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벤쿠버에서 배우기 잘했어, 수영

by 메이

우리가 한국에 있을 땐 태권도를 배운게 전부였던 아이가 벤쿠버에 와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접하고 있다. 플로어하키, 스키, 테니스, 골프, 바이올린, 로보틱스 등 다양한 방과후 수업들을 경험했지만, 그 모든 것들 중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건 단 하나, 바로 수영이다.


수강 신청이 열리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여행 중 수강 신청을 해야 했던 날에 노트북과 마우스까지 챙겨갔다. 휴대폰보다 노트북으로 접속해야 신청이 더 잘 되기 때문이다. 다른 스케줄을 짤 때도 늘 수영 수업이 가장 먼저 고려됐고, 신청에 실패한 날이면 혹시나 취소된 자리가 생기진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만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벤쿠버에 있는 동안 주 2회, 아이가 정기적으로 수영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수업 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여기서 수영을 배우게 되어 정말 다행이야.’ 나도 한국에서 수영을 배웠지만 깊은 수심에서 수영을 해본 적은 없었기에 깊은 물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아이들이 유아풀에서 수영을 배우지만, 캐나다에서는 아주 어린 아이를 제외하고는 보통 일반 수영레인에서 수영을 배운다. 2.5M-4.5M의 수심의 수영장이다.

이곳의 수영수업은 한국의 한자 급수처럼 명확한 레벨 체계가 있어서, 각 단계별로 성취 기준이 정해져 있다. 기수별 마지막 수업이 끝나면 수영강사가 성적표를 주는데 다음 단계의 수업을 들어도 될지 같은 단계를 한 번 더 수강해야할지가 적혀있다. 아무리 다른 기술을 잘 해도 물에 뛰어드는 것을 주저한다면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없는데 1단계의 아이들도 구명조끼를 입고 물 안에 뛰어 들어야 한다. 처음 수영을 배웠을 때 아이는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발끝만 물에 담그다 조심스럽게 폴짝 뛰어내리는 수준이었지만 4단계인 지금은 머뭇거림 없이 자신 있게 다이빙을 한다.


30분간 진행되는 수업의 마지막 5분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게임을 하거나 파도 풀에서 노는 시간이다. 어떤 부모는 "배우라고 보냈더니 놀기만 한다"며 더 연습을 많이 시키는 수영장을 찾기도 하지만 내게는 물속에서 꺌꺌대며 웃고 있는 아이의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기쁘고 만족스럽다. 수영 수업 후 아이는 생기가 넘친다. 정말 재미있는걸 하고 온 것 같은, 만족스러운 눈빛, 살아있는 느낌이다.


우리 아이는 수영 레슨이 첫 수영 경험이었지만, 대부분의 캐나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계곡이나 호수에서, 심지어 차가운 물 속에서도 어린 아이들이 망설임 없이 수영을 즐긴다. 물의 온도나 깊이에 크게 개의치 않고, 자연 속에서 물과 어울리는 그 모습은 이곳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그리고 그 옆에는 어린 시절을 그렇게 보내고, 자신의 아이들에게도 같은 경험을 선물하고 있는 부모들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벤쿠버의 많은 것들이 잊혀지겠지만 어릴 때 배운 자전거나 오랜만에 하는 운전처럼, 몸으로 배우고 익힌 것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을 것이다. 벤쿠버에 와서 배운 수영을 통해 아이가 깊은 물도 무서워하지 않는 용기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을 잘 하게 되었다는 자신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물론, 즐겁게 웃으며 수영수업을 받았던 즐거움까지도.



keyword
이전 17화도서관 리딩버디 프로그램을 신청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