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이 모여 음악이 되고 소설이 되는 삶
내일 일을 지금 알 수 있다면
후회 없는 내가 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모든 걸
널 보낸 그때도 알았었더라면…
모닝콜이 울린다.
신승훈의 <나비효과>를 정승환이 리메이크한 목소리로 아침마다 저 노래를 들으면 ‘나는 오늘도 후회 없이 살게 될까?’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음악은 언제나 놀랍다.
도레미파솔에 지나지 않는 음 하나가 박자와 강약과 악기와 사람을 만나 하나의 곡, 음악이 되기 때문이다. 혼자일 때는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는 하나의 음이 꼭 맞는, 꼭 필요한 음이 되어 음악으로 완성되어 가는 과정은 경이롭고 아름답다. 게다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음은 전혀 다른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한다. 임윤찬의 피아노와 도이치 캄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만나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완성한 오늘의 공연도 그랬다.
소설의 인물도 마찬가지다.
돈키호테를 묘사하기 위해 세르반테스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사건들 속으로 인물을 던져 넣는다. 그 안에서 돈키호테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무모한 도전을 일삼으며 자신을 완성해 간다. 무수한 사건들 속에서 이리저리 뛰는 돈키호테를 보며 독자는 돈키호테가 어떤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그게 작가인 세르반테스의 의도이며 돈키호테가 성장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인물은 누구를 만나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물은 하나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그것들이 모여 단 하나의 인물을 탄생한다.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진짜 모습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나는 어떤 음악, 어떤 인물일까?
그동안의 수많은 후회와 갈등과 무모한 행동들은 다가올 사건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대비할 중요한 나의 일부가 아닐까?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지 못하고 오늘 하루종일 후회할 일만 한다고 해도 그것 자체로 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일 테니까. 그런 부족함과 후회마저도 나라는 음악을 만들어가는 음 하나로 기억될 될 테니까!
불편한 것을 익숙하게 만듦으로써
유연한 어른이 되고자 했던 나의 노력은
가끔 수포가 되기도 했다.
이러다 시작을 안 한 것만 못한 게 아닐까 후회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새로운 사건을 만들었고 그 사건으로 나를 보여줬으며 나를 완성해 가는 단계를 밟았다. 나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채찍질했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오르라고 했지?
소파에서 제발 좀 내려오라고!
도서관이든 카페든 나가야 글이 써지는 거 아직도 모르겠어?
아침에 30분 일찍 일어나 독서하기로 한 거 잊었니?
운동기구만 잔뜩 늘어놓고 피해 다니는 꼴이라니.
아프다고 말만 하지 말고 행동을 하라고!
삶이 이야기가 되고 모범답안이 되고 소중한 무언가가 되겠다고 다짐하지 않았어?
첫 마음으로 모든 일을 필터링할 거라고 약속했잖아!
나를 다독이고 단련하는 일이 하루아침에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지난 100일간의 시간이 기존의 나쁜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좋은 습관을 굳히는 데 충분할 정도로 길고 단단하진 않았으니까.
그렇다 해도 그 사이에 나는
엘리베이터와 멀어졌고 그만큼 다리에 근육이 붙었으며, 손가락과 뇌에 근육이 붙도록 글을 쓰고 책을 읽었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날에는 사정없이 스스로를 나무랐다. 오늘 꼭 해야 하는 것들이 하루하루 쌓이다 보니 내일로 미루어서 후회하는 일이 줄었고, 그만큼 삶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
아직 헤쳐나가야 할 일이 태산 같지만,
계속해서 지난 석 달처럼 살아간다면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 속에 있음을, 과정 하나하나는 의미가 없어 보일지라도 내가 선택한 삶으로 가는, 결과적으로는 성장에 꼭 필요한 요소였음을 알게 되지 않을까?
여러 음이 조합을 이뤄 음악이 되고, 사건들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인물의 다양함이 소설이 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