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서관 리딩버디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았습니다

by 메이

동네 도서관에 들를 때마다 게시판에 걸려있는 동네 소식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편이다. 그날도 도서관의 행사들을 읽어 내려가다 리딩버디 프로그램 홍보글을 보게 되었다.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3시 40분부터 4시 40분까지 진행되며, 모든 회차에 빠짐없이 참여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아이가 학교 끝나는 시간은 3시, 천천히 걸어 올라와도 3시 20분에 도착하니 시간도 딱 맞았고 무엇보다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라니 호감이 들었다. 어릴 때 도서관 어린이캠프에서 만든 노트를 아직도 소중히 가지고 있는 사람, 새로운 동네에 이사가게 되면 도서관회원카드부터 만드는 사람이 바로 나이다. 아이도 도서관을 사랑하는 엄마의 취향을 따라 도서관을 좋아하게 될까?


동네 도서관의 작은 공간은 중고등학생 자원봉사자들과 그들과 함께 책을 읽을 어린아이들로 금세 가득 찼다. 도서관은 조용히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곳 밴쿠버의 도서관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작고 조용하던 도서관이 리딩버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봉사자들로 북적였지만, 책을 고르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함께 책 읽는 소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시끄럽거나 불편하다고 불평하지 않고, 오히려 함께 책을 읽는 모습에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아이 한 명에게 버디 두 명이 붙은 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1:1로 짝을 이뤘다. 도서관 사서가 미리 짜둔 조 편성에 따라 이름이 호명되면, 서로 짧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책을 고르러 서가로 향했다. 그리고는 도서관 구석구석으로 흩어져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국의 도서관처럼 넓고 책상과 의자가 잘 갖춰진 공간은 아니어서, 서가 앞에 앉거나 구석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새로운 책을 고르러 가기도 하고 도서관에 비치된 보드게임을 다른 리딩버디조들과 함께 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였다. 늘 아이와 둘이 와서 책을 빌려서 나가곤 했었는데 리딩버디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우리는 도서관에 오래 머물게 되었다. 이 작은 도서관에서도 새로운 추억이 만들어지는 순간이다.


‘모든 회차에 참여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사정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 인원이 점점 줄어들었고, 그에 따라 매주 다른 버디와 짝을 이루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 아이와 버디 승민(한국 학생이었다)은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기 때문에 버디가 바뀌지 않은 채, 매주 만나 책을 읽었다. 이런 성실함은 한국인의 특성인 걸까? 캐나다에 와서도 한번 하기로 약속된 것은 이렇게 꾸준히 하는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keyword
이전 16화리딩레벨: 핑크에서 회색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