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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S Jun 16. 2019

(책리뷰)대성당 - 레이먼드 카버


작품에 깊은 여운을 느끼게 되면, 그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레이먼드 카버는 만 20세의 나이에 이미 아이 둘을 가진 가장이었다. 철없이 사랑에 빠진 그와 그의 아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그들을 지원해줄 수 없었던 가난한 부모와 젊디 젊은 육체뿐이었다. 아직 한참 애였을 나이에 카버는 딸린 식구 셋을 먹여 살려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가난은 사람을 절망하게 할 수도 있지만 그 절망을 벗어날 힘을 키우게도 한다. 주경야독하던 그에게 신이 응답한 것일까, 그렇게 노력했던 카버는 뛰어난 스승과 편집자를 만난다. 이들을 통해 카버는 스스로의 재능을 구체화할 수 있었고 글을 쓰는 것이 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팔리는 글'을 쓰기 위해 단편에 전념했다. 


단편을 써냈지만 경제적인 궁핍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카버는 알코올 중독의 길로 빠지게 된다. 가족의 해체와 문학적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카버는 계속해서 썼다. 인생의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계속 글을 썼던 그는 쓰는 행위 자체에 행복과 기쁨을 느꼈던 것 같다. 어쨌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금주와 알코올 중독의 극복, 새로운 배우자, 그리고 대성당을 통해 제2의 삶을 살게 된 카버는 자신의 삶을 작품에 그대로 녹여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서민들의 일상, 즉 그의 삶 자체에서 나왔다. 가족 간의 불화, 이혼, 폭력, 대화의 단절, 알코올 중독인 주인공들, 가난이 불행을 불러오는 그런 것들이 그의 삶이자, 작품이었다. 거기엔 신도, 정의도, 이데올로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의 삶이 있을 뿐이다. 지독할 정도로 무심한 문장들은 우리 실제 삶에 녹아있는 '그것(something)',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을 표현해낸다. 


주로 중, 장편소설을 보는 나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편 하나를 다 읽은 후에 '이게 뭐야?'라는 말이 튀어나오지만 되돌아가 다시 읽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작가로서의 역량은 오히려 단편에서 더 강렬하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여운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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