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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 Oct 22. 2023

벌렁벌렁한 게 심장이었을까?

모든 게 회사 탓?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하는 게 쉽지 않은 이유는 눈에 띄는 보상이 없기 때문일까?

하고 있는 일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계속해서 그 일을 해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 일이 직업-직업은 대가를 받으니까-도 아니고 절실함에서 우러난 것-누구도 말릴 수 없으니까-도 아니라면 금방 지치고 질리는 게 당연하다. 내겐 운동이 그렇다. 물론 꾸준히 하면 분명 건강이라는 보상이 주어지겠지만 그때까지 버티고 유지하는 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동작이 아님에도 따라 하다 지쳐 숨을 헐떡대며 간신히 7분을 버텼다. 첫 홈트를 마치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퇴사 대신 운동을 택한 게 잘한 일일까? 이렇게 힘든 걸 퇴근 후에 매일 해야 할까? 다른 걸 찾아볼까? 겨우 7분 운동으로 뭘 그렇게까지 극단적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둘째 날, 허벅지 뒤쪽 근육이 땅겨 하루종일 조여 오는 근육의 통증을 감내해야 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게 특히 괴로웠고, 앉아있는 동안에도 뒷다리가 쑤셨다. 늘 그렇지만 퇴근시간이 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퇴근 후 약 대신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니 통증도 없고 기분이 좋아져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운동 욕구가 솟아올랐다. 왠지 운동을 하면 기분이 더 좋아질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술잔을 내려놓고 영상을 켰다. 술을 마시던 공간은 작은 방에서 큰 방으로 가는 길에 자리한 복도 같은 좁은 주방이었다. 주방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15평 아파트의 골목길 정도? 양팔을 벌리면 벽에 손이 닿을락 말락 한 곳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나는 팔다리 쭉쭉 뻗으며 한다고 하지만 누가 보면 좁은 골목길에서 양쪽 벽에 손 끝을 대보려고 꼬물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그런 움직임으로 말이다.  


7분 운동은 15가지 동작을 30초씩 연달아하는 운동이다. 반 정도의 동작을 하고 나면 슬슬 열이 나기 시작하고 마지막의 매운맛 동작 3가지까지 마치면 얼굴은 시뻘게지고 몸 구석구석에서 땀이 난다. 술을 마시다 시작된 운동은 7가지 동작만에 땀을 흐르게 했고, 마지막 동작을 마쳤을 때는 심장이 1초에 두 번씩 미친 듯이 뛰었다. 격한 몸의 반응이 낯설어 어쩔 줄 몰라하다가 욕실로 가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는 동안에도 심박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겨우 2-3분이면 끝나는 샤워 시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더운 여름에 에어컨도 없는 방에서 술까지 마시고 운동을 한 효과(?)인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달아오른 체온은 떨어질 줄 모르고 심장은 계속 전력질주 중이니 숨 쉬기조차 힘들었다. 씻는 둥 마는 둥 하고 기어서 침실로 갔다. 욕실과 침실 사이는 10초도 안 되는 짧은 거리인데 기어서 가니 그 길이 얼마나 멀던지… 침대에 똑바로 누워 양손을 가슴 위에 올렸다. 그러면 좀 진정이 될까 싶었지만 오히려 심장의 움직임이 손바닥에 직접 닿으니 그 속도가 엄청났다. 그 자세로 눈을 감았다. 쿵쿵 쿵쿵 심장 뛰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내 몸에서 난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비정상적인 속도였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걸까? 그 와중에 회사에서 있었던 부당한 일들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의 실수로 눈물 찔끔 나게 욕먹은 일, 모르쇠로 일관하는 팀장 때문에 무거운 책임을 떠맡아야 했던 일, 과다한 업무에 치여 너덜너덜해져 퇴근하려는데 긴급으로 처리해야 할 일을 떠넘기는 상사의 몰지각한 행동, 코로나에 걸려 온몸이 쑤시고 목소리도 안 나오는데도 일할 사람 없다며 회사에 남게 한 부장 때문에 일주일 동안 몸무게가 3킬로나 빠졌던 때, 직원에 대한 소중함보다는 돈을 아끼고 돈을 버는 일이 우선인 경영진의 마인드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민망한 부당집합소 회사에서의 극한 하루들. 퇴사를 생각하게 한 회사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맞게 된 것 같아 그 어느 때보다 원망스러웠다.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지? 내일 일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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