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끝나지 않은 육아일기
[ 호랑이를 키웠구나! ] ft. 아직 끝나지 않은 육아일기
"엄마, 오늘 oo이랑 점심 나가서 점심 먹고 와도 돼?"
"응 먹고 와"
24일에 방학이 시작된 아기새가 어제(26일) 친구랑 점심을 먹겠다길래 알겠다고 했는데
점심때부터 내리 연달아 카드 승인문자가 여러 개가 오고, 금액도 적지 않아,
검색해 봤더니 종로...??!!
응? 우리 집 일산인데??
카드 분실된 거 같아서 카드사로 급히 전화연결을 하던 중에
근데 왜 아기새 밥 먹을 때 카드 없으면 연락 와야 하는데 연락이 없지 싶어서 다시 침착하게 추리해 보니
같이 간 친구 oo이 굉장히 엄마랑 카페. 맛집 자주 다니고 약간 언니 같은 친구라서
둘이 종로를 나간 걸로 추정!!
도대체 어딜 간 건가 검색해 보니....!!
와... 엄마도 못 가본 핫플을 다 다녔네?
완전 엄마취향인데 ㅋㅋㅋ
일단 한옥분위기 파스타집에 가서 좋아하는 파스타를 점심으로 먹은 것 같고 ㅋㅋ
밥배, 디저트배 따로 있는 건 국룰이죠?
하하 음료와 디저트도 먹었나 봄 ㅋㅋ
익선주택을 알다니..!! 사람은 역시 친구를 잘 둬야 하는 듯 ㅋㅋㅋ
(아기새는 평소에 이런 곳 1도 모르는데 언니감성 충만한 친구 덕분에 좋은 구경 갔네?)
부럽기도 하고 배가 아프기도 한건 뭐지?
돈은 사무실에 앉아서 내가 벌고 있는데? ㅋㅋㅋㅋ
뭐 소... 소금빵까지??
진짜 잘 논다 싶고, 그래도 "엄카를 이렇게 막 쓰면 안 되지!"라고
집에 오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지 했는데!!!
오 마이갓!!!
내 머리 꼭대기에 올라와있는 아기 호랑이 ㅋㅋㅋㅋ
엄마가 소금빵 맛있다고 했던 기억이 나서 사 왔다고 소금빵 포장한 거랑
키링은 엄마카드 아니고 자기 용돈으로 산거라고 강조하면서
슬쩍 주고 간다.
그냥 무너져 버리는 나란 여자 - 쉬운 여자....ㅋㅋㅋ
크리스마스 때 에어팟맥스를 이야기하던 건 어디로 가고
익선동 골목에서 2500원짜리 털모자를 사 와서는 뒤집어쓰고
"이거 너무 예쁘지?" 하고 집에서도 뒤집어쓰고 학원 숙제를 하고 있는
2500원에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아이.
오늘은 아기새 아닌 호랑이새,,,,ㄲ (아니,,, 아기 호랑이..ㅋㅋㅋ)
야단도 못 치게 원천 차단 당했다. ㅋㅋㅋㅋ
평소에 글에서 하도 노는 거 좋아하고, 금사빠에, 엉뚱해서
아이가 좀 한창 모자라 보이지만....
안에서는 새는 바가지지만 밖에선 멀쩡한, 아니 아주 칭찬받는 우등생
오늘은 나도 고슴도치 엄마되어서
1년간 고생한 아기새 자랑 팔불출!! ^^
사춘기가 한창이어서 학교생활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받는 일들도 있었고,
혼자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엄마가 올해부턴 수행이든 뭐든 새벽 3시, 4시까지 혼자 낑낑대도
안 도와주고 혼자 하게 했는데,
그래도 1년간 상도 많이 받고, 중간 + 기말 지필고사 전 과목 만점.
이 정도면 아기새도 본인의 삶의 영역에서는 성실히 다했으니.
며칠 조금 풀어줘도 되겠다 싶어 요즘 아기새 (아기 호랑이) 방생 중 ㅋ
노심초사 기도로 응원하고 걱정해 주시던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
상장도 일부러 그때그때 안 보여드리고 요렇게 한꺼번에 찍어 보내드렸더니
별거 아닌 거에도 세상 기뻐하시고, 흐뭇해하셔서,
나도 이혼으로 매번 부모님 눈물짓게 한 딸이 아닌,
오늘만큼은 손녀딸 잘 키운 자랑스러운 딸이 된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벅차고 기뻤던 밤
2024년은 너는 목표를 향해 달리며, 나는 마음을 공부하고 인생을 배우며,
이렇게 흘러갔고,
2025년, 우리의 내년은 각자에게 좀 더 치열한 한 해가 되겠지만,
지금처럼
나는 나대로 내 자리에서,
너는 너대로 네 자리에서
각자의 몫을 야무지게 하면서
따로, 또 함께, 행복하자.
그렇지만,,,,익선동은 엄마도 정말 좋아하는 곳인데....
조금 서운하다? ㅎㅎㅎㅎ
이렇게 아이는 자라고, 제가 아무리 서운하다고 해도
몇 년 후에 아기새는 익선동을 엄마가 아닌 남자친구와 거닐겠지요 ㅋㅋ
떠나보내는 연습 ^^ 의연해지기!!
덧)
그리고 아기새 아빠와 평소 연락을 하고 지내진 않지만, (해외에 있기도 하고)
일 년에 한두 번씩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소식은 전해주고 있는데
어젯밤, 아기새 잘 자라고 있다고, 성적표와 상장 사진 그리고 최근사진 몇 장을 같이 보내주었다.
뭐 굳이 안 보내도 그만이지만, 아기새 잘 자라고 있으니,
너는 너대로 아빠로서 자랑스럽게 잘 지내줬으면 좋겠다는 나름의 옛 전우애랄까.
불필요하게 아기새에게 죄책감을 과하게 느낄 이유도 없으니,
이제는 각자의 자리에서 너도, 나도, 아이도 각자 최선을 다하고 행복하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