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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Mar 06. 2021

발견된 나, 발견하는 나

스스로 사랑할 수 있도록 발견해주는 사람


내가 내 삶을 사랑하기 위해서 나에게 무엇이 필요한가는 중요한 문제다. 나는 발견되는 기쁨을 말하고 싶다. 자기를 사랑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 그것은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사랑받을 만한 어떤 것을 가지고 있음이 누군가에게 발견되는 것이다. 건강한 자기애는 감사와 사랑을 보낼 타인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내가 좋지 않게 행동하면 슬퍼할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과 믿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다.

  정혜윤, 『앞으로 올 사랑』


오늘 읽은 책의 이 부분이 계속 가슴에 맴돈다.

머리로 하는 이해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공감이었다.

나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나와 나의 삶을 사랑하고,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만족한다.

그리고 자기애를 해칠만한 쓸데없는 비교를 하지 않는다.

사랑과 행복은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사랑과 행복은 오로지 나의 기준에 달려있다.

SNS에는 언제나 잘난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그들과 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느냐, SNS의 편집된 삶으로 이해하느냐는 오로지 자기 몫이다.

이것은 SNS뿐만이 아니다. 내 주위의 사람들과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두고 '그래도 나는 저 사람보다 낫다'거나

'그 정도면 되지 욕심도 많네'라고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무언가의 비교는 가능하겠지만,

정작 삶에서 중요한 것들은 숫자로 나타낼 수 없다.

나를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건 나의 보잘것없는 마음 때문이다.


MBTI 같은 인성검사에서 '계획적인 사람'이라는 성향이 나왔다면

그것은 그냥 나의 여러 성향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위의 누군가가

'열심히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맞춰 꾸준히 나아가는 너는 정말 대단한 것 같아.'라고

알아봐 준다면 그것은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나는 나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가진 사랑받을 만한 것들은 모두 그렇게 누군가가 나에게서 찾아준 것들이었다.

지난 삶 속에서 선생님의 한 마디, 동네 어른들의 칭찬, 누군가의 응원들이

나로 하여금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만큼 건강한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나를 발견해준 누군가가 주위에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그들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는 누군가 가진 많은 수의 팔로워를 전혀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대부분의 팔로워는 눈에 보이는 것들 외에 다른 걸 발견해 줄 수 없다.

수많은 팬을 가진 연예인들이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는가.

진짜 불행한 것은 팔로워 수가 적은 것이 아니라,

곁에서 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도록 발견해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나는 모두 그렇게 발견된 것들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다행히도 나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에게 그들이 가진 사랑받을 만한 것들을 얼마나 발견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곁에서 그들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깎아내리지는 않았는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난하거나 얕보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그들도 똑같이 사랑받을 만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텐데

그것을 발견해주는 사람이 되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든다.

누군가 가진 사랑받을 만한 것들을 발견하고 인정하는 것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하는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만 사랑하기 바쁜 건 아니었을까.

점점 더 자기밖에 모르는 세상이 되어간다는 건

누군가에게서 사랑할만한 것들을 발견하지 못한다는 것이고,

결국은 누군가에게 발견되지 않은 자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나조차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때,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 삶이 될지는 상상하기 힘들다.


책의 문장을 빌리자면

누군가에게서 사랑받을 만한 것들을 발견하는 것, 

그래서 그들이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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