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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시봄 Oct 22. 2023

게슈탈트적 삶을 방해하는 회사라는 요소

원래의 나를 되찾고 싶은 게 욕심인가?

게슈탈트 심리학을 선택한 건 운명이었을까?

마지막 학기의 수강신청을 앞두고 고민했다. 쉬운 길로 갈 것인지, 본질에 충실할 것인지. 문득 처음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이 떠올랐다. 사이버대에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한 건 회사 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서였다. 내가 심리학을 배우려는 이유.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나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위함이었다. 어느 순간 학점을 따고 장학금을 타는 게 목표가 되어 괴로웠던 적도 있지만 마무리를 앞둔 시점에 꼭 쉬운 길로 갈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게 본질에 충실한 선택을 하게 되었고 그 대표적인 과목이 <게슈탈트 심리학>이었다. 게슈탈트 심리학은 ‘지금-여기’의 삶을 강조하는 학문이다. 과거와 미래는 현재의 중요성 앞에 무력하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알 수 없는 미래에 불안해하는 나 같은 중생에게는 늘 숙제 같은 ‘현재를 잘 살아가기’에 대한 해법을 알려주는 심리학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의 가르침에 맞는 삶을 살면 그게 바로 게슈탈트적 삶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퇴사를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유를 추구하는 내가 점점 자유로부터 멀어지고, 회사 건물만 봐도 속이 뒤집힐 정도로 심각한 일 기피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삶의 활력을 잃고 새로운 도전을 멈춘 채 고통스럽게 방황하고 있는 내게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 체험 확장‘은 지금의 내 모습이 어떤지를 명확하게 알게 해 줬다. 체험확장은 자유, 삶의 도전, 모험, 불안과 공포의 극복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삶이 확장됨을 말한다. 이런 단어들과 결별한 채 살아온 최근 몇 달을 되돌아봤다. 회사와 동료들에 대한 불만과 분노는 폭발 직전의 상태로 오랫동안 가슴에 머물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자 폭발 대신 무력한 사람이 되게 만들었고 그 무력감을 이겨내지 못한 채 현재 느끼는 감정과 욕구를 억압하고 세상과 접촉을 피한 채 살았다. 그러다 보니 힘이 없는 나를 보는 또 다른 나는 우울해졌고 회사 밖에서도 사람을 불신하게 되었다. 그런 내 모습이 오래 지속되자 스스로에게 화가 났고 퇴사를 결심하기에 이른 것이다.


나는 밝고 친절하고 선한 사람, 새로운 것에 도전하길 좋아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억압을 뚫고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나를 되찾으려면 퇴사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편히 숨 쉬고 싶었고 광대가 얼얼하게 웃고 싶었다. 외면적으로 그래 보였을지 몰라도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내면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열정의 불이 아닌 분노와 광기의 불! 겉과 속이 다르니 더욱 메말라갔고 그대로 유지하는 삶에 대한 회의가 느껴졌다. 나를 되찾고 싶었다. 나를 되찾아 원래 모습대로 살아가고 싶었다. 새로운 내가 아닌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일임에도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회사를 다니며 깨닫게 되다니… 만일 내가 자기 자신이 되고, 자연스러운 욕구에 따라 산다면 게슈탈트 심리학에서 말하는 실존적 삶을 사는 것이며 심리치료는 끝이 난다. 스스로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으로 퇴사를 선택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퇴사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 건지 고민했다. 회사에서 즐겁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울함이 점점 깊어지지는 않아야 했기에 그것만 극복해 낼 수 있다면 퇴사 아닌 다른 걸 선택하는 게 나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서 운동을 했고 힐링 요소를 찾아다녔다. 이런저런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회사에서의 문제는 회사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퇴근 후 힐링을 한다고 해도 출근하면 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나아지는 건 없었다. 지금까지 지켜봐 온 회사는 변화가 불가능해 보였다. 시스템이 바뀌려면 결국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 하는데 다들 바꿀 생각이 없으니 말이다. 역시나 귀를 닫아왔던 부장이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일은 정말 사직서를 쓰게 될 게 뻔했기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부장에게 퇴사라는 단어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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