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트라이애슬론을 하며 내가 생각한 것들

by 메이


작년 이맘때 쓴 일기장을 펼쳐보니, 우연히 트라이애슬론 대회 소식을 접하고 ‘한번 나가볼까?’ 고민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때의 나는 4.5M 수심의 수영장이 두려워 수영해 10M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던 시기였다. 얕은 물에서 시작해 수영해 나가다가도 깊어지는 지점에 이르면 갑자기 숨이 막혀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그런 나를 지켜보고 있던 수영장 안전요원이 충분히 편안해지면 그때 수영하라고 조언을 주기도 했었다. 그랬던 내가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했고, 완주했고,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비가 내리는 토요일인 것만 같을 뿐, 이제는 대회에 대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지만 내 손에는 대회 참여 메달이 있다.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내 밴쿠버 생활의 소중한 기념품이다.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아니었다면, 이런 경험을 해볼 수 있었을까? 3월의 차가운 빗속에서 수영을 마치자마자 탈의실까지 수영복 차림으로 달려 나가는 일. 비에 흠뻑 젖으며 자전거 10km를 달리는 일. 그리고 무거워진 다리를 이끌고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를 되뇌며 뛰었던 일, 낯선 사람들의 박수와 응원을 받던 순간, 그리고 남편과 아이, 남편의 친구와 남편 친구의 아이가 나를 응원해 주러 왔던 것까지. 이 모든 것이 너무도 멋진 일이었다.


나는 좋아하는 운동도, 즐겨하는 운동도, 건강을 위해 억지로 하는 운동도 없이 20대와 30대를 보냈다. 어쩌다 한 번 산책을 하거나, 홈트 열풍이 불 때 반짝 따라 해 보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내가 트라이애슬론을 하다니! 처음엔 참가비 190달러가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대회를 신청하는 것이 운동을 싫어하는 내가 운동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는다. 이 대회를 준비하지 않았다면 수영도, 달리기도 연습하지 않았을 테니까. 할 수 있어서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으니까 신청하게 되었고, 끊어놓은 비행기표가 있다면 여행이 시작되듯, 신청해 놓은 대회가 있다면 운동은 하게 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바로 내 체력이 생각보다 좋다는 것. 비 오는 날 수영하고, 자전거를 타고, 달리기까지 했는데도 다음 날 다리가 뭉치거나 감기 기운이 찾아오지 않았다. 이렇게 무사히 도전을 마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도 든다. 내가 건강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중에 더 나이가 들어 돌아보더라도, 내가 가장 건강했을 때의 추억 정도가 되어줄 것 같다.



사실 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 나보다 더 나이가 많은 참가자들을 많이 만났다. 수영장에서 내 다음 차례는 어린 손자가 응원을 나온 할머니였고, 사이클링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속도가 느린 내 앞을 지나갔는데 그중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많았다. 어쩌면, 내 건강도 잘 관리해서 내가 가장 운동을 열심히 해서 활동적인 시기가 지금이 아니라 몇 년 뒤의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나는 20대의 나보다 할 줄 아는 스포츠도 많고 운동에 들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래서, 새롭게 생긴 나의 목표는, 나이가 들어도 별게 다 하고 싶은 나로 남아 지금까지 안 해본 것들을 해보며 사는 것이다. 그러려면, 건강해야지. 건강해야 한다.


keyword
화요일 연재
이전 06화트라이애슬론을 트라이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