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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리 Dec 01. 2024

3km : 목표 의식으로 달리기

완주를 위해 강제로 책임감 부여하기

달리기에 있어서 목표는 아주 중요하다. 뛰고 있을 때 불쑥불쑥 "내가 왜 이 힘든 걸 하고 있지?"라고 튀어나오는 생각을 진정시키기 위한 다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야 너 그래도 이만큼 달리기로 마음먹었잖아!"라고 꾸짖을 명분을 마련해두어야 하는 셈. 마라톤도 이와 같은 이유로 나의 포기하려는 동기를 잠재울 책임감이라는 마음의 문고리를 걸어두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이러한 책임의 문고리 옵션은 5km, 10km, Half, Full 4가지 옵션으로 나뉘어 있다. 나의 능력과 밸런스를 맞추기가 쉽다. 내가 먹을 수 있을 만큼만 거리를 고르기만 하면 되니 얼마나 마음 편한 일인가. 나는 러닝 3개월 차에 10km를 달리겠다는 마음가짐을 먹고 신청 버튼을 눌렀지만, 그 선택이 가져올 고통은 마라톤 출발선에 서기 전까진 알지 못했다. 


출발선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15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부터 거동마저 불편해 보이시는 할아버지, 고프로를 연결하여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는 스트리머 등 모두가 옅은 미소를 띠고 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달리기가 남녀노소의 스포츠임을 마라톤의 출발선에서 여실히 목도할 수 있었다. 출발선의 광경을 보고 있자니 건장한 20대의 몸으로 10km만 도전한 내가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꼭 완주하고야 말겠다는 나의 목표의식은 점점 더 뚜렷해져 갔다. 


10!, 9!, 8!, 7!....


마라톤의 카운트다운을 알리는 MC의 멘트가 앰프를 타고 울려 퍼졌다. 발을 디딘 땅도 러너들이 땅을 구르는 소리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3...2...1!!!" 시작 신호가 울리자마자 출발선에 선 사람 모두가 잰걸음으로 시작해 앞으로 나아갔다. 마라톤 스타트 지점에서는 나만의 페이스를 찾을 때까지는 앞사람들을 제치며 페이스를 찾는 게 전체적인 레이스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이다. 페이스가 각각 다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리기 때문에 중앙 선에서 달리면 페이스가 다른 사람들과 부딪힐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마라톤 트랙에서 달리다 보니 이상한 힘이 느껴졌다. 5km만 달려도 기진맥진하던 내가 6km까지 달렸는데도 지치지 않았다. 갑자기 느껴진 이상한 힘(?)은 주위에서 함께 달리는 사람들에게 기인하는 듯했다. 몇십 명의 사람들이 나와 함께 피니쉬 라인까지 달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한 걸음씩 더 내딛을 힘이 생긴 것이다. 4km 남짓 남은 거리는 나의 목표의식을 없앨 만큼 긴 거리는 아니었다. 1km 5:34초 페이스, 첫 10km 마라톤의 기록은 54분 40초를 기록했다. 처음 달린 10km라는 거리를 달려오고 나서 온몸에 힘이 빠져 기진맥진했지만 마음속에 한 생각이 꿈틀대고 있었다. 

다음엔 하프 마라톤을 도전해 볼까?

하지만 이제 막 10km를 달린 사람이 바로 21.195km를 달릴 수는 없는 법, 나는 러닝 크루에 더 자주 참여해야겠다는 또 하나의 목표 의식과 10km 완주 메달을 얻은 채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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