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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하게, 성실하게

삶에 대한 태도

by 레몬트리

[ 정직하게, 성실하게 ]


삶에 대한 태도


SE-0D3120F0-BF7B-4D27-8734-8F899BEDB5B0.jpg?type=w1600 이것은 J가 바라본 P의 현실 (영어수업만 하면 이 모양...휴...)



아기새의 학교가 기말고사 일정이 조금 빠른 편이라 이번주가 시험기간인데,

시험 전날 아기새가 저녁에 울상이 되어서 불평을 한다.


"엄마, **이랑 ##이는 오늘 학교에 안 왔어. 내일 시험이라고 학교 안 오고 하루종일 스카에서 공부한데"


평소에도 툭하면 생리결석이나 질병결석을 하는 반 아이 몇 명이 있어서

새롭진 않았지만 체험학습도 아니고, 꾀병도 아니고, 아예 대놓고 시험공부한다고 스카를 가기 위해 학교를 안 간다고? 그것도 중2가?


아기새는 이런 부분에 대해 대단히 보수적이고 엄격한 편인 나의 교육관에 대해 "고지식해"라며 불평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요즘엔 '개근거지'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학교를 빠지고 여행을 가거나, 여학생의 경우 월 1일은 생리휴가가 제도적으로 허용이 되다 보니, 심한 날은 반에 3분의 1이 안 나오는 날도 종종 있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과 다양한 체험활동과 여가를 권장하는 사회 문화, 거칠어진 사춘기 아이들의 성향 등 여러 복합적인 영향이 있었겠지만 나는 참 이런 현상이 불편한 조선여자.



아이는 "왜 나만 체험학습 안 써, 왜 나만 생리휴가 못쓰게 해?"라고 불평을 많이 하지만,

단호하게 이야기하는 편.


"아기새야, 그런 제도는 부득이한 경우를 위해 만들어 준거지, 남용하라고 만든 게 아니야

엄마도 평일에 연차 내고, 너랑 여행 가면 사람도 적고, 돈도 아끼고 여러 가지 좋지,

하지만 너는 지금 학생이고, 인생을 배우는 단계니까, 엄마는 그걸 절약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게

학교생활을 통해 익히게 되는 너의 삶에 대한 태도나 가치관이라고 생각해.

학생은 학교나 선생님, 수업에 성실한 태도를 가지는 게 엄마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 태도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삶에서 여행보다 학교일정을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고,

몸이 아파도 어지간해서는 학교에 가고, 참는 걸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

엄마가 지금까지 살면서 학교나 회사에서 아픈데 출근했다고 해서 진짜 죽거나 큰 일 나는 사람 못 봤다 ㅎㅎ

그 순간이 귀찮고 힘들지, 막상 가면 버텨지고, 그렇게 하루 보내면 누구보다 뿌듯하고 너 자신이 대견했잖아."


"다른 애들은 안 그러잖아?"


"뭘 다 안 그래,

주위를 잘 살펴봐. 원래 인간은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하고, 유리한 것만 보려는데,

너네 반에도 진짜 찐으로 공부 잘하고 예의 바르고 네가 봐도 참 잘 자랐다 싶은 애들은 체험학습, 결석 이런 거 안 하지? (아기새 말문 막힘)

그 부모님들이 진짜 돈이 없어서, 휴가 쓸 줄 몰라서, 아니면 그 친구들은 바보라서 그런 걸 모르는 걸까?

반대일걸,

지금 이 순간에 습관과 태도를 어떻게 가지느냐가 지금은 사소해 보여도 먼 훗날 인생에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매 순간순간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배우고 단련하는 거야."



물론 가끔은 아기새도 너무 학교에 가기 싫은 날이 있겠지, (엄마도 회사 가기 싫은 날이 있는데,,)

또 가끔은 정말로 컨디션이 무거워 보여 안쓰러워 보이는 날도 있다.

하지만 한번 느슨하게 풀어주는 건 너무 쉽고, 간단하고 달콤하지만,

다시 조이고, 돌아가는 건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는 걸

인생의 선배인 엄마는 알기에,

지금은 원칙과 도리, 성실한 태도를 지켜내길 바라며, 악역은 엄마가 ^^




SE-4BA78B80-152E-409D-9268-3AF693C500E1.jpg?type=w1600 처음 스카갔던 날 (등록해주며 이것도 뭉클했던 어미새 ㅋㅋ)





사실 얼마 전에 아기새 학교에선 같은 학년의 친구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해서 생을 달리 한 사건이 있었다. 이유는 성적비관도 아니었고 학교폭력도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원인 모를 병을 앓아서 수시로 쓰러지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15년 인생을 살다.

그것이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

그 아이는 그날 아침에도 등교를 했고,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가 쓰러져 응급실에 간 후 집으로 돌아와서

그날 오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아이에겐 다른 아이들의 평범한 하루가,

그저 그렇게 무탈하게 보내는 일상이 얼마나 간절한 소망이고 바람이었을까.


아기새도 울면서 이야기했지만, 나도 눈물이 나서 혼이 났다.



무탈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

우리가 삶에 대해 얼마나 감사히 소중히 생각해야 하는지,

우리는 잊고 산다.

공기가 당연하듯, 엄마의 보살핌이 당연하듯,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우리에게 주어진 일상을 너무도 무책임하게 방치한다.



우리에겐

우리 스스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 스스로에게 거짓 없이 진실할 것

- 나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성실한 태도로 임할 것

- 후회 없는 순간순간을 만들어 나갈 것

- 내 인생의 주인이자 주인공은 자 나 자신임을,

누구도 대신할 수 없고, 누구를 위해 사는 인생도 아님을 기억할 것

- 그렇기에 아무렇게나 사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살뜰하고, 소중하게 여기며 살 것

그것이 살아있는 자의 의무이고 특권.


무거운 이야기로 흘러갔지만,

너무나 흔들리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단지 조금 더 편하니까, 조금 더 돈이 절약되니까, 등등의 이유로

진짜 지켜야 할 것을 놓치고, 모른 채 아기새가 자라게 될까 봐,

일장연설 잔소리를 하였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 바른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끔은 '실리'보다 '태도와 정신'이 중요하다는 걸 아기새가 잊지 않고 성장했으면,

먼저 살아간 인생의 선배로서 아기새에게 부끄럽지 않은 발자국을 보였으면 하는 마음으로

나 먼저 고민하고, 다짐하며 마무리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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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너의 기말고사도 결과에 앞서

학생으로서의 정직한 노력과 성취, 인내와 도전을 느껴보는 한 단계의 계단이 되길 바라며,

(-> 이 글을 임시저장했던 당시에 응원인데, 지금은 시험이 다 끝났습니다. 야호!)




덧)

항상 제가 쓰는 사랑이나 육아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어요. 다르게 살아가는 분들이 틀렸다라는 건 아니고, 저의 생각을 나눈 글로 너그럽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성수기에 휴가가는건 정말 돈 아깝고, 사람많고 힘들어요 ㅜ.ㅜ

(제가 학창 시절에도 완전 모범생이었고, ㅋ 지금도 법 없이도 살 FM이라서 그렇습니다. 조선여자예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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