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기적 인간이다. 그렇다고 이타적이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굳이 따지자면 내 판단의 척도가 되는 것은 나의 이익이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러닝크루(Running Crew)의 가입 동기도 나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다분히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누군가는 함께 운동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을 수도 있지만 나의 1위 동기는 '러닝 크루에 나가면 억지로라도 달리게 되지 않을까'였다. 그렇다고 해서 친목을 강조하는 크루는 부담스러워 꺼려했다. 내가 필요한 의지만 취할 목적을 가지고 러닝 크루에 가입하는 참으로 이기적인 선택이었다.
첫 모임을 나가면서 다양한 걱정이 들었다. '나는 5km는커녕 3km 정도도 잘 뛰지 못하는데 민폐 아닐까?', '같이 달리는데 뒤쳐지면 어쩌지?'. 자그마한 나의 작은 이타심은 '함께 달리던 사람에게 피해를 주진 말자'는 마음이었다. 마포대교 밑 마포나들목에서 모였다. 어색한 인사를 나누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나름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모임인 것 같은 느낌에 이번 크루는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는 자그마한 생각이 싹텄다. 내 생각보다 러닝 크루는 더욱 초보자를 배려해 주는 시스템이었다. 각자 페이스에 맞게 그룹을 나누어 뛰는데 1km당 5분 30초 페이스의 달리기 그룹(A)과 1km당 6분 15초의 달리기 그룹(B)으로 나뉘었다. 마음의 짐이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선두 주자인 A그룹이 출발하고 내가 속한 B그룹도 출발했다.
오랜만에 달리기를 하니 심장의 진동이 내 가슴에 느껴질 것처럼 울려댔다. 혼자 달렸다면 당장이라도 걸었겠지만 뒤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발소리를 들으니 멈출 수 없었다. 이 순간에 걷는다면 나는 다음 모임 때 영원히 나오지 못하리라. 이런 생각을 가지고 4km까지 달려갔다. 내 손목에 찬 갤럭시워치도 주인이 이렇게 열심히 뛸 리 없다고 생각했는지 열심히 알람을 울려댔다. "축하드려요! 오늘은 운동 목표를 달성하였어요!." 오랜만에 보는 시계의 축하에 힘을 얻어 5km를 완주했다. 정말 작은 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5km라는 그 거리는 나에게 장거리 마라톤이었다. 고통이 끝나니 개운함이 몰려왔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두렵지 않다는 말이 있다. 나는 3년 전 그날 5km 달리기를 뛸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생각에 의지가 싹텄다. 계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러닝이 끝나고 마무리 스트레칭 후 간단한 인사를 하며 지하철 역 쪽으로 이동했다. 헤어지기 전 크루 모임장이 말했다. "오늘 처음 오신 분도 있으니 음료 한잔 사겠습니다." 마포역 근처 세븐일레븐에 들어가 음료를 고르면서 "참으로 이타적인 분이구나" 생각했다. 이기적으로 시작한 러닝크루에서 많은 걸 받은 하루였다. 내가 뛸 수 있는 용기와 의지, 그리고 따뜻한 배려의 음료수. 그날 러닝 크루에 대한 이타적 마음이 자라났다.