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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휘찬 Apr 30. 2023

오늘도 삶의 무게를 든다

도전의 무게는 바벨의 무게보다 무겁다

큰 도전을 앞두고 있었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했고, 더 많은 시간 동안 힘들었다. 그리고 결정을 한 후에는 여러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과연 가장 필요한 게 뭔지, 무엇부터 준비하면 될지 생각하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은 체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것 같아 처음부터 체력 관리를 잘해야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학생시절 그 당시 유행하던 스쿼시를 좀 배운 적은 있지만 오랫동안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던 생활 탓에 헬스장 한 번 제대로 다닌 적이 없었다. 그렇게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몸을 가지고 난생처음으로 PT라는 걸 받게 되었다. 웨이트 운동을 하려고 해도 기구 사용하는 법을 전혀 모르고, 게다가 자세가 정확하지 않으면 많이 다친다고 하는데 행여 다치기라도 하면 오히려 손해인 것 같아서 개인레슨을 받아보기로 한 것이다. 역시 그동안 방치했던 몸은 첫날부터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굳은 골반에 굽은 어깨까지 말 그대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뭐 하나 제대로 들어본 적 없는 근육은 너무 약해서 가벼운 무게도 버티질 못했다. 첫날에는 하체 수업을 받았는데, 다리가 풀려서 여러 번 넘어질 뻔하면서 겨우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도 하체운동은 힘들지만, 그날 집에 와서 '인어공주'처럼 앉아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던 생각을 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PT 받는 날 외에도 개인운동을 하고, 때로는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가서 운동을 하기도 했다. 운동과 함께 시작한 식단도 꾸준히 했다. 하루에 4끼씩 먹는 게 처음에는 꽤나 힘들었지만, 하다 보니 그것도 적응하게 되었고 오히려 몸에 좋지 않은 군것질을 끊게 되었다. 분명히 나에게 운동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조금씩 변해가는 몸과 앞으로 달라질 몸을 기대하는 마음까지, 체력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 같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준비하던 일에도 활력소가 되었다. 다른 목표를 위해 시작한 운동이었지만 때로는 주객이 전도된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 할 일이 잔뜩 남아있는데도 운동만큼은 갔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시간이 되면 미련 없이 운동복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러 갔다. 분명히 운동이란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끌어내야 하는 순간의 연속이었고, 눈앞이 캄캄할 만큼 어지럽거나 지쳐서 곯아떨어질 때도 있을 만큼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어느 순간부터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나에게 운동은 탈출이자 도피였고 망각의 시간이었다. 


운동과 공부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다른 사람이 대신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만점강사라도 공부하지 않는 학생을 만점으로 만들어 줄 수 없듯이 운동도 누가 대신 해줄 수가 없고 내가 들인 노력만큼 결과가 나타나는 정직한 활동이라는 점이 꽤나 닮아있다. 하루하루의 변화는 티가 나지 않지만 어느 순간 달라져있음을 발견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내가 붙들고 있는 공부라는 도전이 어느 순간 분명히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지만 그 과정에서 변화의 티가 나지 않는 그 하루하루는 지루하고 외로운 시간이었고, 어느 날은 답답하고 또 어떤 날은 손이 덜덜 떨릴 만큼 조급했다. 나는 아직도 그 길에 있으니 과거형보다는 현재형으로 쓰는 게 더 맞겠다. 오늘도 나는 답답하고, 지금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불안하고 조급하다.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는 나이에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시작을 위한 도전을 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두 번째 시작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커다란 행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예상했던 것보다 그 도전의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 불안감과 부담감에 언제라도 깔릴 것만 같다. 그 무게는 마치 바벨의 무게 같다. 아니 오히려 그것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못 들 것 같던 무게 앞에서 겁이나도 이를 악물고 들어 올렸듯이 지금 내가 선택한 도전의 무게도 배에 힘을 꽉 주고 숨을 참고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도록 힘을 내서 꼭 들어 올리고 싶다. 그것이 오늘도 내가 바벨 앞에 앉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노력과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내는 힘은

삶의 무게를 들어 올리고

나는 그 무게만큼 성장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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