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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도 열정으로 녹여낼 아픔이 남아있는가?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by 다시봄
사라져 버려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열정에 가득 찬 사람을 보고 있으면 그가 나와는 다른 세상에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더불어, 다른 세상에 있지만 같은 세상을 꿈꾼다는 동질감에 그의 열정이 내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함께 울고 웃는다.

<빌리 엘리엇>을 처음 만났을 때 그랬다.




빌리는 탄광촌에 사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이지만 아버지와 형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집안의 유망주다.

엄마 없이 큰 막내아들이 권투를 배워 강해지길 바랐던 가족의 바람으로 어려운 형편에도 권투 레슨을 받지만 빌리의 관심은 엉뚱하게 발레로 향하고 가족들은 빌리의 선택에 당황한다. 권투는 뒷전이고 여자애들이나 하는 춤 그것도 발레를 하고 싶다는 어린 아들을 어떻게 설득해 마음을 돌려야 할지 모르는 아버지 재키 엘리엇은 무작정 반대만 하고 나선다.


이미 발레에 마음을 빼앗긴 열정 가득한 빌리는 시도 때도 없이 발레 연습에 임하고, 빌리의 재능을 알아본 발레 선생님 윌킨슨은 빌리가 런던의 왕립 발레학교 오디션을 보게 하기 위해 아버지를 찾아가지만 재키의 완고함을 꺾을 수가 없다. 파업 광부인 형 토니가 경찰과의 충돌로 체포되면서 오디션 기회를 완전히 놓친 빌리는 절망 하지만 그런 순간에도 춤을 추며 모든 근심을 잊는다.


친구 마이클과 체육관에서 춤을 추던 빌리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등장에 놀라지만 자신이 얼마나 춤을 사랑하는지 직접 보여준다.

치매 할머니를 돌보고 방과 후 가난한 가족들의 피땀 어린 돈으로 좋아하지도 않는 권투를 배웠던 11살 소년 빌리에게 발레는 그나마 숨 쉴 수 있는 ‘해방’의 통로였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환경을 온전히 감당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렸던 빌리. 그가 날아오르듯 춤추는 모습을 본 가난하고 능력 없는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지.


발레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하나로 굳건했던 아버지의 마음을 바꾼 빌리는 결국 그토록 원했던 오디션을 보지만 시큰둥한 심사위원의 반응에 어쩔 줄을 모른다. 하지만 춤을 출 때 어떤 기분이 드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빌리는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답을 한다.



그냥 기분이 좋아요.
조금은 어색하기도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모든 걸 잊게 되고 그리고 사라져 버려요.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아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은 느낌이에요.
전 그저 한 마리의 나는 새가 되죠.
마치 전기처럼.
네, 전기처럼요.



춤을 추면서 몸 전체가 변하고 사라져 버리는 느낌을 받는다는 빌리는 그 후 춤을 출 때 가장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 하늘을 날아오른다.



춤 출 때 가장 행복한 빌리




장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 <연인>에서 불우한 가정환경에도 인기 소설 작가가 된 소녀와 시드니 루멧 감독의 <허공에의 질주>에서 도망자 신세이지만 피아노에 대한 사랑을 놓을 수 없었던 대니와 닮아있는 빌리. 결이 다른 영화들이지만 그들 세 사람의 열정은 각자가 지닌 아픔을 녹여내고 있다는 면에서 닮았다.


어쩌면 무엇인가에 대한 열정은 진짜 잊고 싶고 벗어나고 싶은 것에 대한 숨겨진 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정확히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 불타는 마음만큼은 함께 하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는 아주 뜨거운 바람같은 것인지도.


그래서 열정으로 가득 찬 사람을 만나면 그가 겉으로 드러난 열정으로 표현해낸 속마음이, 그걸 녹여내려는 불타는 마음이 전해져 함께 뜨거워지는지도 모르겠다.



당신에게도 아직 열정이 남아있는가?

열정으로 녹여낼 아픔이 남아있는가?






[지금 연재 중입니다]

월 : 어른의 Why?

화 : 일주일에 한 번 부모님과 여행 갑니다

수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목 : 글이 주는 위로-글쓰기 예찬

금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토 : 영화보다 드라마틱한 사ㄹㅁ

일 : 나를 일으키는 문장은 어디에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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