암울하기만 했다. 좋아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어도, 재밌는 영화를 봐도, 달달한 술을 진탕 마셔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퇴사 시기를 점지하는 날이 반복되었다. 당장 퇴사할 게 아니라면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임박한 것이다.


한가하게 운동을 고를 시간이 없었다.

어떤 학원이든 내일은 반드시 등록하기로 하고, 우선 유튜브를 켰다. 요즘 시대 모든 정보의 총체인 유튜브이니 당연히 다양한 종류의 운동법을 소개하는 채널들이 있었다. 그중 눈에 띄는 제목이 있어 영상을 클릭했다. ‘7분 운동으로 내장 지방과 뱃살이 쏙 빠진다’는 내용이었다. 7분이라니… 게다가 뱃살까지 빠진다니… 운동의 목적은 퇴사 방지였지만 내 몸의 지방까지 빼준다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그것도 7분 만에? 망설일 것도 없이 바로 영상을 보고 따라 했다. 동작은 생각보다 쉬웠고 7분만 버티면 됐다. 그런데 왠 걸? 3분 여가 지났는데 숨이 거칠어지고 땀이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거 너무 힘든데? 아… 원래 운동은 힘든 거였지. 그래도 생각보다 힘든… 그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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