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배운다
[ 정직(正直)이 정도(正道) ]
오늘을 이걸 쓰려고 했던 건 아닌데
어제 어제저녁의 에피소드.
제주도를 아기새 몰래 혼자 다녀왔던 날
그래도 직원들도 나눠주고, 아기새 간식으로도 먹일 겸 해서
제주도에서만 판다는 '마음샌드'를 두 박스 사 왔었는데
어제 과외 날이라 선생님과 간식으로 먹을 수 있게 테이블에 준비해 두고
퇴근해서 선생님과 나눠 먹었는지 물어보니 맛있게 먹었다고 하길래
도둑이 제 발 저린다고,,,,,
"선생님이 제주도 갔다 왔냐고 물어보지 않으셨어?" 슬쩍 물어보니
"아니? 직원이 사다 줬어?" 그러는데 -> 1차 당황
천성이 거짓말을 못하고 티가나는 나는 바로 더듬거리다가 ㅋㅋㅋ
"아니(말버릇,,,) 내가 다녀왔지.."
"출장?" ->여기서 또 2차 당황
"아니,,, 사실은 엄마 연차 내고 혼자 다녀왔어... 그날 엄마 일찍 나가야 한다고 갔다가 늦게 들어온 날 말이야~"
비행기가 너무 싸서 어쩌고 저쩌고 하고 있는데......
쿨한 아기새 반응
"와. 뭐 가격은 갈만하네, 근데 나는 수업 보내고 혼자 가셨어?
차라리 주말에 미리 말을 하고 나 자유시간을 주고 혼자 다녀오지 그랬어"
"응?? 엄마 혼자 간 거는 상관없어?"
"어"
"안 서운해?"
"어"
"근데 그래도 엄마가 만약에 남자친구 생겨서 둘이 다녀온다고 하면 서운하겠지?"
"아니, 그건 엄마랑 그분 관계고, 나랑은 상관없으니까 서운할 게 없지,
근데, 내가 서운한 거는 우리끼리 거짓말은 안 하기로 했잖아?! 그게 서운한 거지!!"
"어,, 미안, 미안, 미안...!! 어, 근데 너 진짜 엄마 그렇게 놀러 가도 상관없어?"
"나랑 같이 가자고만 하지 마, 그리고 나도 자유시간 가지게 제발 미리 말 좀 해주고!!"
와,,, 나 미국인 키우는 건가....
대한독립만세는 이럴 때 부르는 게 맞는 건가? ㅎㅎㅎㅎ
"알겠어 딸!! 다음엔 꼭 말하고 놀러 다녀올게 ㅋㅋㅋ"
"그리고 너는 내년에 목표 이루면 큰 계획이 있잖아!! 엄마 돈 모으고 휴가도 길게 쓰려면 파이팅 해야 한다!!"
(유럽여행의 원대한 꿈이 있으심)
극적화해 및 협상 타결 ㅋㅋㅋㅋ
아기새와 나의 관계 및 소통의 제1원칙은 서로 숨기는 거 없기인데,
괜히 내가 미안해서 약속을 어겼지만, 다행히 자수해서 광명을 찾았다 ㅋㅋㅋ
비단 아이와의 관계에서 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
직장에서도, 또 가족, 연인사이에서도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아래 "하얀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아주아주 불가피하게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으른의 세계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기본 원칙은 "정직(正直)이 정도(正道)!"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 호불호의 표현에서도
잘한 건 고맙다, 잘못한 건 미안하다 - 감사와 사과의 표현에서도
좋아한다, 서운하다, 불안하다, 속상하다 - 감정의 표현에서도
오해를 낳지 않는 최선은 정직(正直)이고, 그것이
후회를 만들지 않는 정도(正道) 임을,
가장 사랑스럽고, 사랑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라,
서툴고, 어이없고, 해맑지만,
또 때론 욕심내고, 투정 부리고, 말이 안 통하지만,
생각에 마음에 거짓이 없고 투명하기에,
그래서 우리는 조건 없이 아이들을 그저 예뻐하고 사랑하지 않는가,
아기새는 오늘도 밥값을 톡톡히 하며 어미새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