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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친구는 너밖에 없어서

by 메이

아이 학교의 1학년은 30명 남짓, 1학년만으로 이루어진 Div 13, 그리고 1학년과 2학년이 섞인 통합학급 Div 12 중 아이는 Div 12로 배정되었다. 반은 달랐지만, 학교 행사 중에 만나고, 수준별로 재편된 읽기 수업에서도 만나고, 점심시간이나 중간 놀이시간에 지정된 놀이터에서도 만나다 보니 서로의 존재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학년이나 반 구별 없이 아이들은 함께 잘 어울려 논다. 그렇게 아이는 Div 13의 Ethan을 알게 되었다.


학교가 끝나면 놀이터에서 아이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Ethan과 아이가 가끔 어울려 노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일 뿐이었다. 그러다 2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되면서 두 아이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둘 다 외동아들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Ethan의 엄마도 방과 후에 아이를 실컷 놀게 한 뒤 데려가는 편이었고, 어느새 서로의 집을 오가며 playdate도 하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게 될 때는 우리 집이 좁아서 주로 밖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이와 Ethan 모두 골프를 할 수 있어서 골프 연습장에 가고, 미니골프도 하러 가고, 넓은 운동장에서 부메랑도 한다. 반면 홍콩 부자인 Ethan의 집에 가면 지하 공간이 놀이방처럼 되어 있어서 우리 집에는 없는 레이저 태그, 대형 레고 등의 장난감을 실컷 가지고 논다.


그리고 두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 floor hockey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집 거실 한편에 간이 골대를 세우고 한 명은 골키퍼, 다른 한 명은 슈터가 되어 번갈아 가며 슛을 한다. 주니어 하키 선수로 경기를 위해 국경을 넘어 시애틀까지 다니는, 하키에 진심인 Ethan은 아이에게 최고의 파트너다. 슛을 하기 전, 하키 선수들의 이름을 외치고 시작하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공휴일인 어제도 아이는 Ethan과 놀고 싶다고 해서 전날 밤 급히 Ethan 엄마에게 연락해 playdate를 잡았다. 부메랑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평소 같았으면 보도를 두고 미끄러운 오르막길을 올라가려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했겠지만 어제는 Ethan도 함께 그 길을 걷고 있었다. 뭘 해도 함께면 즐겁고, 뭘 해도 재미있는 두 친구였다.

한국에 돌아가면, 이렇게 특별할 것 없는 하루를 친구와 보내는 playdate는 얼마나 '비싼' playdate가 되어버릴까. 아이와 나의 밴쿠버행 비행기값만 생각해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그런 부담이 있더라도 아이가 이런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친구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다시 오고 싶어질 것이다. 아니, 꼭 다시 오게 될 것이다. 다만 지금과 같길 바라는 것은 내 욕심이다.

아무도 모른채 시작된 밴쿠버 생활이지만 지금은 나와 아이 곁에는 좋은 친구들이 있다. 한국에 돌아가도 아이에게는 곁을 지켜줄 새로운 친구들이 생기겠지. 하지만 하키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하키 카드를 교환하고, floor hockey를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친구는 Ethan밖에 없어서, Ethan이 많이도 그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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