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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애슬론을 트라이해 보았습니다

인생 첫(그리고 마지막?) 트라이애슬론

by 메이

아마도 내 밴쿠버 생활에서 가장 큰 취미는 커뮤니티센터 홈페이지 구경하기일 것이다. 집 근처 동네부터 차로 갈 수 있는 범위까지, 어떤 수업이 개설되어 있는지 살펴보는 게 일상이 됐다. 때로는 대학교의 레크리에이션 센터도 눈여겨보곤 하는데, 그러다 트라이애슬론이 내 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트라이애슬론은 수영, 사이클, 달리기, 세 종목을 연속으로 진행하는 스포츠다. 각 종목의 기록과 전환 시간(수영에서 사이클, 사이클에서 달리기로 바뀌는 시간)이 합산되어 최종 기록으로 측정된다. 가장 일반적인 올림픽 코스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이고, 초보자를 위한 스프린트 코스는 수영 750m, 사이클 20km, 달리기 5km로 구성된다. 내가 신청한 종목은 그보다 더 짧은 수영 400m, 사이클 10km, 달리기 5km를 해내야 한다.

처음 신청했을 때, 달리기는 5km 이상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수영은 겨우 겁먹지 않고 25m를 나아갈 수 있을 정도였다. 사이클은 1년 전 Stanley Park를 자전거로 한 바퀴 돈 게 전부. 주변에 트라이애슬론 경험자도, 함께 준비하는 사람도 없었다. 아는 것도 없이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신청했고,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대회는 어느새 한 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때 천금 같은 은인을 만났다. 바로 트라이애슬론 초보자 안내 세션! 대학교에서 개최하는 이 행사에서는(대학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대학 캠퍼스를 달리고, 대학 인근의 도로를 자전거로 달린다) 대학 트라이애슬론 동아리가 중심이 되어 각 종목별 준비 사항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었다. 수영, 사이클, 달리기 종목뿐만 아니라, 전환시간, 식단에 관한 수업도 있었다. 이론수업이 끝나고 나면 실습시간으로 이어지는데, 함께 수영장으로 걸어가 준비운동부터 수영까지 연습을 하거나, 사이클링 코스 일부를 함께 자전거를 타고 가며 실전을 대비했다. 주말 시간을 선뜻 초보자들을 위해 내어 주는 동아리 학생들- 보온을 위해 면양말 대신 울 양말을 추천하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팁까지, 캐나다인의 세심함과 다정함에 다시 한번 감동한 시간이었다.

수영할 때 오리발 사용 여부(당연히 금지다!)처럼, 트라이애슬론에 무지했던 나에게 이 안내 세션은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자전거를 끌고 이동할 때도 헬멧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것과 달리기 중 이어폰 착용이 금지된다는 점 등을 알게 된 것도 이 안내세션 덕분이었다. 평소 달리기를 하며 음악으로 기운을 북돋곤 했던 내게는 중요한 정보였다. 안내 세션이 없었다면 무심코 이어폰을 착용하고 실격당했을지도 모른다.

대회 이틀 전, 처음으로 수영 – 사이클 – 달리기를 정해진 거리대로 연습해 보았다. 시간은 충분했지만 늘 준비는 촉박한 법. 준비가 더 철저했다면 자신감이 생겼을까? 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긴장과 걱정에 대회 전날 밤은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비 예보까지 반갑지 않게 들려왔다. 과연, 나, 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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